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병이 됐을 때, 학의 비상을 꿈꾸면서 부안 궁항을 찾아가야 한다. 포구를 감싸고 있는 축축한 습기와 소금기 머금은 바람으로 나그네들을 뜨겁게(?) 맞이해주리라. 포구의 맨 얼굴은 본래 이렇지 싶다. 그러나 가슴에 일체를 어우르는 빛맑은 하늘, 한 점 내일 들여 놓기 위한 살붙이요, 꿈을 담는 든든한 '필묵의 수레'다.
그대여! 궁항(弓項)에서 길게 흥하는 법을 배워 가라. 그렇게 하려면 아주 천천히 느린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터. 쉼없는 물방울들이 뚫은 바위 구멍들처럼, 세상의 귀한 것들을 어찌 보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고, 우리가 가장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만들어낸 것이니까. 섬기는 마음으로 눈길 준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자꾸만 작아지는 마음으로 손길 준 정성은 얼마나 살기 좋을까.
바람과 소리가 얽히는 궁항은 아직도 시린 겨울빛을 머금고 있다.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의 현판 '공사문(公事門)'을 휘호한 석인(石人) 강수호(康守鎬, (사) 필 문자디자인 연구소 대표)씨는 '산, 들, 바람의 고장' 부안에서 이순신장군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주고.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라났다),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지 마라(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 둘의 늦은 나이에야 겨우 과거에 급제했다),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마라(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돌았다),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불의한 직속 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몸이 약하다고 고민하지 마라(평생 동안 고질적인 위장병과 전염병으로 고통받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 일곱에 제독이 되었다), 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스물세 번 싸워 스물세 번 모두 이겼다),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지 마라(끊임없는 임금의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긴 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마라(빈 손으로 돌아온 전쟁터에서 열두 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스무 살의 아들을 적의 칼날에 잃었고, 또 다른 아들들과 함께 전쟁터로 나섰다),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지 마라(적들이 물러가는 마지막 전투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궁항의 한적한 해변에 자리한 전라좌수영은 이층으로 된 누각과 기와집, 초가집, 정자 등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만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의 여행을 하는 듯. 여수의 원래 전라좌수영엔 진남관 70칸, 중문 3칸, 망해루 6칸 결승당 4칸, 공사문 2칸 등 80여 체의 대궐 같은 동헌과 객사 등 웅장하고 화려한 기와집이 있었다고.
그런데 1910년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를 빼앗은 후, 호국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객사인 '진남관'만 남기고 동헌과 수십 체의 관아의 건물과 성곽을 헐어내고 일반 서민들이 살 수 있도록 팔았단다. 작가의 심남일의병장의 시와 의병장 강무경장군상의 휘호가 더욱 더 다른 의미로 다가서는 3월일 수 밖에.
작가는 서예 각 체에 두루 강점을 갖고 있지만, 특히 열정과 혼을 담긴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한글과 전각부문이다.
"문자의 디자인화와 디지털화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글 손글씨는 제품 패키지뿐 아니라 영화 타이틀, 광고, 표지 디자인, 포장지, 디지털 서체, 간판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한글이 캘리 그래피(calligraphy)의 기능을 디자인적으로 강조하기에 좋은 점이 각광을 받으면서 그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획의 굵기, 대소, 장단, 속도 등의 선질을 가미 질감과 농도가 어울린 그만의 한글글씨를 표현하고 있는 상태.
"한글서예의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문화 예술 조류의 변화에 편승하여 한글 서예를 세계화함으로써 이에 담긴 한국인의 얼을 5대양 6대주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우리의 한글 서예에 대한 종합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서명, 낙관, 그리고 추가되는 글까지 조화를 이루어 원본과 또다른 전각 예술의 멋도 새롭게 탄생되고 있다.
잠시 붓이 노래하고 먹이 춤췄다. 이름하여 '필가묵무(筆歌墨舞)', 만리를 달려온 티끌을 한꺼번에 씻어 내는 여름날 소나기의 시원한 바람 같은 느낌으로 서서히 다가온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1.작품 소창처 및 휘호
작품 소장처:전주MBC 방송총국,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신청사
휘호:부안 궁항의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 휘호 현판, 6.25참전 기념비, 의병장 강무경장군상, 독립 애국지사 전일봉장군상, 임실환경선언탑
2.작가가 걸어온 길
임실 출신
아호:한돌, 돌붓, 석인(石人), 고경당(鼓耕堂)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예학과 졸업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교육전공(교육학 석사)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특선 2회, 입선 5회
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대전 우수상, 특선 2회
전국서화백일대상전 대상
동아미술제 연 입선 3회
한국서예청년작가 3회 선발(예술의전당)
전라북도미술대전 특선 4회, 종합 대상(문화관광부장관상)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 연 4회 출품(2001, 2003, 2005, 2007) 및 기획(전문) 위원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전국춘향미술대전, 전라북도미술대전,전라북도서도대전 등 심사
한국미술협회 전주시지부 서예분과 위원장
원광대학교 서예학과, 예원예술대학교 조형미술학과, 우석대학교 한국화과(관광상품개발학과), 산업디자인과 강사
우석대학교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논문: 한글서체의 유형과 발전 방안 모색
(현)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위원, 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 전라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 기획 위원, 사단법인 필 문자 디자인 연구소 대표, 동방서예학원장
(현) 한국미술협회, 한국전각학회, 한국서예학회, 원광서예학회 회원,
현대서예문인화협회, 국서련, 원광 서주 동인, 원교묵림, 묵연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