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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서양화가 정봉기

 

 

 완주군의 ‘안심사 계단(戒壇, 보물 제1434호)’. 불교에서 일종의 실천 강령인 계(戒)를 받기 위해 만든 단(壇)인 안심사 계단은 17세기 중반 이후 1759년 사이에 만들어져 부처의 치아 사리와 의습(衣襲)을 봉안한 불사리탑으로 조형 수법이 탁월한 석조 계단이다.
 특히 단층 계단 면석의 연화문과 격자 문양 등의 조각수법은 장식성과 섬세함이 부각되어 매우 우수한 조형미를 표현하고 있다.

 신장상의 조각 또한 갑옷과 신체의 세부 표현에 있어 매우 세련되고 풍부한 양감을 표현하고 있는 등 안심사 계단은 중앙의 석종형 부도나 네 구의 신장상, 그리고 넓은 기단을 형성한 방단의 석조 조형물들은 그 조형 수법이 탁월하여 미술사적 연구 자료로 매우 가치 있는 문화재다.
 불교의 가르침을 깨닫거나 수행의 체험으로 움직임이 없는 경지에 마음을 머무르게 하는 ‘안심(安心)’.
 명상의 자세에 들어갈 때 생각을 멈춘다. 느낌을 멈춘다. 그 순간, 우리는 진정한 자아로 되돌아갈 터.
 영혼과 마음의 일치,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삼매를 경험하지만, 또다시 욕망은 태어난다. 사랑의 순환과 순결의 윤회를 그림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서양화가 정봉기(전업미술가협회 전북도지회 사무국장)씨는 오늘도 ‘안심(安心)의 미학’을 갈구하고 있다.
 “몸은 떠나도 영혼은 영원히 삽니다. 몸이 떠나지 않았을 때, 즉 이렇게 살아 있을 때, 죽음보다 깊은 고요 속에서 마음을 닦고 영혼을 맑고 깨끗하게 씻어내면, 그것이 바로 ‘안심삼매(安心三昧)’의 체험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마음이 안심하면 바로 안락스럽게 된다. 안심법문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안락법문이라고도. 그러나 마음과 몸을 하나로 보는 게 불교의 가치이고 세상의 이치이건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외적으론 하나의 보편적인 세계 언어를 구성하고 있으며, 내적으론 하나의 통일된 의식으로서의 ‘안심’을 추구한다.
 “산은 늘 순결하다. 봄 산에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움이 바로 순결이고, 여름 산의 그 푸름도 순결이며, 가을 산의 단풍과 낙엽들도 순결이다. 겨울 산의 눈 덮임과 그 위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순결이다.
 이제, 꽃과 산수는 허공이 머금고 있는 한방울 영롱한 이슬의 빛일 뿐이다. 이것이 작품 세계속의 언어이고, 안심의 표현 방법이다”
 작가는 생활속에서 ‘풍수적 안심’이 그윽히 펼쳐지기를 바라면서 마이산을 소재로한 ‘춘무 장광’을 포함, ‘설악에서-푸르른 생명’, ‘백두에서-두만강으로 흐르는 봄’, ‘내장산 설’, ‘도원의 봄’, ‘운암 추색’, ‘성산포의 봄’, ‘월출산’, 비 개인 6월의 숲’ 등으로 삼백예순다섯날 신선하고 새로운 태양을 머금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산수와 꽃 등 정물은 나누어질 수 없는 것과 생명있는 사물간의 길항관계와 의미를 포착하고 있는 또 다른 세상.
 ‘정겨운 간판’에 말을 거니 사연이 실타래같은 진안군 용담면 송풍리 작업실. 진초록 강물에 암봉으로 이뤄진 섬이 둥실 떠있고, 바야흐로 기기묘묘한 소나무들이 가지를 뒤틀고 서있다.
 한쪽으로는 드넓은 호수가 다른 한쪽으로는 구불구불 물과 맞닿은 숲이 펼쳐진다. 저물녁이나 이른 아침, 이 길을 달리면 풍경에 취해 청정한 마음으로 환한 세상 밝아온다.
 잠시 잠깐, 물과 하늘은 맑고 그림자가 비치는데 물결은 잠잠하다. 물고기 는 번듯번듯 노닐며 화려하게 비치고, 해오라기는 안개 낀 물가에 점처럼 박혀있다. 먼 산은 아득하니 길고, 구름에 가린 산은 어수선하지만 새벽산 만은 애로라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1.작가의 말

 

 풍경(풍수)은 전통 회화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즐겨 다루던 소재다. 선배들은 산수를 통해 이상 세계와 안빈낙도를 보여주었다.
 본래 동양철학사상 체계속에 음양오행설은 자연에 대해 5행(목, 화, 토,금, 수)이란 속성이 있다고 보고, 이곳을 근간으로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연과 동일시하여 인간을 해석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풍수의 윤리성'을 생각한다면 가슴 속 한구석이 허전함을 금치 못하지만 결국 풍수는 죽어있는 사람이나 살아있는 사람에게 안심을 제공하는 종교적 속성을 갖추게 되었다고 본다. '풍수의 교과서적 유형'이 아니더라도 생활속에 스며들어 누구에게나 가까운 이웃처럼 힘이 되기를 바라며, 작품을 통해 ‘안심’을 골고루 나누어 갖고자 한다.
 

2.홍성우(철학박사)씨의 말

 

 그의 작품들은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자연의 순환 즉, 생명의 순환이라는 현실을 나와 내 이웃들의 가장 직접적인 현실로 남아내려 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자연 혹은 산에 작은 사랑의 물줄기를 흘려보내면, 그 사랑은 저 산의 그 깊은 곳에서 익어가고, 익어간 그 사랑은 보다 더 큰 강물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오며, 다시 그 사랑은 하나의 커다란 바다를 이루고 있는 만큼 사랑의 순환이다.
 그의 노력은 마침내 '순결은 윤회하는 직접적이고 거짓없는, 살아있는 현재 속에 있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3.작가가 걸어온 길

 

익산 출신
개인전 4회(전주, 서울)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 졸업
군산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2인전 2회(군산, 서울)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2회
전국온고을미술대전 특선, 전라북도미술대전 입선 2회
전국벽골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논문:19세기 자연주의 회화의 연구
(현) 한국미술협회, 전미회, 문화행동전 회원
(현) 청구작 전북도지회 회장, (사)전업미술가협회 전북도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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