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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서양화가 고상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딜리어스-관현악' 작품집은 색채감이 뚜렸한데다가 서정적이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첫 곡 '영국 랩소디-브리그의 정기시장'은 전원의 풍경이 떠오르는 시작 부분의 플룻과 하프의 멜로디가 아주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오보에의 주제는 목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나머지 곡들도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가 감미로운 가운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는 등 영화음악이나 환상곡을 접하는 듯 감미롭다.
 중견 서양화가 고상준(환경미술협회 전북지회장)씨의 작품은 인상주의에서 출발하지만 표현주의로 정착,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강하고 역동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끔 만들면서도 '딜리어스-관현악' 작품집의 내용들을 주억거리게 만든다.
 대자연 속에 파묻혀 있으면서 지금까지 줄곧 그 변화무쌍한 풍경을 화폭에 담아오고 있는 것. 지리산, 적상산, 대둔산, 내변산 등 절경을 답사하면서 그린 풍경화와 그들의 살붙이나 다름없는 장미는 따사로운 햇볕과 청량한 공기를 듬뿍 선사하고. 풋풋한 흙 내음과 건조한 공기, 맑고 쨍한 하늘, 흙벽과 밭고랑, 잡목들의 산뜻한 대비 속에 섬세함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은 그렇게 탄생한다.
 오늘도 산기슭을 물결치며 흐르는 자연의 형상들로 빠져들다 보면 숨은 보석들이라도 찾아내는 듯, 그 희열을 어찌 말로 다 형용할 수 있으리오.
 짭조롬한 바다 내음이 출렁이는데 어디선가 바람소리 윙윙 들려오고, 귓가에 맴도는 뱃소리로 '군산항'을 잉태했다.
 짙푸른 바다 위에서 적당히 불어주는 봄을 가득 실은 바람에 물보라를 맞노 라면, '해맑은 손맛과 빛의 색감'이 한꺼번에 묻어난다.
 "봄 바다는 유년기와 같아 부드럽고 섬약하며, 여름 바다는 청장년처럼 강한 생동력과 추진력을 갖고 있으며, 가을 바다는 불혹의 연륜에 접어들면서 차분히 가라앉은 만큼 사념 깊어지는 그런 인생의 장이며, 겨울 바다는 세 계절의 바다를 마감하면서 책임을 지고 돌아가야 할 시간에 대해 스스로 예비해야 할 때다"
 '군산항'에선 갈매기의 비상이 보이지 않는다. '퉁퉁퉁퉁' 기관 소리가 포구의 맑은 공기를 흔들 뿐. 애시당초, 머무름이란 없는 항구는 떠남과 돌아옴만이 있을 뿐인가. 매서운 강풍이 불었던, 그러나 석양이 너무나도 아름다왔던 그때 그 항구가 잊혀지지 않는 일기장이 된다.
 이쯤 해서 김용호의 '주막에서'란 시가 떠올려진다.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석양 무렵, 주막에서 이 빠진 사발로 마시는 막걸리의 맛과 취흥이 인생을 관조하게 하고, 그를 통해 주막을 거쳐간 서민들의 삶이나, 위엄 있는 송덕비의 주인들의 호화롭고 영광스런 삶이나 결국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허무한 것임을 깨닫게 하는, 그런 느낌의 작품은 아닐까.
 "언젠가 어딘지 모르고 이름 모를 들풀과 잠자리를 따라 들어갔다가 한없이 놀던 곳, 빛의 황홀함이 주는 낭만, 그것은 신비의 기억을 밝은 세상으로 끌어 내려 노력하고 싶은 나의 회화의 여정이다"
 붓과 나이프의 적절한 혼용은 선과 면에서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모두 담아내고 있으며, 강한 터치와 뚜렷한 색감이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여백의 공간을 통해 느린 호흡을 추구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사물의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 색상 대조법의 사용, 사물의 본질을 면들의 분석과 종합으로 해석하는 예술관, 갈필과 농필의 조화 등이 관람자들에게 더욱 강렬하고 역동적인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미술평론가 최병길씨의 평)"
 풍경의 단순한 재현보다는 터치의 역동성에 의한 운동감 같은 동적인 이미지를 추구, 울림이 풍부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데, 하루 해가 금방 저문다. 시시각각, 생의 거친 소용돌이가 절제와 침묵으로 정화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사유의 시간들이 축적된 공간으로 빠져든다. 꽃비 내리는 그 길 위로 봄날이 쏜살같이 간다. 나는 어떤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가.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1.작가의 말

 그동안 줄곧 천착해온 자연은 계절에 따라 산과 계곡에 변화가 감지되며, 특히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을을 정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때론 어려서부터 바라본 고향 바닷가 풍경을 건져보기도 했다. 장미를 비롯한 꽃그림도 자아의 분신과 다름 없다. '육신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속살을 그려보겠다는 일념은 언제나 그대로다. 캔버스의 공간에 간간이 놓여져 있는 집들과 나무는 어쩌면 현실이 아니라,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그리움의 공간이며 추억의 시간 일런지도 모른다.

 

2.미술평론가 최병길(철학박사)씨의 평

 

 작가가 자연 풍광의 인상을 풍부한 감성으로 화폭에 담아내려고 시도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인상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강한 붓터치와 화려한 색채의 사용은 후기 인상주의 특성도 가미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색채 역원근법의 활용으로 인해 작가의 표현주의 성향도 그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색상과 명도를 달리하는 다양한 색들이 서로 잘 버무러지면서 작품이 전체적으로 청초하고 해맑은 이미지를 발산하기도 한다.


3.작품 소장처

 

포스코 미술관, 전라북도 청사, 전북대학교, 원광대학교, 우석대학교 미술관, 군산고등학교


4.작가가 걸어온 길

 

군산 출신
개인전 4회, 부스전 1회
군산고등학교, 군산교육대학, 전주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1회, 입선 2회
목우회 특선 2회, 입선 6회
프랑스 르 살롱전 입선, 은상
전북 미술대전 특선 2회, 입선 2회
제1회 원 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현) 한국미술협회 본부 이사,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환경미술협회 전북지회장
(현) 전미회, 목우회, 결.나이테, 지붕전,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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