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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이름알아야 문화유산이 보인다

 

                                                                                        <창방>

 얼마 전,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야할 일이 있었다.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의 여성분들이 모인 자리였다. 품위 있는 어떤 분이 좀 늦으셨다. 그 이유는 ‘우리 삼식이 떼 놓고 오느라...’였다. 덧붙여 ‘일식이’ 일 때는 편했는데 ‘삼식이’가 되니까 힘들다고 하였다. 모두 까르르 웃는 소리에 세상 문화에 좀 뒤쳐진 나는 웃는 이유를 몰랐다. 한참 후 나는 그들이 웃는 이유를 알고 놀랐다. 왜냐면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라는 이름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용 동물의 이름이 아니라 남편을 가르키는 단어였기 때문이었다. 한 가정의 주인으로, 온 식구의 먹고 사는 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 남편을 요즈음은 그리 부른다고 한다. 집에서 한 끼 식사를 하는 남편은 일식이, 두 끼를 먹을 때 이식이, 세 끼를 다 먹을 때 삼식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이 세상을 떠난다면 마음 속으로 시인 안도현이 읊조린 그 마음을 이해하겠지...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내가 술로 헝클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어둔 길가에/ 개나리꽃이 너무 예쁘게 피어 있었지요/ 한 가지 꺽어 들고는/ 내 딸년 입술 같은 꽃잎마다/ 쪽, 쪽 뽀뽀를 해댔더랬습니다//
웬걸/ 아침에 허겁지겁 나오는데/ 간밤에 저질러버린/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내 잘못이/ 길바닥에 노랗게 점점이 피를 뿌려 놓은 것을/ 그만 보고야 말았지요// 
개나리야/ 개나리야/ 나는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인간이다 인간도 아니다”.

라고 장난삼아 꽃가지를 자른 실수?를 후회하는 시인! 그 실수로 개나리꽃의 생명이 끝나버린 것을 뒤 늦게 참회하는 것처럼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라고 쉽게 불러대는 우리들의 말장난에 한 가정의 지존인 남편의 위상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가정이 쉽게 깨어지는 생활 문화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었음을, 주변의 깨지는 많은 가정을 보면서, 또는 먼저 간 남편을 보면서 그 때야 비로소 뉘우치듯 늦은 참회를 할 것이다. 존재는 여전히 지속되지만 내 감정과 편리에 의해 한 식구인 가족의 명칭마저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된 자리였다. 이름을 알고 불렀을 때, 그 순간 그것과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준다. 따라서 이번 지면에서도 우리가 문화재의 각 부분 이름을 알아보기로 한다. 그래서 문화재의 각 부분 이름을 알고 불러주어 그 문화재가 생명력을 갖도록 하자.  
  건물의 기둥을 세울 때, 기둥이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둥과 기둥 사이의 위쪽과 아래쪽에 가로의 부재를 끼워 고정한다. 이 때 위쪽의 것을 '창방‘, 아래쪽의 것을 ’하인방‘이라고 부른다.(사진 1: 봉정사 극락전, 그림 1 : 창방 도면)

 

 

 이렇게 창방과 하인방은 기둥을 세울 때 필요한 부재이기 때문에 모든 목조건물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포집은 주심포와 달리 포작이 기둥 위 뿐 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형성되기 때문에 기둥과 기둥을 잇는 창방 하나로 여러 개의 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포집의 경우, 창방 위에 평방이라는 부재를 더하였다.

 

 

 기둥 위에만 포를 놓았을 때 주심포(사진 2: 부석사 무량수전, 그림 2 : 주심포 도면) 건물이라고 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의 평방 위에 2개 내지 3개의 포를 놓았을 때를 다포(사진 3 : 고창 참당암 대웅전, 그림 3 : 다포 도면)건물이라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에 들어와 익공(사진 4 : 해인사 홍제암, 그림 4 : 익공 도면)이라는 형식이 새롭게 등장하는데 이것은 주심포와 같이 기둥 위에만 포가 형성되는데 새 날개와 같은 형상을 지니고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건물의 높이를 높이는 데 사용된 부재는 기둥, 창방, 평방, 소로, 첨차 등의 부재이고, 건물의 높이와 면적을 결정하는 데에는 도리와 장여, 대들보, 퇴보, 충량 등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도리는 장여 위에 놓이며 항상 같이 있다. 그래서 목수들은 이 부재를 ‘부부’라고 한다. 도리는 주로 굴도리 즉 둥근도리를 사용하여 왔지만 넓적한 납도리도 사용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는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다.(사진 5 : 굴도리와 납도리, 그림 5 : 굴도리와 납도리 도면), 굴도리는 둥근 단면을 가진 도리로서 큰 집이나 전각(殿閣)에 많이 쓴다. 납도리는 사각형의 단면을 가진 모나게 된 도리로서 기둥 위에 놓고 그 위에 서까래를 놓는다. 각도리 또는 민도리, 평도리라고도 한다.
  우리가 문화재를 답사할 경우 대개 ‘2고주 5량가’ 또는 ‘2고주 7량가’ 등의 설명이 되어 있는 안내판을 만날 때가 있다. 여기서 ‘량’이라고 하는 것이 도리를 말한다. 이 도리들 가운데 지붕의 맨 위쪽에 있는 것을 ‘종도리’라고 부르고 거기서부터 처마 쪽으로 있는 도리를 ‘중도리’, 기둥 위에 있는 것을 ‘주심도리’라고 부른다. 즉 도리의 숫자가 몇 개 인가에 따라 5량가, 7량가 등으로 이름 지어진다.
  주심포 건물에서 포작의 구성은 기둥 위에 주두라는 네모진 부재를 놓고 그 위에 제공을 대들보와 같은 방향으로 놓고(처음 끼운 제공이라서 초제공이라고 부른다) 첨차를 창방과 평방의 방향으로 놓는다. 첨차 위에 주두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크기가 작은 ‘소로’를 올려놓고 그 위에 다시 제공과 첨차를 번갈아 구성하여 포작을 이룬다. 이러한 포작을 기둥과 기둥 사이의 평방 위에 2,3개를 놓을 때, 앞서 설명한 다포 건물이 된다.  
  내부 구조를 살펴보자. 건물의 기둥을 좌우로 엮어주는 역할은 창방이 하지만, 건물의 앞뒤쪽 기둥을 엮어주면서 지붕의 무게를 받고 있는 것은 대들보이다. 집을 받치는 가장 큰 목부재를 말한다. 그래서 집안의 장남을 ‘대들보’에 비유하기도 한다. 건물의 지붕 높이에 따라 대들보와 중보, 종보 등을 놓는다. (사진 6 : 수덕사 대웅전 내부의 대들보와 종보).

 

 

 

모든 부재들이 서로를 맞대고 잇고, 의지하고, 세워주면서 집이 완성되듯이, 가정도 부부와 부모, 자녀가 맞대고 잇고, 의지하고 세워주어야 완성형이 되는 것이다. 정년퇴임하고 세끼 식사를 모두 집에서 해결하는 남편을 ‘삼식이’라 폄하하지 말고..... <전경미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문화재돌봄사업단장>

 

※여기 제시된 도면은 김왕직의 ‘그림으로 보는 한국건축용어’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