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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사람

강신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






도난 현장만 봐도 누구의 짓인지 감을 잡기에, 수많은 문화재 절도범에게 경계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강신태 사범단속반장. 그가 1983년부터 시작한 문화재 사범 단속업무만도 25년이 넘고, 찾아낸 문화재도 1만 2000여 점에 이른다. 이 중 7,200여점은 박물관에 국가귀속 조치, 나머지는 피해자인 원소유자에게 환부됐다.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도난당한 석가모니 진신치아사리(1986년), 논산 쌍계사 부도 2기(1988년), 보물 제699호 정기룡 장군 옥대, 보물 제539호, 경북 용연사 사천왕상 등은 모두 강 반장이 회수한 문화재다.
강 반장이 처음 문화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3년 신안·완도 해저유물발굴 조사단에 참여해 수 만점의 해저유물을 발굴하면서부터다. 본격적인 단속업무는 1984년 단속반으로 차출 되면서 시작했다. 지금은 배테랑이 된 그도 초년병 시절엔 겁부터 났다. 문화재에 대한 개념과 경험이 없었고, 실수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강 반장은 말한다. 단속반의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그것은 강 반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체력과 근성을 무기로 삼던 그였어도, 며칠씩 계속되는 잠복근무와 수사는 힘에 부칠 때가 많았다. 때론 도난범과 생명의 위험을 무릎 쓴 격투까지 벌여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문화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체계를 세워 나갔다. 현재 ‘문화재 도굴범의 저승사자’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땀과 눈물이 섞인 각고의 세월을 버티어 온 것이다.


강 반장의 또 다른 별명은 ‘합의반장’이다. 문화재 전문절도범이 절취와 밀거래를 연결한 비밀유통망을 통해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불법거래를 하고 있으므로, 정보를 얻기 위해선 본의 아닌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반장은 상대가 누구든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년을 3년 남짓 남긴 지금, 경찰청연수원에서 문화재 사범 수사 강의를 하며 적극적인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문화재 도난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온 국민들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우리가 합심하여 이를 지켜내지 않는다면 문화재 도난·밀매 등의 범죄는 근절되기 어렵다.”며 국민들에게 범인 검거 및 도난 문화재의 조기회수에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부탁했다. 퇴임 전까지 남은 시간을 후배양성과, 문화재 회수에 쏟고 싶다는 강신태 반장. 든든한 그가 있어, 우리 문화유산의 미래는 희망차다.


글·이진아  
사진·최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