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밀다, 우수, 경칩에 햇살 좋은 날 기약하잔다. 일시무시(一始無始), 널리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소서.
관자재보살(관세음보살), 모든 사물을 자유롭게 보게 하시네.
지장보살, 아수라 중생들의 8가지 고통을 구제 하시네. 문수보살, 최고의 지혜와 용맹과 위엄으로 무장하라 하시네. 약사여래, 삼라만상의 온갖 병을 치료해 주시네. 비로자나불, 어서 가서 두루 세상에 밝은 빛 비추라고 호령하시네.
온누리에 부처님의 꽃비가 가득 내렸으면 더 없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두 눈으로 부처님의 자비를 감지하게 하옵시고, 두 귀로 부처님의 음성을 듣게 하옵소서. 온누리에 계신 부처님 고맙습니다. 모두가 정법(正法)으로 수양을 거듭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부처님이 되는 게지요.
꽁꽁 언 개울물이 녹아 흐른다는 우수가 바로 1주일 전 이었습니다. 엄동설한을 잘도 이겨 낸 버들개지의 솜방망이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이즈음 만난 선화(禪畵)작가 자성(子成, 또는 道峰 도봉) 은금상(殷今相,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씨의 달마도엔 ‘이제 나른한 봄꿈에서 빨리 깨어나 새 희망을 노래하라’는 느낌으로 팍팍 다가옵니다.
50여 년의 경력을 가진 작가는 ‘달마’ 하나로 전국적인 명성을 구가하고 있음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주로 외국 소장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기도.
특히 1백 여 가지의 달마상을 자유자재로 그리는 것하며, 영어로 ‘lucky’라 쓴 특이한 글귀의 모습에서란. 한복판에 ‘입구(口)’자를 새겨 놓고 좌로 하면 ‘알지(知)’가 되고, 오른쪽로 하면 ‘오직 유(唯)’, 위로 하면 ‘나 오(吾)’, 그 아래로 하면 ‘만족할 족(足)’자가 되나니. 필시, ‘오직 나 자신을 알면 만족할 만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란 깨우침이리라.
당나라때의 두 선승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을 통해 호연지기를 나타낸 작품, 지혜의 배, 반야선(般若船)을 묘사한 작품 등이 예사롭지 않음은. 그리움과 다정스러움, 기쁨과 슬픔이 버무러진, 아니 우리들이 반드시 걸어가야 할 삶을 담은 달마도는 “의연하게 뿌리칠 수 없다면 흔쾌히 초대에 응하는 게 순리”라고 말하는 눈치인 것 같네요.
그러나 지금 제 마음 속 한켠에는 아지랑이 같은 설레임으로, 한겨울 찬바람과 숨박꼭질을 하고 있나 보옵니다. 어찌 눈물이 있을 수 없으리요. 각박한 오늘 앞에, 숱한 방황을 통해 ‘갈지(之)’자로 걷고 있는 나그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억센 매부리코에 부리부리한 눈, 풍성한 눈썹과 콧수염, 그리고 ‘한일(一)’자로 꽉 다문 입. 달아 오른 장단에 신들린 고수(鼓手)처럼 점점 길게 점점 더 강한 듯, 연속적으로 소성한 달마가 나그네를 바라보면서 집요하게 영원의 진리를 갈구하라고 종용하네요. 지상에서 얻은 지식, 그리고 크고 작은 가슴앓이까지도 모두 훨훨 벗어 던져 비우라는 달마의 가르침입니다. 그대여! 진정으로 말하노니, 붓끝으로 일갈한 선(禪)의 가르침, ‘참나’를 찾는 길 함께 가지 않으시려오.
“‘무심필(無心筆)’의 자세로 작업에 임하고 있는 만큼 극락정토가 따로 있나요.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좋은 날’이면 그게 바로 피안이지”
거칠 것 없는 호방함, 시원스러운 묵선(墨線), 그리고 여백의 조화가 단연 압권인 작가는 “집안에 달마를 걸어두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지요. 나쁜 기운을 막아주기 보다는 달마에서 나오는 맑은 기운이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져오니 마음마저 청아하게 만들지요”
세상에 연연해하지 않는 맑은 심성과 내적 성찰을 한달음에 휘둘러내는 멋을 추구하고 작가는 “한국화의 오방색 등 색깔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선묵화는 묵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는데다가, 이를 비워 내게 하는데 최고다”고 귀띔합니다.
작업실 옆, 경기전 뒷담 한옥마을. 키 정도의 돌담 위로 쭉쭉 뻗어 올라 각선미를 뽐내는 동백나무가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채 붉은 빛을 서서히 토해냅니다. 이윽고, 행복에 겨운 포만감을 맘껏 느껴봅니다.
전주 한옥마을은 시시각각 햇살을 받아 부챗살처럼 산산이 부서집니다. 해질녘 부엌 앞에서 강아지도 덩달아 아장거립니다.
그렇다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얼음 꽃 하얗게 핀 바위 틈새에도 푸른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 그 해답을 충분히 얻을 것도 같네요.
커다란 빨간 굴뚝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신심(信心)만큼이나 커 보이는 오늘, 경기전 대숲에 이는 바람 고운 울림을 내며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어떤 모양의 달마인지 곱씹어보라’고 소곤소곤 일러주네요.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1.작가의 말
우주의 근본은 둥그런 가운데 파동(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인간은 이 속에서 8가지 고통을 맛보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만족을 느끼게 되고, 그 만족은 5안(육안, 혜안, 법안, 천안, 불안(또는 선안)의 진리를 깨우치게 하는 기본이 된다.
여러 가지 기행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달마대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은 ‘참선 중 졸릴 때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이라고 하면서, 그 눈꺼풀을 잘라냄으로써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달마도’에서와 같이 커다랗게 부릅뜬 눈이 되었다고 한다.
구중심처에서 주인의 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 고무신도 목탁소리에 맞춰 두 손 모아 기원한다. ‘주인님, 성불하세요....’ 이내 맘에 부처님이 깊숙이 들어왔다. 나무아비타불 관세음보살.
2.작가가 걸어온 길
정읍출신
전북대 졸업
개인전 2회(서울, 전주)
전국 불교미술전람회 선화부문 입선
한국전통문화예술진흥회 초대작가
신라예술제 초대작가
KBS, MBC 작품 세계 소개
전북대학교 발전기금전 출품
전라북도 풍수지리학회 고문
한국불교신도회 전북도 본부회장
전북거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