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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문화재 속 십장생 총집합

 십장생은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 장수를 의미하는 열 가지 사물을 말한다.

 불로장생의 비술을 터득한 신선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동식물 및 자연에서 장생과 관련된다고 생각되는 열 가지의 사물을 골라 그 표상으로 삼은 것이다.

 

 

 십장생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염원을 담고 있는 만큼 회화를 포함, 도자기, 자수, 목공예품 등의 장식 문양으로 즐겨 사용되고 있다. 때론 대나무, 복숭아, 국화, 연꽃, 포도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림에 나타난 장생물의 수가 유동적 일때는 ‘장생도’로 부른다.

 거북, 불로초, 소나무, 학은 장수를 뜻한다. 물은 생명, 사슴은 영생, 구름은 인간의 마음, 산은 의지, 바위는 고집 혹은 변함없음, 해는 순수를 뜻한다.

 해와 달은 일월이 영구히 빛나듯이 인간의 생명도 길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다. ‘오봉산일월도’는 다섯 봉우리의 산 위에 해와 달이 함께 있는 그림으로 창경궁 명정전, 덕수궁 중화전, 창덕궁 인정전 등 왕이 거동하는 장소에 사용됐다.

 학은 선계의 동물로 신성하게 여겨진다. 학과 소나무를 함께 그린 ‘학수송령도’는 장수를 상징하고, 문관의 흉배에 사용되는 학은 벼슬·관직과 관련한 입신출세를 상징하기도 한다. 

 사슴 그림은 사슴이 한 마리나 두 마리 혹은 여러 마리가 떼지어 노는 장면이 연출된다. 사슴이 두 마리인 경우에는 쌍록도(雙鹿圖), 여러 마리인 경우를 백록도(百鹿圖)로 부른다. 특히 한 마리만 그릴 때도 보통 흰 사슴을 그려 놓고 읽을 때, 독음대로 백록도(百鹿圖)라고 하여 백마리의 사슴을 그린 그림처럼 사슴이 지닌 복록의 주술적 의미를 백배 더 하는 뜻을 지닌다. 사슴 그림은 불행과 질병을 막아주는 주력이 있고 또 ‘사슴록(鹿)’과 ‘복록(祿)’의 독음이 같은 까닭에 복록(福祿)을 의미한다.

 경복궁 자경전(보물 제809호)의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은 자경전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든 굴뚝은 네모 형태로, 가운데는 동식물 무늬인 십장생을 새겨 넣었으며, 이 십장생 무늬는 조대비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만들었다.

 꽃담장으로서의 조형미를 한껏 살려 조선시대 궁궐 굴뚝 중 가장 아름답다. 하나의 거대한 탑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정원의 잘 꾸민 조각품처럼 영롱하게 빛나며 한국미의 원형을 자랑한다. 때에 따라서는 세계 제일의 굴뚝이란 수식어와 함께 굴뚝의 백미로 꼽히기도 한다.

  굴뚝의 박쥐는 우리나라에서 오복의 상징으로서 경사와 행운을 나타내는 뜻으로,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회화, 공예품, 가구의 장식 등에 문양으로 많이 사용되어 오고 있다. 박쥐는 복을 상징한다.

 

 

 ‘박쥐 복(蝠)’자가 ‘복 복(福)’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박쥐가 두 마리 있으면 쌍복이 되고, 다섯 마리가 있으면 오복이 된다. 십장생 굴뚝의 박쥐는 양쪽에 한 마리씩 쌍을 이루고 있으니 쌍복이 되는 셈이다. 복을 하나만 누려도 좋은 것인데, 쌍복을 누리니 그보다 행복한 것이 없을 것이다.

 굴뚝 속 불가사리는 쇠, 구리, 대나무 뿌리를 먹고 살며 악귀를 쫓는다는 전설속의 동물이다.

 생김새는 곰의 몸에 코끼리의 코, 코뿔소의 눈, 호랑이의 발 쇠톱같은 이빨, 황꼬리를 가졌으며, 온몸에는 바늘같은 털이나 있고 암컷에만 줄무늬가 나 있어, 이로 암수가 구별된다. 포도는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는 과일이다. 

 십장생도(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7호)는 십장생 굴뚝 마냥 상상의 선계를 형상화한 대작으로, 산, 바위 등의 묘사에 화원풍의 청록산수법을 많이 사용하는 등 색채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렸다.

 대각선 구도로 한껏 멋스러움을 더한 가운데 오른쪽에는 육상의 장생물을, 왼쪽에는 수중의 장생물을 그렸으며, 녹색을 주조로 하고 코발트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산을 표현하는 한편 고동색의 땅을 배경으로 붉은 줄기의 소나무가 화면을 분할하면서 그 사이 사이에 갖가지 장생물이 배치되도록 했다.

 십장생수 이층농(중요민속자료 제59호)도 꽃그림이 화려한 문화재로, 십장생 굴뚝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장롱의 상단부에는 오동나무를 테로 하여 덩굴 무늬를 수놓은 붉은색 전을 붙였으며, 그 아래 문짝도 오동나무를 테로 삼아 ‘아(亞)’자 무늬 안에 구름과 물결 무늬 등을 곁들인 십장생을 수놓고 붉은색 전을 붙였다.

 

 

 제주도의 관덕정(보물 제322호)에 십장생도가 있으며, 청화백자매월십장생문팔각접시(보물 제1063호)는 바깥쪽 전체에 십장생문을 능숙한 필치로 그려 넣었다.

 오조룡왕비보(중요민속자료 제43호)는 엷은 녹색의 문양이 있는 비단에 발톱이 5개 달린 5조룡을 중심으로 주변에 십장생을 수놓았으며, 덕온공주유물(중요민속자료 제212호)의 자라줌치(중요민속자료 제212-1호) 노리개는 백색 비단에 십장생을 수놓아 주머니 형태로 만들고 붉은색 술을 길게 늘인 형태이다.

 최진립 전적 및 유품(경북 유형문화재 제280호)의 휘장인 옥로잠에도 십장생이 조각됐다. 나전장(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낙죽장(중요무형문화재 제31호), 조각장(중요무형문화재 제35호), 상감입사장(대구시 무형문화재 제13호), 화각장(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을 통해서도 십장생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