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칠하는 인내가 수반되면서 그 바탕은 깊고 오묘하다 못해 세월이 발효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깊고 어두운 색채의 폭넓은 배치, 또 이와 대비되어 드러나는 밝은 색채는 현실과 이상을 대립과 조화로, 인간사를 음과 양의 상생을 갈무리하는 상징물에 다름 아니다.
서양화가 성태식씨는 원시적이라 할 수 있는 두터운 마티에르와 활발한 필치 속에서 전개되는 순수성에의 탐닉으로 ‘생성과 소멸의 이미지’를 강하게 부여잡고 있다. 늦을세라, 잠재된 자아의 발견으로 전이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품을 잉태한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찬양한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꿈을 꿀 때(When I dream)'라는 캐럴 키드(Carol Kidd)의 노래가 생각난다.
관습의 굴레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작가의 몸부림은 현실과 이상, 관습과 현실, 그리고 대립과 조화의 흔적들은 구상과 추상의 접목을 통해 나 참 자아를 찾노라.
‘생성과 소멸’ 연작을 포함, ‘연’, ‘민화적 풍경’, ‘살풀이’, ‘여심’, ‘교회가 있는 풍경’, ‘광대’는 비록 반구상이지만 자연과 인물을 대하는 진지함이 다른 여터의 작가들보다 남다르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은 빗물이 맺어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방울만 흘러 내린다. 그러나 어떤 것에도 동요되지 않고 꼿꼿하게 설 수 있는 연꽃처럼 우리의 생활에서도 그런 자세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작품 '연'에 대한 설명이다.
연꽃은 처음에 필 때 아침이면 피어나고 저녁이면 오므라든다. 연은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연꽃은 그릇이 작으면 작게 피고, 그릇이 크면 잎과 꽃도 넉넉하게 자란다. 큰 방죽에 넣어주면 이내 방죽을 가득 채워 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리라.
여름날 잠시 왔다가 가는 연은 그 짧은 기간 동안 우리들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주고 간다. 연꽃 모양의 우주를 담은 듯한 넉넉한 찻사발에 향그러운 연꽃을 띄우고 싶은 진정한 까닭이다.
어두운 암갈색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작가의 '연'에 응축된 내용은 다양한 해석으로 다가오고.
'생성과 소멸'로 이름 붙어진 어떤 작품은 작품 왼편에 산이 자리하고 있고, 그 위로 보이는 해달별 가슴에 부여 안고 저 푸른 하늘을 훠이훠이 날아 보잔다.
그렇다. 자연과 인간은 한 몸이다. 위에는 하늘이 있고, 밑에는 땅이 있고,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고, 만물이 있다.
해달별은 하늘에 매어 있고, 강, 바다, 산은 땅에 실려 있다. 해는 동쪽에 떠서 서쪽으로 들어 가니 해가 뜨면 낮이 되고, 해가 들어가면 밤이 된다. 이 밤이 되면 별들이 나타나 인간들을 돌보고 있다.
"작가의 화법은 원시적이라 할 만큼 대범하고 활발하다. 군데군데 균열이 간 듯한 화면, 또는 퇴색한 낡은 벽을 연상케 하는 마티에르 속에 색채의 조율과 회화적 구상 등이 깃들고 있다.(미술평론가 김선태)"
"현대에 이르러 느낌을 표현하는 회화의 영역은 더욱 넓어져, 보다 형이상학적이고 비구상적인 사상을 담아냄에 따라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작가가 말하는 의식적인 메시지와 더불어 잠재적인 무의식의 세계까지를 엿볼 수 있게 됐다"는 작가는, 그러나 갈수록 난해하지 않은 구상적, 사실적 세계를 그림에 담아내고 싶단다.
시적 감수성으로 표현된 구상회화를 통해 그 지평을 넓힘은 물론 한국적 특유의 정서를 담아내되, 사실주의적 근거를 바탕으로 감성과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귀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함 인가. '민화적 풍경'이란 작품은 한국화의 5방색에 견줄만큼 그 색상이 화려하다. 이들은 소박하기도 하고 싱그럽기도 하며, 지난 시간의 따뜻한 눈빛이 느껴지기도 한다.
색점들의 유동! 그것은 생성과 소멸, 필연과 우연이 교차하는 삶의 소용돌이 자체요, 때론 인간 정신의 의식과 무의식이 중첩되는 교차로요, 때론 탄탄대로 번영로가 되기도 한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1.작가의 말
생성과 소멸 사이에 생명적 삶과 그 흔적들이 있다. 그렇다면 생명 이전은 무엇이고, 죽음 이후에 생명은 어디로 향해 가는가. 생성하는 것은 반드시 소멸하게 되어 있다. 물론 생에의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 보존 전이되어 생을 지속시키지만, 생은 동일자로 영원 회귀하지 않는다. 생은 생성과 소멸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불가역적인 제로섬 게임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 오늘 이 순간도 생성과 소멸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 무엇인가를 향하여 끊임없이 치달려가고 있다. 보여지는 것에서 보여지지 않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는 것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까지. 만질 수 있는 것에서 만질 수 없는 것까지.
2.미술평론가 김선태씨의 평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물감과 테러핀이 엉켜 숨가쁜 호흡을 감지할 수 있으며, 원색의 화려하고 현란한 색상의 분출과 뿌려진 물감이 마냥 번지는 등 매우 강렬할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린다는 개념보다는 색채를 사용한 행위와 감성의 충격들이 화면 가득 스며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한 형상이나 꾸며진 공간으로서가 아닌, 감성에 의한 충동으로서 화면에 접근되어 자연스러움을 끄집어내고 있다. 신비스러울 만치 평안한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모든 사의적인 욕망과 욕구를 떨쳐 버린, 무념의 상태에서 겸허한 작가의 필치와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려는 의도를 넉넉히 읽을 수 있다.
3.작가가 걸어온 길
전주 출신
개인전 4회
원광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1회
구상전 특선 3회, 입선 6회
전북미술대전 우수상 및 입, 특선 7회
한일미술교류전 및 초대전 3백 여 회
구상작가회장
전북미술대전, 구상전, 전국 온고을미술대전, 무주반딧불축제 미술 심사위원 등
(현) 한국미술협회, 노령회, 구상전, 토색회,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라인전, 색깔로 만나는사람들 회원
(현)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한일교류전 이사, 전북구상작가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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