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 너에게 청컨대 마음의 옷마저 가볍게 벗어 놓을 무한대의 자유를 내게 주렴.
오늘 억새는 아침 맞아 기지개 펴는 어린 아이인 양 초겨울의 햇살과 갈 바람을 즐기며 서서히 패어가고 있다.
하늘 아래 영롱하게 반짝이는 억새가 가져다준 것은 파란 빛과 누런 빛, 신구의 절묘한 조화일세. 솜사탕 꺼풀 벗기듯 먹구름이 바람에 날아가면 숨어 있던 두터운 구름이 나타나고, 날린 구름은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햇살의 절친한 친구되어 조화를 부린다.
꽃으로 생의 기쁨, 환희를 담아내는 서양화가 김치현(58)씨는 이 계절의 풍경은 물론 봄 햇살에 일렁이는 물결이 새로운 생명으로 분출된다.
봄을 맞아 풀린 개천, 햇살 따사롭던 물결과 그 속에 은성하던 물고기, 거기서 놀던 어린 친구들은 모두 한 생명붙이다.
인간 누구나가 갈구하는 것은 희망이란 글자. 생활 주변에 행복의 요소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모르지만 바쁜 삶을 영위하다 보면 그냥 무심결에 기나치기 일쑤다.
작가는 그림에 몰두하면서 행복에 흠뻑 빠져들고, 더군다나 그 행복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있으니,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이상 그 무엇을 바라겠는가.
‘어쩌면 이처럼 화폭마다 에너지가 철철 흘러 넘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용돌이치는 강렬한 원색으로 삶의 환희를 표현, 춘하추동마다 꽃내음을 물씬 느끼게 해주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 꽃그림을 보며 희망을 위안을 얻었으면...’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흐드러진 꽃다발, 꽃밭이 진한 내음 풍길 듯 강렬한 색채와 힘있는 붓놀림으로 고운 세상을 그려내고.
붉은 보라, 남보라에 대비시킨 연두와 풀색, 다홍색들이 거칠 것이 없었다. 이 가운데 밝고 환한 원색들은 지나치리 만큼 깨끗하고 명징(明澄)하다.
어느 덧, 깔끔하고 싱그러운 화폭은 우리를 구김살없는 동심의 세상으로 이끈다. 청명하고 아름다운 파스텔풍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평안을 선사한다.
‘고향 이야기’, ‘가을 이미지’, ‘산과 호수’, ‘청산의 자락’, ‘봄 이야기’, ‘꽃바람’, ‘꿈길에서’, ‘우리들의 계절’, ‘붉은 산’, ‘봄과 아낙’, ‘산과 호수’, ‘봄 언덕’, ‘꽃피는 계절’ 등 작품은 색채의 연금술사로 불리우게 하면서 각종 책자의 표지 화가로 전국적인 명성을 누리는 까닭을 단번에 알게 하는 작품들.
“작가의 숲에는 끝내 우리가 밝혀내지 못할 미지의 무엇이 있게 마련이다. 딱히 ‘나뭇꾼과 선녀’ 아니고도 더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숲이 짙으면 제 안에 물줄기도 이끌어내고 호수도 만든다.
꽃도 피워내고 고라니도 토끼도 함께 사는 것이다. 샘물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 아니 퍼내면 퍼낼수록 더 맑은 물이 솟는다. ‘숲’ 연작이 이어지는 것도, 갈수록 그 변화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어쩌면 필연이 아닌가 싶다.(진동규시인)”
사계절의 순환에 따른 색조의 변화 또는 형태를 대상적 소재로서의 의미를 넘어 정감에 찬 회화 세계가 전주한지와 조우, 민화적 상상력을 불어넣는 진지함으로 자리하고 있어 단연 눈길을 끈다.
옛 공예품의 문양과 기법을 응용한 작품으로, 작가는 민화의 십장생도에 나오는 호랑이 문양들을 정교하게 칼로 오려서 첨가, 민화와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한국인의 심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그의 그림은 색으로 갖고 노는 놀이의 일종. 마음 속 욕망을 한바탕 색채로 쏟아내고 나면 내면의 자유로움이 깃든다. 생놀이 덩실덩실, 함박웃음 가득가득.
“이번 7회 개인전(5-11일, 서울 그라우갤러리)은 고창중,고등학교 제자들이 마련한 자리인만큼 그 어느 전시회보다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들이 고창고등학교의 교가처럼 진정으로 ‘이 밭에서 자라난 보리, 십삼도 근역에 두루 퍼지고, 이 밭에서 자라란 보리, 온 세계 곳곳에 씨’가 되었으면 합니다”
색채 심리를 위한 전원의 풍경 세계, 아찔하게 펼쳐진다. 자못 무대에 오른 시적(詩的) 파노라마다. 새로운 눈을 느꼈을 무렵, 현란한 색조의 파장, ‘파-르-르, 파-르-르’ 입술에 강한 공명으로 다가선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1.작가의 말
풍광이 가지고 있는 정감을 화폭에 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계의 순환에 따른 색조의 변화나 그 형태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하나의 뚜렷한 느낌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순수일 수도 있고, 원형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런 것들이 느낌으로 대표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같은 느낌을 농축하고 있다.
봄이 언제인지 모르게 내 가슴 속에 와 있음을 느낀다면 더 없이 흐뭇하겠다. 숲에서 걸러진 아주 맑은 바람으로 비벼댄 것 같이 화폭은 맑고 싱그럽다. 일종의 나만의 독특한 자연해석법인 셈이다.
2.진동규시인의 말
숲을 꿈꾸는 화가다. 숲은 어디에 있는가, 숲은 언제나 산 너머 그곳에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거기 그리운 것들이 있고 꽃 소식은 또 거기서 오는 것이다. 옮겨 적어야 할 신화가 또 살아 숨쉬는 것이다. 김치현의 그림 앞에 서면 도대체가 기름으로 색을 비벼댄 것 같지를 않다.
정녕 이것은 바람으로나, 그것도 숲에서나 걸러진, 아주 잘 걸러진 바람으로나 비벼댄 것 같은 맑고 싱그러운 느낌이 온다. 여늬의 화가들이 쓰기를 꺼려하는 채도 12의 보라색을 즐겨 쓰는 화가, 화폭이 그냥 깔끔하고 싱그럽다. 채도 10의 연지, 붉은보라, 남보라에 대비시킨 연두와 풀색, 다홍색들이 거칠 것이 없다. 그냥 그대로 햇살을 빨아들이고 있는 숲 그 자체다.
3.작가가 걸어온 길
-전북 고창 출신
-고창고등학교,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7회
-전국한지공예대전 운영위원, 운영위원장
-전북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전주종이문화축제 추진위원, 풍남제 제전위원, 전국온고을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전주지부장, 전주예총 수석 부회장
-2008 농협 달력 작가 선정
(현)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전라미술상 운영위원장
한국미술협회, 상형전 회원,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