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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전주,문향의 고장 머나먼 길

 전북 정신문화의 보급 창고인 민추(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 전주분원, 분원장 김성환, 전주대학교 한문교육학과교수)가 관계 당국의 지원책 소홀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개선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강사료 지원액이 년간 5백 여 만원에 불과, 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의 한 축이 빠졌다는 문제 제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단법인 민족문화추진위원회가 부설 국역연수원 전주분원을 국내 최초로 지방에 개원했던 것은 지난 1999년 3월 초. 전주가 조선왕조의 본향이며, 완판본의 고장,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바 있던 전주사고를 포함 ‘문향(文鄕)의 고장’으로 이름나 있는 등 한학(漢學)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 전문적인 한문 번역 요원 양성의 필요성을 느껴 개원한 것.
 이곳에 진학한 사람들은 3년 동안 밤시간 동안 진행되는 사서삼경, 고법전을 배우고, 시문, 국역연습 등을 익힌 후 대규모 한문 번역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 개원 4년 여만인 2003년 12월, ‘전북 선현 문집 해제(1)’을 발간하고 이번에 같은 책 ‘해제(3)’을 발간, 전북인 또는 전북에서 활동했던 선인들의 연원을 파악하는 등 ‘전북정신의 원류’를 찾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문화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 선현 문집 해제’ 사업은 꼼꼼한 자료 정리는 물론 도민들로 하여금 우리 전통문화를 아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 이같은 작업은 통상 서지를 중심으로 하는데 비해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했다는 사실이나 소장처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꼼꼼한 배려가 돋보인다. 물론 후속 작업으로 원문 번역 작업을 하며 구두를 찍어 영인을 하는 등 문화적 빛깔을 더욱 가미할 계획이란 김분원장의 설명.
 ‘해제(1)’작업 과정에는 제1회 졸업생 정순희씨가 박완식교수(전주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박도균씨(한문 교사)와 번역 작업에 동참, 의미를 더해주었다. 지난 2002년 18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것을 포함, 2004년 7명에 이어 지난 4일 11명 등 모두 36명이 한문 번역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인재로 민추를 거쳐갔다.
 그러나 관계 당국의 지원 예산이 턱없이 적어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곳의 1년 예산은 1억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 상황.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수강료 지원 5백 여 만원에 ‘전북 선현 문집 해제’ 사업비 2천-3천 여 만원, 그리고 턱없이 낮은 수강료와 전국 한자 능력 검정시험 대행 수수료 수입 등이 운영비의 전부.
 더군다나 개원 당시 전주향교교육원내(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에 붙어살다가 다시 전북대학교 사회교육원으로 이전, 다시 전주향교교육원으로 둥지를 옮기는 등 안정된 사무실마저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주 엠마오사랑병원(행정원장 김관수)의 후원에 힘입어 70-80 여 명의 학생들이 2곳으로 분산돼 수업을 진행해왔다.
 전주와의 상황과는 반대로,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심우영)의 한해 예산은 정부 지원 등 20억 여 원에 이르고 있는데다가 국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진흥을 목적으로 ‘국학 자료 취급전문가 과정’을 지난 2004년부터 개설, 이번에 모집한 제3기 연수생 10명에게 수강료 전액 면제의 특전까지 주고 있다. 게다가 한국국학진흥원은 최근 들어 문화관광부의 ‘한(韓) 브랜드’ 사업까지 진행하면서 전통문화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세계화의 길에 한발 더 나아아고 있다.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 전주분원 김성환분원장은 “고려 중엽에 이규보(李奎報)의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에 이미 ‘전주는 의관문물의 고장이다’고 이야기를 하는 등 전북은 민족문화의 전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며 “현재 ‘전북의 고문서 해제’ 작업을 중장기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