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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법무사, 사진가 유백영

 

 

‘덩더쿵 얼~쑤, 쿵더쿵 절~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휘몰이가락 나갑신다. 모두 길을 비켜라. ‘지잉~바아악~따다닥’ 풍악이 힘차게 울릴 때마다 희노애락 절로 녹아난다. 시나브로 신명에 겨워 지축이 흔들릴 무렵, 장구 장단에 이내 어깨 들썩인 채 알토란 꿈이 영근다. 여명의 새 아침, 환하게 밝아온다.
 그 순간 ‘차알칵~찰칵~찰칵칵~토도도도독…’. 연이어 터지는 카메라 셔터의 되찬 소리들. 이 각도 저 각도로 강약을 조절하면서 무대 위 예술가들의 희노애락을 갈무리한다.
 보무도 당당하게 무대의 화려함 뒤편에서 7년째 소리 없이 빛의 기록을 쌓아오고 있는 사진작가이자 법무사인 유백영(56. 유백영 법무사무소 소장)씨. 

 그가 보여주는 김덕수의 사진(2002년 8월 2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촬영)은 짝 벌려진 입과 장구에 몰입된 두 눈은 신기를 뛰어 넘어 기자를 압도한다. 아! 예술가들의 속살을 드러내는 일이 참으로 고달프겠지만 그래도 잠시 잠깐 바라본 3월의 하늘은 참으로 시원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인연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습니다. 2001년 개관을 준비하면서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전국 사진 촬영대회를 개최했는데, 제가 금상을 받은 것입니다.
 은은한 노을빛과 모악당의 세련된 웅장함이 대비되는 그 작품으로 인해 지금까지 무대 뒤편에 비켜서서 예술가들과 호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는 23년 여의 법원 생활을 정리한 후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전주교구 가톨릭사진가회 회장으로, 또는 성당의 신자로 활동하고 있는 등 몸이 열 개라도 빠듯하지만 넘치는 끼와 성실함에 혀를 다 내두를 지경이다.
 그동안 2회의 개인전을 치르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남북공동사진전에 출품한 것을 포함, 전주세계소리축제 기록 사진집 제작 위원, ‘결빙의 세계’ 사진집 발간과 함께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주시예술상(사진부문)수상과 제37회 전라북도사진대전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남다른 까닭이다.
 지난해에는 천주교 전주교구청이 새 교구청으로 이전하면서 70년의 역사를 담은 ‘사진,영상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것도 그의 빼놓을 수 없는 열정의 소산일 터.
 천주교 역사와 전북지역 옛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새롭게 발굴, 선보이기 위해 한국교회연구소, 호남교회연구소, 대구대교구 등을 발이 닿도록 드나들고, 또 이를 전시회에 선보일 수 있도록 재촬영을 하기도.
 숨가쁘게 돌아가는 법무사로 활동하면서 짬을 내 촬영한 공연수는 자그만치 1천3백 여 개.
 얼마 전 작고한 마임니스트 마르셀 마르소를 포함, 할렘흑인영가단, 보이스에이프만 발레단, 현대무용단 사포 등 국내외 예술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표현하되, 때론 절제된 동작으로, 때론 거침없는 활력으로 흡사 ‘산고의 고통’을 삼백예순다섯날 잘도 이겨내고 있는 것.
 “롤랑 바르트가 지은 ‘카메라 루시다’의 첫 문장이 떠오릅니다. 카메라 렌즈 앞에서 나는 동시에, 내가 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나라고 믿어주기를 바라는 사람, 사진가가 나라고 믿는 사람, 그리고 사진가가 자신의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이들 4가지 상상을 통해 교차와 변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무대를 채우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예리하게 그려내는 작가는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뛰어 넘어 깊숙하고 여유로운 그만의 또 다른 무대요, 또 다른 내일의 열정을 창조해내는 공간에 다름 아닌 듯.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거쳐 간 유명 연주자와 공연자들의 그 시절 그 모습을 다시 돌아보는 추억과 즐거움을 선사함은 물론 연간 40-50만장의 기록을 남기고 있으니 곰삭은 이 한 장의 사진은 먼 훗날 역사의 산증인이 될듯.
 “넓은 무대의 어느 부분을 잘라 내느냐 하는 점에서 무대 위의 화려함이나 배우의 멋진 대사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고 조심해야 합니다. 출연자의 매력적인 표정이나 약동하는 모습은 클로즈업으로, 일사불란한 군무같은 동적인 광경은 화면 가득 찍기도 합니다. 무대 전경(全景)은 설명적이고 클로즈업은 주장적(主張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디 마크 투, 24-70미리 렌즈, 70-200미리 렌즈, 100-400미리 렌즈, 후레쉬, 삼각대, 스폿 노출계, 방음 케이스, 펜슬라이트(pencil light) 등 장비를 들고 공연장으로 봄 마실을 떠날 심사다.
 장비는 ‘물 먹은 솜’처럼 천근만근이지만, 이내 마음은 깃털마냥 가볍다. 오늘도 치열한 예술 현장에서 낙낙히 희망의 낚싯줄을 던지운다, 촘촘히 자아의 그물코를 손질하련다. 글=전민일보 이종근기자, 사진=전민일보 오세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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