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창과 한준겸의 만남은 한준겸이 1602년 전라도관찰사로 부임하면서 이루어진다. 한준겸이 자신의 생일잔치에서 시를 짓자 매창이 화답시를 짓기도 하고, 한준겸과 함께 김제 모악산 근처의 용안대를 유람하고 <용안대에 올라>를 지었다.
용안대에 올라/登龍安臺
이를 일러 장안의 으뜸가는 호걸이라네/云是長安一代豪
구름 깃발 닿은 곳에 물결도 고요해라/雲旗到處靜波濤
오늘 아침 임을 모셔 신선 얘기 듣노라니/今朝陪話神仙事
제비는 동풍 맞아 지는 해에 높이 떴네/燕子東風西日高
한준겸은 매창의 이 시가 아름답다 하여 목판에 새겨 객사(客舍)에 걸었다고 한다. 객사는 부안관아에 출장 온 관원들이 묵는 숙소로, 매창은 이곳에서 관원들과 시를 주고받으며 접대했던 것이다. 한준겸도 시 한 수를 지어 매창에게 선물한다.
변산의 맑은 기운 호걸을 품었더니/邊山淑氣孕人豪
규수 천 년에 설도가 다시 있어라/閨秀千年有薛濤
시와 새로운 노래를 들으며 고즈넉한 밤 지내나니/聽書新詞淸夜永
복숭아꽃 가지 위에 둥근 달이 높아라/桃花枝上月輪高
“계생은 부안의 창녀다. 시에 능해 세상에 알려졌다〔癸生, 扶安娼女也. 以能詩鳴於世〕“
출전/한준겸 『柳川遺稿』 '가기 계생에게 주며(贈歌妓癸生)'
이 시는 그의 문집 『柳川遺稿』에 실려 있는데 매창을 설도(薛濤, 770~834)에 비유했다. 설도는 기생신분으로 시를 잘 지어 원진, 백거이, 두목 같은 당대 최고의 시인들과 시를 주고받은 당(唐)나라 최고의 여류시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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