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문화가 참 세상을 만든다’
전주 덕진동의 ‘당신들의 천국’이란 카페에서 ‘김용택 시인과의 만남’ 행사를 통해 시인과의 대화는 물론 시낭송회와 민중노래 발표회가 열린 것은 1986년 3월. 뒤를 이어 김준태 안도현 시인 등 시낭송회를 열고 그 힘을 바탕으로 그해 8월 ‘제1회 여름시인 캠프’를 개최한 20년의 세월들. 황토현문화연구소(소장 신정일)가 발족 20주년을 맞아 2월 4일 기념 행사, 5일 답사를 기획, 화제다.
2월 4일 오후 4시 전주 금암초등학교 정문 앞 민촌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행사는 황토현문화연구소가 걸어온 길, 강연, 김연의 판소리 한마당 한우리 예술단의 풍물 굿 한마당, 뒤풀이 순으로 진행된다. 강연은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장과 김은정 전북일보 정치부장이 함께 할 예정이며, 그 다음날 오전 8시 김제 금산면의 귀신사와 정여립이 대동계를 조직했던 제비산, 강증산선생이 천지공사를 행했던 구릿골, 태인의 피향정, 보천교 차경석의 옛집인 정읍 입암의 대흥리, 동학농민혁명의 진원지 고부와 황토현 일대를 돌아 변산반도를 일주할 예정이다. 문화 답사 참가비는 일반 2만5천원, 학생 2만원.
암울했던 제 5공화국, 그 서슬 푸르던 1985년 겨울, 문학에 뜻을 두었던 몇 사람이 모여 결성된 황토현문화연구회의 여름 행사는 해가 거듭될수록 수 많은 사람들이 참가, 1987년 변산반도의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3백 여 명의 참가자들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3박 4일간의 열띤 토론과 함께 우리 문화를 체험했다. 이어 1989년에는 황토현에서 ‘갑오농민의 혼이여 타 올라라 통일의 불꽃’이란 주제로 ‘여름문화마당’으로 명칭을 변경,개최했다. 2005년까지 스무 번의 나이테를 그으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신경림, 김지하, 김원일, 김용택, 안도현, 박태순, 장효문, 김하기, 김준태, 박남준, 정도상씨를 포함, 환경운동가(녹색연합) 장원씨와 지금은 청와대로 간 교육운동가 김진경씨, 그리고 불과 10만원의 사례비를 받으면서도 흔쾌히 찾아와 열창을 해주었던 사람이 가수 안치환, 명창 전인삼(전남대 국악과 교수)과 김연(전북도립국악원) 고수, 최동현교수(군산대) 등이 바로 그들.
‘여름문화마당’과 함께 시작한 운동은 숨겨진 역사의 그늘을 찾아 국토기행을 시작한 남녘기행.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무대 소록도를 시작으로, 다산초당과 부석사와 하회마을 최창조 선생과 함께 한 계룡산의 풍수지리기행, 동편제와 서편제 판소리 기행 등 그 기행이 1백58회를 넘어서며 전국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누볐다. 이같은 문화운동을 벌리면서 시작한 일이 1991년 겨울 전주의 문화패들과 결합, ‘전라세시풍속보존회’를 만들어 ‘살림의 문화 삶의 축제’란 주제로 정월대보름놀이를 열었다. 정월대보름놀이(14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삼월 삼짇날의 화전놀이(9회), 유월 유두놀이(4회), 칠월 칠석놀이(10회), 칠월 백중놀이(12회), 구월 중양절의 단풍놀이(9회), 동짓날의 팥죽 나누어 먹기(10회) 발린타인데이에 우리 엿 나누어 먹기(4회)에 이르기까지 세시풍속축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고, 2000년부터는 전주 단오제를 개최, 전북 전통 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또, 1993년 봄 전주 덕진공원에거 동학의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김개남장군 추모비 ‘개남아 김개남아’를 세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1998년엔 ‘사람이 한울이다.’라는 주제로 손화중 장군 추모비를 세우기도 했다. 황토현문화연구소로 그 이름을 바꾼 1995년엔 김제와 완주의 개발바람에 몰려 파괴되어가던 ‘모악산 살리기 운동’을 전개, 모악산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았다. 1997년엔 ‘수학여행’이란 이름으로 전개되어 오고 있던 문화답사를 ‘테마가 있는 현장학습’으로 바꿔 진행해 줄 것을 전라북도교육청에 건의, 6개월 만에 교육부에서 전국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려 현재 시행되고 있다. 동시에 전개했던 사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이름을 아름다운 우리말이나 옛 이름으로 짓자.’란 운동. 녹두길, 김개남길, 대동길 등은 물론이거니와 선머너 길 명주길 등 아름다운 이름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며, 여울초등학교 등 여러 개의 초중학교의 이름을 새로 짓기도 했다. 지난 2005년 황토현문화연구소(소장 신정일)를 포함,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소장 이덕일) 강호 동양학연구소(소장 조용헌) 등 세 개의 단체가 모여 ‘우리 땅 걷기 모임’을 결성, ‘보행자 전용권 되찾기 운동’을 전개,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우리나라의 길에 보행로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 청와대와 건설교통부로부터 보행로를 만들겠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것. 현재 ‘한국의 5대강을 국립공원화 해줄 것’과 ‘강을 따라서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 관동대로 강화로 등 옛길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정일 황토현문화연구소장은 “‘참문화가 참 세상을 만든다’라는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발족한 ‘황토현문화연구소’가 태어난 지 어언 20년, 수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지만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었고,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해 나갈지는 모른다.”며 “그러나 수많은 단체들이 태어나고 사라져간 20여 년의 세월을 버텨낸 그것만도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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