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러 온 함부르크에서 그림을 배워 그 대학 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 교수로 있는 전주출신의 화가 노은님(61)씨가 1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갤러리현대(02-734-6111-3)에서 개인전 ‘새소리.물소리’를 갖는다.
선보이는 1백30 여 점은 누가보아도 60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때론 과감하다.
그림은 무엇보다도 언제나 동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늘의 새, 바다 속 물고기, 나무와 꽃 등을 직관에 따라 그린 작품은 과감한 생략, 그리고 유머와 따뜻한 낙천성이 배어 있다. 거꾸로 보면 또다른 그림이 되기도 하는 게 특징의 하나.
전주출신의 작가는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을 그리다 화가가 됐다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 초상화를 배웠지만 그런 식의 그림은 싫증이 나서 집에 남은 물감으로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곤 했다.”는 설명.
작가는 1970년 간호사 파견 모집 신문 광고를 보고 무작정 독일로 떠났다. 낯선 땅에서도 병원 근무 시간이 끝나면 소일거리로 그림을 그렸다.
간호원으로 일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동안 외로움과 고단함을 잊기 위해 시작했던 그림 작업이, 결국 화가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는 회고다.
1972년 지독한 독감으로 결근한 그의 집에 문병온 간호장이 그림을 보고 병원 회의실에서 첫 전시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3년 동안의 간호사 생활을 접고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 입학해서는 4년 동안 장학금을 놓치지 않고 받을 정도로 욕심이 많았다고.
작업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사람은 당시 담당 교수였던 티만씨. 이후 작가의 그림들은 매우 축약되고 독창적인 작품들로 일관되게 되게 만드는 등 응축된 내면 세계의 표출로 이어진다.
그의 그림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1980년대 무렵.
함부르크조형예술대에 초빙교수로 갔던 백남준씨가 그의 작품을 눈여겨봤고, 한국 화랑들에 “독일에 노은님이라는 그림 잘 그리는 여자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그림은 우리 주변의 자연들을 동양적 감성으로 해석하고 전위적인 표현 방법으로 드러낸다.
즉, 한지 위에 그려진 토끼며 사슴, 물고기, 새는 그것의 사실적 묘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해학적인 표현을 통해 나름의 세계관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세상에 삶을 영위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라는 도교적 생각을 갖고 있으며, 또한 이 모든 생명체들이 삶을 영위하는 존재들로서 서로 동등하며 모든 것은 태어나고 소멸하는 운명 속에 있다는 불교적 시각으로 귀결된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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