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달을 품은 듯 ‘白衣(백의)의 미소’. 한국의 미(美)를 대표하는 것을 한 개만 지적하라면 달항아리로 알려진 ‘백자대호(白磁大壺)’를 주저없이 꼽는다. 백의민족으로 불려온 한국인의 심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 지난달 15일부터 이번달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 국내 처음으로 달항아리 명품 9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선보인 동양도자미술관 소장품은 일본 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 관음원(觀音院)의 주지였던 가미츠카사 카이운(上司海雲 )스님이 일본의 문학자 시가 나오야(志駕直哉)로부터 선물받아 극진히 아꼈던 항아리다. 지난 1995년 도둑이 침입해 훔 쳐가다 집어던져 박살낸 것을 동양도자미술관측이 기증받아 복원한 것. 무려 3백 조각 이상 산산조각난 도자기편과 가루를 솔로 쓸어 담아와 수리,복원했음에도 불구, 수리한 흔 적이 없는 등 ‘기적의 복원’으로 불리우고 있다.
도내에도 이에 버금가는 고미술품 복원의 명인 고수권대표(59, 전주 고사랑 운영,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관리학과 출강)를 이번주의 문화 인물로 선정, 만나보았다.<편집자 주> “깨진 도기, 자기, 도자기 등과 호흡한 지 올해로 아마 40여 년은 족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파편들을 정교하게 하나하나 맞추다보면 옛 선현들의 삶을 반추할 수 있고, 어느 곳 하나 빈 틈이 없어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으니,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네 인생살이와 너무나도 닮은 꼴입니다.” 이제는 복원기술이 농익은 까닭에 육안으로도 진품, 가품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더욱이 깨진 속부문을 관찰, 재질 등을 관찰하다 보면 한치의 오차도 허용이 되질 않는단다.
병아리감별사가 병아리를 잡자 말자 암,수를 구별하듯, 눈을 지그시 감고도 도자기가 만들어진 시대를 맞출 수 있는 한편 서울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지방요에서 나온 것인가 등도 손쉽다는 생각이지만, 혹여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인터뷰가 지극히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발효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김치냉장고라는 새 시장을 만든 ‘딤채’, 옷에서 나는 악취를 없애준다는 개념으로 섬유소취제 시장을 창출한 ‘페브리즈’, 신세대 임산부들 사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제대혈 보관 등은 기존 시장에서 피 튀기는 경쟁보다 창의적 발상으로 새시장을 개척한 히트상품들로, 이는 다름 아닌 무경쟁의 신시장, 즉 ‘블루 오션(blue ocean)’ 전략의 대표적 사례.
틈새시장 개척이 아니라 경쟁자 없는 거대 무경쟁 시장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대승 전략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일관, 오늘날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고대표를 찾고 있는 실정이며, 지난 2004년부터는 예원예술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고미술 복원과 관련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덧붙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 전주에서 고미술품과 호흡을 같이 하던 임종희씨(작고)의 소개로 서울의 인사동에 안착, 도자기 판편을 쓰레기통에서 주으면서 장래에 유망한 직업으로 판단,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결과다. 다른 사람들이 복원 기술을 알려주지 않아 속이 새까맣게 탄 상태로, 깨어진 파편을 수습,분석하며 밤을 지세운 것이 며칠 몇날 인지 모른다.
당시엔 전주경찰서 후문 부근에 고려당, 만물관 등 상당히 이름난 골동품가게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 일에 천착, 지금은 유명 박물관, 대학교 등의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단다. “복원을 잘못하면, 다시는 물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망실하기 때문에 더욱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때문에 접착 과정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제가 지금에 이르러 크게 깨달은 것은 가장 좋은 접작체는 바로 자연 그대로의 흙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점토를 찾으러 전국의 방방곡곡을 주유하는 것은 물론 등산을 다닐 때도 흙을 퍼오는 일은 저에겐 예삿일입니다. ”그래서 천연 자료,흙 1백 여 점을 발품을 팔아 찾아냈고, 또 이를 바탕으로 색상 별도로도 분석,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단다.
“전주 용머리고개에서 고미술품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꼭 장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고미술복원이 주된 일이고, 점포에 진열된 물건들은 애호가들이 좋아할 경우, 굳이 파는 것을 사양하지 않습니다. 물론 무료 감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업적 목적으로 저를 찾아온다거나, 담보물을 갖고 감정을 원한다면 사양합니다.”
“학생들에게 제가 가르치는 수업 내용은 이 약품을 쓰면 된다, 안된다 등 경험한 세계를 전수해 주는 것이다.”는 고대표는 고미술 복원 작업이 실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그져 바라반 보고 있어도 흐뭇해 밥을 거르기 일쑤라며, 오늘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 알렉산더대왕의 심정으로 이러저러한 그릇들을 매만지고 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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