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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매력자본

 

 

 “미모는 아멕스카드만큼 훌륭하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미모가 최고의 소개장이며 이걸로 계급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매력적인 외모를 갖추면 과연, 성공에 도움이 될까요. 아름다운 얼굴과 섹시한 몸, 사교술, 활력, 우아한 패션의 값어치가 갈수록 치솟고 있는 요즘, 주관적 가치인 '매력'이 객관적인 수치인 ‘자본’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한 '매력 자본'(원제 Honey Money:The Power of Erotic Capital)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영국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은 이런 것들을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경제적 자본(무엇을 가졌는가), 인적 자본(무엇을 아는가), 사회적 자본(누구를 아는가)에 이은 제4의 자본인 셈이죠. ‘매력 자본(Honey Money)’은 아름다움이 곧 돈과 권력이 된다는 명제를 풀어 쓴 것입니다. 새삼 놀라운 비밀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이제, 피겨스케이팅과 볼룸 댄스는 건강미와 열정, 완벽한 몸매가 어우러진 인기 있는 오락의 하나입니다. 화장품 회사를 만든 헬레나 루빈스타인은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다만 게으른 여자만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잘생긴 이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경제학자 대니얼 해머메시의 책(Beauty Pays)이나 외모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학자 데버러 로우드의 저서(The Beauty Bias)와 대비됩니다.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 세련된 패션 같은 외적인 미(美)뿐만 아니라 사교술과 매너 같은 사회적 기술을 아우른 것입니다. 저자는 이처럼 매력 자본에 도사린 '욕망의 정치학'을 파헤치고 지능지수(IQ)처럼 '매력 지수'를 계발해 '에로틱 파워'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전통 문화와 상업적인 외모 지상주의가 충돌하는 한국에서 ‘매력을 팔라’는 하킴의 주장은 어떤 반향을 일으킬까요.

 저는 경남 수승대에서  ‘거창(居昌)’하고 ‘거창(巨創)’해지는 매력자본을 찾았습니다. 구연서원 내부에 걸려 있는 '구사(九思)'와 '구용(九容)'이 진정한 의미의 ‘매력자본’은 아닐까요.

 이이는 몸과 마음을 가지는 데는 ‘구용’ 보다 더 진실한 것이 없고, 학문을 진취시키고 뜻을 더하는 데는 ‘구사(九思)’보다 더 절실한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구사'는 유학에서 말하는 군자가 갖고 있어야 할 아홉 가지 생각으로, ‘논어’에 나옵니다.

 

시사명(視思明, 볼 때에는 밝게 볼 것을 생각하고), 청사총(聽思聰, 말을 들을 때에는 총명할 것을 생각하고), 색사온(色思溫, 안색은 온순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모사공(貌思恭, 모양은 공손히 할 것을 생각하고), 언사충(言思忠, 말할 때에는 정성껏 할 것을 생각하고), 사사경(事思敬, 일할 때에는 경건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의사문(疑思問, 의심날 때에는 질문할 것을 생각하고), 분사난(忿思難, 화를 내면 하는 일이 어려워지므로 이성으로 억제할 것을 생각하고), 견득사의(見得思義, 재물을 얻을 때에는 의리에 합당한가를 생각할 것)

 

 이들 아홉 가지 생각 가운데, 앞의 네 개는 일신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고, 뒤의 다섯 개는 사물의 측면에서 말한 것으로,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시사명과 청사총입니다. 보는 것이 밝지 않고 듣는 것이 총명하지 못하면,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없어 나머지 일곱 가지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죠.

 이이의 '격몽요결'에 나오는 '구용'은 군자가 그 몸가짐을 단정히 함에 있어 취해야 할 9가지 자세를 말합니다.

 

족용중(足容重, 경거(輕擧)하지 않는다), 수용공(手容恭, 단정하여 망동하지 않는다), 목용단(目容端, 정면을 바로 보고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구용지(口容止, 필요하지 않을 때는 입을 다문다), 성용정(聲容靜, 목소리를 가다듬고 기침, 재채기 등 잡소리를 내지 않는다), 두용직(頭容直, 고개를 똑바로 하여 한편으로 기울지 않도록 한다), 기용숙(氣容肅, 호흡을 조절하여 엄숙한 태도를 견지한다), 입용덕(立容德, 중립불의(中立不倚)하여 점잖은 태도를 갖는다), 색용장(色容莊 : 색용장, 안색을 정제하고 태만한 기색을 나타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종종 '구사'와 '구용'의 의미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자그마한 어려움도 참지 못하는지 나 자신부터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매력'을 돈으로 계산하는 세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본 '매력', 이젠 당당하게 드러내 성공해 보세요. 당신의 구김살없는 미소 등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무기가 아닐런지요. 당신의 매력자본은 뭐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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