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발음이 유사해서 자유자재로 의미를 쓰는, 즉, 이완된 상태의 생활 철학을 오늘날에도 배워 사용할 수 있다면. 까치와 호랑이, 박쥐, 사슴, 코끼리처럼 말이다.
까치와 표범(또는 호랑이, 이하 같음)가 등장하는 호작도. 표범이 보답한다는 ‘보(報)’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까치, 즉 희조와 결합하여 기쁨으로 보답한다는 희보(喜報)의 뜻을 갖게 된 것이다. '보(報)'는 '표(豹, 표범)'의 발음과 관련되어 쓰여졌다.
박쥐는 오복의 상징으로, 경사와 행운을 의미하면서 일상 생활에 사용하는 회화, 공예품, 가구의 장식 등에 문양으로 많이 사용되어 오고 있다.
박쥐의 한자 표기인 ‘편복’의 ‘복(蝠)’발음이 ‘복(福)’과 같아 사용,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진 것이다.
두 마리를 그린 문양은 쌍복을 의미하고, 다섯 마리를 그린 문양은 오복을 상징한다.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과 경복궁 아미산의 굴뚝(보물 제811호)에서 박쥐를 만날 수 있다.
사슴은 하늘로 향해 뻗어 오른 뿔이 신의 뜻을 감지하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불행과 질병을 막아주는 복록(福祿)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슴 ‘녹(廘)’이 ‘록(祿)’과 발음이 같은 것에 연유한 것이다.
신선들이 타고 다니는 영물로서 장수, 영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의 하나로, 제위(帝位)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사슴 백 마리 즉, 백록(百鹿)은 벼슬을 해서 받는 백록(百祿)을 받으라는 뜻으로 변해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로 쓰인다.
사슴이 등장하는 부여 능산리 출토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는 백제 나성과 능산리 무덤들 사이 절터 서쪽의 한 구덩이에서 450여점의 유물과 함께 발견된 백제의 향로이다.
높이 64㎝, 무게 11.8㎏이나 되는 대형 향로로, 크게 몸체와 뚜껑으로 구분되며 위에 부착한 봉황과 받침대를 포함하면 4부분으로 구성된다. 뚜껑에는 23개의 산들이 4-5겹으로 첩첩산중을 이루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피리와 소비파, 현금, 북들을 연주하는 5인의 악사와 각종 무인상, 기마수렵상 등 16인의 인물상과 봉황, 용을 비롯한 상상의 날짐승, 호랑이, 사슴 등 39마리의 현실 세계 동물들이 표현되어 있다
특히 몸체는 활짝 피어난 연꽃을 연상시킨다. 연잎의 표면에는 불사조와 물고기, 사슴, 학 등 26마리의 동물이 배치되어 있다. 받침대는 몸체의 연꽃 밑부분을 입으로 문 채 하늘로 치솟 듯 고개를 쳐들어 떠받고 있는 한 마리의 용으로 되어 있다.
코끼리는 '상(象)'이 '상(祥)'과 발음이 유사하여 길상의 상징물로 취급되는 동물이다.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로 코끼리가 단연 앞선다. 코끼리는 위용과 덕을 상징한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흰 코끼리가 품 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부처님을 잉태했다.
코끼리는 힘이 세면서도 유순한 동물이다. 부처님의 오른쪽 협시보살은 보현보살이다. 왼쪽은 문수보살이다.
문수보살이 지혜를 상징한다면 보현보살은 부처님의 자비를 상징한다. 이 보현보살이 코끼리를 타고 있다.
코끼리가 자비와 덕을 상징함을 알 수 있다. 불화나 불상에서도 보현보살은 6개의 어금니가 있는 흰 코끼리 등에 않아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용어 가운데에서도 코끼리가 많이 등장한다. 큰 불사를 치를 때 소임을 정하고 이를 표시하는 것을 용상방(龍象滂)이라 한다.
고승을 지칭할 때는 용상(龍象)이라고 한다. 전륜성왕이 가지고 있는 칠보 가운데 하나가 상보(象寶)다. 상가(象駕)는 덕망 있고 존귀한 사람이 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코끼리가 경전을 싣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왔다고 해서 유래했다.
하지만 코끼리 문양은 우리나라의 생활 문양 가운데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만복사지 석좌(보물 제31호) 아랫 부분은 각 측면에 꽃장식을 담은 코끼리 눈 모양을 새기고 그 위에 연꽃을 조각했으며, 창덕궁 희정당(보물 제815호) 굴뚝에서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
목조삼존불감(국보 제42호)에도 코끼리가 등장한다. 불상을 모시기 위해 나무나 돌, 쇠 등을 깎아 일반적인 건축물보다 작은 규모로 만든 것을 불감(佛龕)이라 한다.
이 목조삼존불감은 보조국사 지눌이 당나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가운데 큰 방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진 대좌(臺座) 위에 앉아 있는 본존불이 조각되어 있고, 양쪽의 작은 방에는 각각 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본존불은 양 어깨를 감싼 옷을 입고 있으며, 옷주름은 2줄로 표현되어 있다. 오른손은 어깨 높이로 들었고, 무릎 위에 올리고 있는 왼손에는 물건을 들고 있다.
오른쪽 방에는 실천을 통해 자비를 나타낸다는 보현보살을 배치했는데, 코끼리가 새겨진 대좌 위에 앉아 있다. 보살의 왼쪽에는 동자상이, 오른쪽에는 사자상이 서 있다. 왼쪽 방에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연꽃가지를 들고 서 있다. 문수보살은 사자가 새겨져 있는 대좌 위에 서 있으며, 보살의 좌우에는 동자상이 1구씩 서 있다.
세부의 장식과 얼굴 표현 등에서는 인도의 영향을 받은 듯 이국적인 면이 보이며, 불감의 양식이나 구조에서는 중국 당나라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에 남아 있는 불감류 가운데 매우 희귀한 예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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