건축물을 세우기 위해서 땅바닥에 흙이나 돌을 쌓아 만든 단이 있는데 이를 기단이라고 한다. 기단의 역할은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고 햇빛을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하며, 주로 돌을 가지고 만드는데 있는 그대로의 크고 작은 돌을 짜맞추면서 쌓아 올리기도 하고, 길고 커다란 돌을 일정한 길이로 다듬어서 겹겹이 쌓아 올리기도 한다. 바로 이같은 기단 위에서 건물이 제대로 서있도록 하며 건물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을 기둥이라고 하며, 모양과 쓰임새에 따라 사모기둥, 원기둥, 민흘림기둥, 배흘림기둥, 도랑주, 활주, 누상주, 누하주 등으로 구분된다.
기둥 사이 벽을 만들고 나면 안과 밖이 구분되며, 문은 구분된 안팎을 서로 통하게 한다. 또한 벽으로 꽉 막히면 건물의 안으로 바람과 햇빛 등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므로 바람과 햇빛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창을 만들었다. 저마다 문이나 창에 문살이나 창살을 아름답게 만들기도 했는데, 그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양한데 꽃살, 빗살, 정(井)자살, 아(亞)자살, 귀갑(龜甲)살 등이 있다. 지붕은 건축물의 맨 위를 덮어서 눈이나 비를 막아주며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지붕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기와지붕, 초가지붕, 너와지붕, 굴피지붕 등이 있으며, 지붕의 모양에 따라서 맞배지붕, 팔작지붕, 우진각지붕, 모지붕으로 나뉜다.
이가운데 너와집이 출현하게 된 지역은 한서의 차가 심한 산간지대다. 여름은 매우 덥고, 겨울은 매우 춥다 보니 이같은 두 극단적 기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은 새로운 변이를 필요로 한다.
이때 등장한 너와로 이은 지붕은 너와와 너와 사이에 틈이 있어 환기와 배연이 잘 되고, 단열 효과도 커서 여름에는 자연히 집안이 시원하고 겨울의 적설기에 지붕에 눈이 덮이면 내부 온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므로 보온 효과도 크다. 이처럼 환경에 잘 적응한 변이인 너와집과 그렇지 못한 개체(통나무집)가 경쟁을 하게 되었고, 당연히 너와집이 살아남게 된 것이다. 때문에 너와집은 산간지방에서 자연선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엔 중요민속문화재 제33호 삼척신리소재 너와집, 중요민속문화재 제33-10호 너와집, 중요민속문화재 제221호 삼척대이리 너와집, 중요민속문화재 제256호 울릉나리동너와집 및 투막집 등 4종이 문화재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너와가 들어간 전북의 문화재
전북에는 너와가 들어간 건축 문화재가 두 점이 있다. 전북 유형문화재 제113호 신광사 대웅전(장수군 천천면 비룡리 38)과 전북 문화재자료 제15호 영모정(진안군 백운면 노촌리 676)의 바로 그것이며, 전북 등록문화재 1호도 최근에 너와를 틀었다.
이들엔 ‘너새기와’가 얹혀 있다. 우선은 측면에 대는 박공 옆에 직각으로 대는 암키와를 너새기와라고 부르며, 두 번째는 지붕을 이을 때 사용하는 얇은 조각의 돌기와를 말하기도 한다. 신광사 대웅전에서 말하는 ‘너새기와’는 지붕을 얹은 얇은 돌로 된 기와를 지칭한다. 그렇다면 왜, 절집 대웅전 지붕을 돌을 얇게 편을 떠 만든 너와로 올린 것일까. 신광사 대웅전의 지붕은 모두 얇은 돌로 만든 너와로 덮었고, 맨 위 부분만 기와를 얹은 형태를 보인다. 건물의 양 끝이 처져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붕의 끝을 위로 약간 올렸다. 기둥 위에서 지붕 처마를 무게를 받치는 있는 공포는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 양식이다. 처마는 겹처마로 구성했으며, 축대를 쌓은 중앙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다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대웅전을 지었다.
하지만 신광사 대웅전의 지붕이 언제부터 너새기와를 올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아마도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이처럼 대웅전 기와를 편돌인 너새기와로 올린 곳은 거의 유일무이한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이곳에 서면 우물천장의 우물마루가 있는 내부의 모습하며, 돌담도 운치가 있거니와 귀면(鬼面)의 일종인 ‘용면문(龍面文)’ 몇개가 채색돼 스님의 말처럼 ‘항상 새로운 인재가 자라라’는 뜻에서 사명을 신광사(新光寺)라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영모정은 고종 6년(1869)에 효자 신의연의 효행을 기리고 본받기 위해 세운 건물로, 앞면 4칸, 옆면 4칸 규모로,지붕은 옆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나무를 기와 모양으로 만든 너와로 지붕을 이은 것이 특이하다. 동온하청(冬溫夏淸), 즉 겨울은 따뜻하게 여름은 시원하게 해드리는 효자의 마음이 너와를 통해 표출된 것은 아닐까.
이곳 진안군 백운면 원노촌 마을 입구부터 계곡을 따라 길게 숲이 형성돼 있다. 보통 ‘영모정 천변숲’ ‘마재 천변숲’이라 부르는데, 숲속에 돌 너와 지붕으로 만든 ‘영모정’이 자리를 잡고 있어 풍치가 그만이다.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져 계곡의 제방림 역할을 하며 지역민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마을 앞쪽 계곡 주변에는 2기의 돌탑과 선돌 1기가 반갑게 인사한다. 현지 주민들이 꼭꼭 숨겨놓은 등산로이자 자동차 드라이브길인 셈이다. 우편집배원이 화전민들을 위해 산 아래쪽에 마련해둔 우체통하며, 너와로 지붕을 인 영모정 등에서 ‘오지의 풍모’가 유감없이 잘 드러난다. 농사에 댈 물을 막아둔 신전제는 여행의 덤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이종근기자<사진:전주고등학교 이상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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