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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문화!

한국에 있는 작은 나라 ‘남이섬’ 어떻게 만들어졌나?

 

문화가 돈이 되는 ‘컬쳐노믹스(culturenomics)’ 시대입니다.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에 성공한 기업들이 경제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아이팟, 스타벅스, 베네통, 할리 데이비슨... 등 소위 대박 브랜드인 이들의 특징은 품질과 디자인 외에도 꿈과 문화를 판다는 공통점을 갖죠.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의 최고스타 ‘스케이트 여제’ 김연아의 성공도 탄탄한 기술력에 뛰어난 예술성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경제적 효과는 부수적으로 뒤따릅니다.‘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의 저자 롤프 옌센은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해주는 것이 기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설파했습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생산 1만1,000달러 이상인 먹고 살만한 나라 대부분이 꿈과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호부터 문화를 통해 변화를 추구해가는 문화CEO, 그들을 만나봅니다.

 
강우현 남이섬 대표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게 장기입니다.
언젠가 공군전투기를 타고 하늘에 그림을 그리기를 시도했고, 빈병을 압축한 환경미술을 했습니다. 청개구리처럼 역발상을 잘하고, 일하는건지 노는건지 모르게 일합니다. 낙엽 태우는 연기와 앙상한 나뭇가지, 고드름조차 상품이 된다는 그는 현대판 봉이김선달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를 좇아가려면 레이더를 높이 세워야 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의 근작 ‘상상망치’라는 책제목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상상력과 역발상은 그의 동력입니다. 
예술가들이 예술세계에 깊이 빠져 복잡다단한 현실의 여러 사정을 잊게 마련인데, 그는 어떤 명함을 내밀어야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주)남이섬 대표인가하면 그림동화작가로 일러스트레이터, 멀티그래픽디자이너, 캐릭터디자이너, 서예가겸 좋은아버지운동가. 작년 7월부터는 3년 임기의 한국도자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습니다.  

나는 하찮은 것이 좋다.
시시한 것은 더욱 좋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않는 것들.
흘러가는 바람에 뒹구는 낙엽조각 같은 것.
빈 소주병속에 몰래 숨어있는 부러진 이쑤시개 같은 것.
누군가를 이유없이 골려주고 싶은 어린애 같은 장난끼.
시시함과 하찮음.
생각나라 입장권이다.

-강우현 (주)남이섬 대표 개인홈페이지(www.kwooz.net)-


그가 남이섬 대표를 맡기 전인 2001년 이전까지만 해도 남이섬은 성인 카바레, 빈술병이 나뒹구는 그저 그렇고그런 유흥지에 불과했습니다. 한해 관광객도 27만명 수준이었고 수십억원의 빚이 쌓였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이섬 대표를 맡은 2001년 이후 남이섬은 새로운 변모를 거듭했습니다. 쓰레기는 재활용됐고, 자연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찾았으며 타조와 청솔모, 토끼 등 동물이 뛰어놉니다. 하늘을 찌를듯한 키 큰 메타세콰이어의 길을 비롯해, 은행나무길, 잣나무길, 벚나무길 등 각양각색의 나무길들이 사계절에 맞춰 제 빛깔을 자랑합니다. 성인카바레며 노래방 대신 아트숍과 갤러리, 공예원이 들어서고, 다채로운 공연, 전시, 이벤트가 풍성한 재미와 볼거리를 줍니다. 



그의 인적네트워크와 운이 결집돼 대박드라마 ‘겨울연가’가 남이섬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사랑한다면, 사랑을 확인하세요’라는 윤석호 감독(겨울연가)의 말처럼 남이섬은 수많은 연인들의 필수 코스로 떠올랐고, 외국에서도 남이섬을 한국의 문화관광 브랜드로 손꼽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걸맞춰 남이섬의 살림살이도 흑자로 바뀌었으며, 이젠 문화독립국 ‘나미나라공화국’이란 독자적인 브랜드로 국내외에서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겨울연가
채널/시간
출연진 배용준, 최지우, 박용하, 박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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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이 무척 아름답게 바뀌었습니다. 그간 경영 수지면에서도 큰 성장을 이루었을 것 같은데요.

2001년 27만 명에 그쳤던 방문객이 2007년에 이미 162만 명으로 늘었고, 20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009년에는 190만명의 방문객이 방문했고, 매출은 약 150억원에 이릅니다. 또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외국관광객을 제외한 단체 외국인관광객만 24만명에 이릅니다. 물론 일반 기업체와 비교하면 아직 큰 성과가 아닐 수 있지만 투자 대비 큰 성과로 생각합니다. 또 해외에서 많이들 인정해주는 점도 보람을 느낍니다.

남이섬 경영, 강대표의 성공적인 문화 경영을 배우려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지자체와 기업들이 변화와 창조적 경영을 배우기 위해 남이섬을 찾아왔어요. 지난해에는 남이섬에 와서 제 강연을 듣고 간 분들이 1만 명 정도는 되었던 것 같네요.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아요. 관광은 ‘기분’을 파는 것이지 ‘시설’을 파는 것이 아니지요. 남들이 하찮고 시시하다고 여기는 것에 생각을 입히고 상상으로 색칠을 해서 내 마음에 드는 남이섬을 먼저 만들어요. 동화적 상상력과 역발상을 활용하니 돈은 따라오더군요.
외국에서도 관심이 많아요. 베오그라드건축대학원 에서도 베오그라드 요새 관광활성화 프로젝트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곳곳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옵니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에서 남이섬에 주목하고 현지 언론에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확장도 성공의 발판이 되었지요?

남이섬에만 있는 것, 남이섬만이 할 수 있는 것, 남이섬이어야만 하는 것을 찾아나섰죠. 간벌나무를 가져다가 제가 좋아하는 장승을 만들어 곳곳에 세우고, 전깃줄은 땅속에 묻고, 알록달록한 천막은 치우고, 쓰레기통은 치우고, 폐품을 재활용하니 남이섬의 자연이 돌아왔죠. 밤 10시면 무조건 불을 꺼서 별빛, 달빛을 살렸죠. 나무에 농약을 안치니 벌레가 생겼고, 벌레가 생기니 새들이 날아왔어요. 새똥에 묻어온 씨앗에서 야생화가 피어났죠. 토기도 풀고, 타조도 길렀죠. 또 남이섬 전체를 무대로 꾸몄어요. 낡은 건물은 전시관, 빈터는 공연장, 숲속 무대에서 명상음악회를 열거나 외국 전통무용단을 불러 공연도 했지요. 문화예술가들을 불러 작업도 함께 했죠. 하찮은 돌멩이들, 원래 있던 길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야기를 만들어놓았어요. 섬 한가운데 이름도 없이 서 있던 누드 여인상을 강가로 옮겨 ‘고향 바다를 그리워하는 남이섬 인어공주’라고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갔어요. 남이섬에 역발상과 상상 경영을 도입한 거지요.

문화가 확실히 돈이 되긴 되는 건가요?
돈 버는 걸 전제로 하면 돈을 못법니다. 돈 되는 첨병인거죠. 문화는 공기와 같아요. 문화산업을 강조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격이 떨어지고 문화인들이 오히려 거부감을 갖게 되어서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문화산업을 문화인 스스로 끌고 가도록 자율적인 풍토를 만들어주어야지요. 국내는 지자체들이 문화산업 육성을 목표로 앞장서는데, 정책이나 비문화인들이 더 앞장서서는 안돼죠. 오히려 행정이나 정책은 문화인이나 아티스트, 건축가들이 ‘명예’를 걸고 혼신을 걸고 잘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줄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돈 되게 하라’고 주문하면 오히려 수명이 짧습니다.

남이섬의 성공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남이섬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아서 성공했습니다. 지원은 간섭과 규제, 감시를 받으니까 창의성이 죽고 말지요. 용감하게 뭘 할 수가 없잖아요. 문화가 꽃필려면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단번에 성공할 계획을 요구하면 안되지요. 어떤 천재라도 그렇게 성공하긴 어려울 거에요. 문화는 곧 자연, 즉 ‘문화=자연’이지요. 저는 남이섬이 독자적으로 간섭없이 문화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위적인 요소를 제거했습니다.

‘나미나라공화국’은 언제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은 이상적인 세계가 있죠. 때론 동화처럼, 때론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아가길 원하지만, 대부분 상상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남이섬은 2006년 3월 1일로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문화독립을 선언했어요. 이제 곧 200만명 가까운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다른 관광지와 차별화를 꾀하고 국가 형태를 표방하는 특수관광지로 접근하기 위해서죠.



‘나미나라공화국’을 좀더 상세히 알려주세요.

상상속의 동화나라, 모든 사람이 대자연 속에서 同化되어, 童話 같은 환경속에서 童畵처럼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세상입니다. 국기와 애국가, 여권, 시민증서, 우표, 전화카드, 화폐, 상형문자와 문자체계도 도입했습니다. 헌법도 있지요. 문화독립국이기 때문에 이 섬나라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자급자곡하자는 것이 목표에요. 간판, 가로등, 가구, 도자기, 유리 그릇 등도 모두 직접 만들어 씁니다. ‘팔리면 상품이고, 안팔리면 작품’이 되는 거지요. 처음엔 ‘겨울연가’란 대박드라마의 영향 아래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나리마라공화국이란 한국의 대표관광지로 국가 브랜드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세계 각국과 교류도 많으시겠네요.
인사동에 나미나라공화국 한국대사관이 있어요. 일본, 중국, 세르비아 대사도 있습니다. 2005년부터 세계책나라축제도 열고 있는데, 참가국이 80개국 가까이 됩니다. 이 참가국의 대사관과 기업들, 교민들이 남이섬에 들르면서 점차 교류도 고급화되어가는 추세입니다. 남이섬은 IBBY(국제아동도서협의회)로부터 세계어린이책 축제를 이어가는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 최고권위 어린이 도서상인 국제안데르센상의 공식스폰서를 작년부터 10년간 맡고 있습니다. 지난 16년간 일본 닛산자동차가 해오던 것을 말입니다. 남이섬의 인지도가 국제적으로도 많이 상승했음을 반증하는 거지요.
 
남이섬에 부임했을 때 월 100원을 받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높은 대우를 받고 계시겠죠?
하하. 일을 잘하면 돈은 따라가는거죠.

작년에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도 취임하셨는데, 그곳에서도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한국도자재단이 10년이나 됐는데 해놓은 게 없어요. 그동안 수백억원을 썼더군요. 정작 도예인들의 형편이 좋아졌나 봤더니 결코 아니에요. 많은 돈이 직원 월급으로 대부분 쓰였어요. 10년간 생산성없는 관료전시행정만 했더군요. 그래서 ‘도자 뉴딜사업’을 펼치기로 했어요. 거기다가 테마파크 조성과 비엔날레 내실화 사업도 벌이기로 했습니다. 

도자 뉴딜 사업이라뇨?
매년 100억원을 투자해서 도예인들의 작품을 사주는 겁니다. 안정적으로 판매되면 자기개발이 따르게 되고, 자기 브랜드가 생겨서 저절로 먹고 살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구입한 도자기로 이천 6만5000평에 ‘세라믹 테마파크’를 세워 관광 테마파크를 만들어 도예인들도 살리고 관광산업도 육성하는 겁니다. 정부가 못하니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문화 마인드로 문화산업을 이야기하면 문화인들이 수용하지만, 문화도 모르면서 ‘문화=돈’이라고 하면 자존심 상해 떠나갑니다.
‘도예만 갖고도 먹고 살수 있다’는 비전을 줘야 도예산업이 발전하지요. 경기도지사에게도 ‘간섭하지 말 것’을 전제로 재단이사장을 수락했습니다.

수십억원의 빚을 지고 있던 남이섬을 연 190만명 이상의 국내외 손님이 찾는 한국 대표 관광지로 수년 만에 키워낸 그가 앞으로 문화CEO로서 어떤 변화를 추진할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