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전대토령추모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사진전에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반면 한편으로는 찾아가기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진 속에서 마냥 웃고 계신 그분과 정면으로 마주하기가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강남역 4번 출구로 나가자 노란색 안내푯말이 길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까지 노란색물결은 계속됐습니다. 그노란색 물결따라 약 10분정도 걸어 갤러리에 도착하니 유화로 그린 노무현전대통령의 초상화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제일 먼저 반깁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화가와 만화가분들이 그려낸 다양한 초상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만화가 박재동씨의 만화 속에서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의 노전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으며 그 외에도 화가마다 각기 다른 느낌의 초상화가 전시되어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그림은 부엉이바위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노전대통령을 그려낸 수묵화였는데
그림 속 그의 비장한 표정을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게 하더군요.
한편에는 젊은 시절부터 대통령시절까지 그의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인권변호사시절 민중들과 시위에 참여한 사진 등 그의 젊은 시절의 모습도 사진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에는 그가 국회의원낙선 후 국민에게 쓴 고맙다는 편지를 비롯하여 대통령재임시절 썼던 편지 그리고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봉화에서 올린 몇 편의 편지글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편을 소개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높은 자리, 많은 돈을 갖기 못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것,
사랑하는 아이를 한 번 더 안아 주지 못한 것,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답니다.
저도 IMF 후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전국의 노동자들을 설득하러 다니느라고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일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노무현
이어 고인이 된 후 장례식풍경을 담은 사진도 관람했습니다.
1년 전 권양숙 전영부인을 비롯한 가족과 많은 시민들이 장례식에 참여한 사진 앞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한참동안 서서 바라봅니다.
아직도 믿기지 않은 그날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대통령임기가 끝난 후 봉하에 내려가서 농군으로 사는 모습이 정말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환경운동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와중에도 인터넷을 통해 늘 젊은이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멋져보였습니다. 역시 그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손녀를 태우고 동네한바퀴 돌던 사진 아래에는 이제 주인 잃은 자전거만 전시되어있습니다.
봉하에 찾아온 국민들에게 여전히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막걸리를 나눠마시던 장면도 보입니다.
전시장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이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아버지는 고등학생아들에게 전시회를 돌면서 노무현전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고등학생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열심히 경청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에는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많은 이들의 편지글과 추모글도 보입니다.
뉘우치는 눈물 발등 적시지만
이제 어디서 그를 만나야 합니까
-도종환/벼랑에 지는 꽃
사람 사는 세상의 자유를 꿈꾸었던 사람,
낮은 곳을 바라보며 눈물 흘릴 줄 알았던 사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를 위해 평생 애쓴 사람
-안도현/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묘비명
노래도 잘 못 부르시고
담배도 못 끊으시고
‘바보’소리나 듣던 당신 때문에 통곡합니다.
들리십니까?
-작자미상
전시회마지막에는 전시회관람객들이 노란포스트잇에 빽빽히 적어 보낸 편지문구가 가득차 있습니다. 거기에 저도 한 구절 보탰습니다. 할 말은 많았지만 그립고 보고 싶다는 짧은 문구만 적었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과 환하게 웃고 있던 그림처럼 저세상에서 두 분이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노무현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중략)
2009.5.23 새벽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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