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의 은어 등 자연의 생태계와 함께 어울리다' 순창 섬진강미술관, 이기전 초대전 '수(水), 생의 공간'
순창 섬진강미술관이 지난 21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이기전 초대전 '수(水), 생의 공간'을 갖는다.
작가의 24회 개인전으로 기획, 물의 깊이를 느끼고, 그 속에서 우리네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물이 주는 깨달음과 함께 자연과 생명의 고요한 아름다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작가는 색채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안 생명의 근원을 발견하고 수면에 녹아드는 물빛에 현혹됐다.
작가는 강에 비친 노을로 더 붉어진 석류, 호반의 수련, 청초한 물매화가 피어나는 고요한 생의 공간이 그려지는가 하면 긴박한 생동감과 절묘한 질서가 어우러진 생의 공간도 작품화했다.
'수(생의 공간) 수초", '우일(雨日) 연잎', '우일(雨日) 토란 잎', '우일(雨日) 강가의 아침(개망초)', '폭풍중 비상', '수족관', '수련', '수련(白)', '수련(석양)', '연잎', '물매화', '봄 2024', '여름 2024', '가을 2024', '2024 겨울', '물의 파장', '물꽃 콘서트', '청미래(맹감나무)', '생의 기원(석류)', '머나먼 여정을 찾아(물을 찾아)', '머나 먼 여정(물을 찾다)', '낙화', '우후(雨後, 꽃창포)', 마젠타 물빛, '보라 물빛', '은어의 귀환' 시리즈 등이 그렇게 그려졌다.
물을 통해 만물과 인간이 드러난다. 물은 투명하다. 그러나 물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투명한 물의 맛을 표현했다.
“가장 위대한 선(善)은 물과 같다"
노자는 생명의 근원인 물의 속성에 빗대어 이상적인 생활의식을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이야기했다. 언제나 아래로 흐르며 아무리 작은 구덩이라도 모두 채우면서 바다에 다다르는 물을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삼았다.
노자는 물에서 겸손함, 부드러움, 강인함을 보았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른 이들과 다투지 않는 물은 자신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모두 부드럽게 포용하며 누구든지 씻어주고 도움을 주는 최고의 친구라고 했다.
작가는 끊임없이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것처럼, 부드러움이 강함을 넘어선다는 것도 물이 보여주는 진리라고 했다.
한편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수평을 유지하는 성질은 공평함을 상징한다.
작가는 오늘도 '물'의 내면 세계를 그린다. 너무 명확하게 수십 년간 물을 그리지만,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그걸 모른다. 그들에게 설명을 하려니 글이 어려워진다는 얘기이다. 그누구는 수십 년간 투명하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물을 그렸으니 이제 다른 것을 그려보라고 권했다.
작가를 소개한 이는 작가에 대해 선하다고 평한다. 선한 이(善者)가 겸손의 미덕까지 갖추면 금상첨화이다. 작품 또한 그렇다. '선한 겸손의 미'는 약함과 강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 자체로 완결에 이르는 과정이다.
작품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 동양 철학과 미학 지식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온다.
노자(老子)의 미학사상은 '온전한 삶을 위한 미학'이 핵심이다.
'노자'에서 미(美)는 不爭(다투지 않음)을 특징으로 하는 선(善)과 더불어 드러난다. 진실한 삶의 양태로서의 善과 그 자태로서의 美, 인격미로 묘사된다.
작가는 교교히 흐르는 달빛에 잠긴 듯한 깊은 산속 옹달샘 수면 아래 달항아리와 도자기, 바리때를 막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듯, 풍부한 입체적 공간감을 상상하면서 회화적 터치로 펼쳐낸다.
동양고전에서 '물에 대한 관조'(觀水)는 대상과 자아가 서로 융합하는 감정전이(感情轉移)적인 관조였다. 덕에 비유(比德)하면 '관수(觀水)'와 '요수(樂水)'를 인격;수양의 방법과 인생경계의 형상으로 삼았다.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는, 흐르는 물을 관조하며 깊은 사색에 잠긴 선비가 한낮의 더위를 피하고 있다. 바위 위에서 턱을 괸 채 물을 바라보고 있다. '관수(觀水)'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며, 물소리까지 듣는 관음(觀音)의 경지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날이 저물며 비를 예고하는 바람, 부유하며 이미 부패가 시작된 꽃이파리, 언덕에 올라서면 닿을 듯 밤하늘의 흘러가는 구름과 노니는 판타지를 물을 들여다보면서 그린다. 이러한 자연의 흐름 중심에 인간이 없으나 한편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하다. 인상주의 창시자 클로드 모네도 물을 그렸다. 자신이 만든 연못 위 '일본식 다리'라고 부른 곳 위에 서서 내려다보며 물의 표면을 그렸다. 하늘, 나무, 물 속의 모습이 이 표면 위에 그려졌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함을 느끼는 까닭이다.
작가는 "오랜 기간 강변에 머물렀다. 강가에 펼쳐진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를 관조했던 풍광이 지금도 파노라마처럼 연상된다"면서 "바위 틈에 자란 수초들 사이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물, 암석에 부딪혀 파도처럼 부러지는 물, 격류가 서로 충돌하여 분수처럼 뿜어대는 물, 화살처럼 빠르게 내려 꽂히는 매서운 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맑은 명경지수(明鏡止水) 등 바로 이같은 물의 성질을 극복해가는 섬진강의 은어들을 비롯한 모든 자연의 생태계와 함께 어울려 살고자 한다"고 했다.
작가는 전주영생고와 경희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서울·전주·일본 도쿄 등에서 24차례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고, 도쿄·토론토·싱가포르·방콕·발리 등 해외 단체전 등도 참여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전관(1~3층)을 빌려 진행한 미아프 국제아트페어(MIFE, 목우회 인터내셔널 아트페어) 전시가 기억에 남는 전시회다.
목우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고향으로 내려와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미술관장, 전북문화관광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현재 전주현대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오픈 날짜는 내년 1월 8일 오후 2시다./이종근 기자
http://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number=83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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