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명당:순창 신흥리와 임실군 성수면 소재지 부근에 사두혈(巳頭穴) 명당을 구한
100여년 전 남원양씨(南原梁氏) 가문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신흥리(新興里)는 앞에 합미성(合米城)이 있어 재앞[城前]이라 하였다.
구전되는 이야기에 따르면 신흥 마을은 백제 시대부터 형성된 마을로, 윤씨가 처음 자리 잡았다고 한다. 개항기 남원 48방 중 하나인 성동방(城東坊)에 속하였다. 일제 강점기 재앞에서 신흥리로 개칭하였다. 당시는 남원군 대산면에 속하였으나 1935년 순창군 동계면에 편입되었다. 장동 마을은 개항기 남원 48방 중 하나인 성남방(城南坊)이었다. 일제 강점기 남원군 대산면에 속하였다가 1935년 행정 구역 개편 때 순창군에 편입, 신흥리에 합병되었고, 1960년 장례동(藏禮洞), 장동(藏洞)으로 분리되었다. [자연 환경] 신흥리 마을 앞 동쪽은 남북으로 칠선봉(七仙峯) 산맥이 가로놓여 있고 골짜기 건너에는 누에머리산[蠶頭山]이 이어져 있다. 마을 뒤 서쪽은 자라가 누워 있는 형국의 오산(鰲山)이 동편 산과 같이 남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북쪽으로는 합미산이 동서로 뻗어 있고 그 정상에 서면 무량산(無量山)까지 보인다. 마을 남쪽으로 책여산(冊如山)이 보인다. 풍수지리설에서 책여산이 보이면 재앙이 온다 하여 방패막이로 300년 넘은 괴목, 느티나무, 소나무로 수호림을 조성하였다. 신흥 마을 앞산이 장태봉이다. 산의 형태가 닭장태 모양으로 생겨서 장태봉이라 명하였다. 두머리는 신흥 마을 장동 고개 왼쪽이 뱀이 머리를 길게 빼고 기어 내려오는 형상이다. 이 명당을 사두혈이라 하며, 지금도 풍수지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장동 마을 앞에는 넓은 주월제가 있고, 동쪽으로 누에머리산이 있다. 마을 뒤에는 합미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고 정상에는 합미성이 있다. 합미산 왼쪽 능선엔 차일봉이 있는데, 그 능선이 마을 입구까지 내려와 있다. 오른쪽으로는 사두혈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아주 온화하다. 마을 뒤에 서재봉과 도룡매봉이 마을을 수호하고 있다. [현황] 2021년 12월 현재 면적은 2.82㎢로 농경지는 88만㎡, 임야는 1.81㎢이다. 신흥리의 인구는 67가구, 107명으로 남자가 58명, 여자가 49명이다. 신흥리는 신흥 마을과 장동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앞에서 직선거리로 400m 정도 가면 순창-오수 간 13번 지방 도로가 있어 버스가 하루 40여 회 왕복 운행한다. 신흥리에서 순창까지는 16㎞, 오수까지는 14㎞, 남원까지는 22㎞, 면 소재지까지는 2.2㎞ 떨어져 있어 동계면의 중앙에 위치한 마을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젊은이들이 양계업, 원예 등을 활발히 하고 있고, 밤과 감, 대추, 매실 등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6·25 전쟁 때도 가옥이나 인명 피해가 없어 피난처로 전해지고 있다. 신흥리 뒷산 자래산 기슭에 전양재(田良齋)와 경암(敬庵) 김교준(金敎俊)[1883~1944]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오산 서원(鰲山書院)이 자리하고 있다. 동계면 신흥리 일대는 최근에 동계면 논두렁 명당이라 하여 풍수지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마을 옆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뱀과 같은 가느다란 능선이 하나 보이는데 그 능선 끝에 마을 사람들이 사두혈이라 부르는 무덤 한 개가 있다. 뱀 머리에 돌을 올리면 뱀이 힘을 못 쓰는 것처럼 그곳에 비석을 올리면 묏바람이 일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석을 무덤 앞이 아닌 그 아래 논에다 세워 놓았다.
쌀 20가마 주고 뱀 먹이 지키기
4H가 그려진 개구리 바위(왼쪽). 뱀이 개구리를 쫓는 형상의 명당에 쓴 무덤에서 바라본 개구리 바위.
가슴에 ‘4H’ 표시를 달고 있는 바위를 이곳 사람들은 ‘개구리 바위’라 부른다. 개구리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그렇게 이름붙여진 이 바위는, 그저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100년 전에 쌀 20가마 값에 해당하는 값비싼 바위였다.
지금은 쌀 한 가마에 20만원이 채 안 되지만 1900년대 초만 해도 머슴이 주인집에서 1년 동안 일해주고 받은 품삯이 쌀 10가마 안팎이었다. 그러니 당시의 개구리 바위는 노동자의 2년치 연봉에 맞먹는 값이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개구리 바위가 그렇게 귀하게 취급됐을까.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남원양씨(南原梁氏) 가문은 전북 임실군 성수면 소재지 부근에 사두혈(巳頭穴) 명당을 구했다.성수면 임진로와 삼태로가 합쳐지는 곳으로 장사추와형의 길지로 무덤을 썼다.
‘뱀머리 명당’이란 뜻의 사두혈은 주산에서 길게 뻗어 내려오던 산 능선이 평지에서 물길을 만나 멈춘 지세를 말한다. 마치 산에 있는 뱀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들판으로 내려오는 형상과 같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산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이 길면 긴 뱀, 즉 장사(長蛇)가 된다고도 한다.
뱀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개구리·쥐 등으로, 먹이를 찾지 못한 뱀은 굶주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먹이를 찾은 뱀은 배불리 먹고 자신의 지혜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뱀머리 명당은 무덤 앞에 반드시 개구리나 쥐 형상의 안산이 있어야 한다. 또 안산이 너무 작으면 먹을 것이 없고, 너무 커도 먹을 수가 없으며, 너무 멀어도 잡아먹을 수 없으므로 적당한 거리에 적당한 크기의 것이 있어야 한다.
남원양씨 문중에서 잡은 명당 앞에 서 있는 개구리 바위는 그야말로 개구리처럼 생겼을 뿐만 아니라 그 크기나 거리도 뱀이 노리기에 아주 적당하였다. 당연히 개구리를 노리는 뱀의 기가 온통 머리로 집중할 것이다. 이러한 형국을 긴 뱀이 개구리를 쫓는 형세, 즉 ‘장사추와형(長蛇趨蛙形)’의 명당이라고 하는데, 반드시 뱀의 머리 부분에 무덤을 써야 한다. 민간에서 통용되는 묘지 풍수 관념에 따르면 개구리를 노리는 뱀의 온 신경이 머리 부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념은 풍수고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낭경’이나 ‘인자수지’ 등에서는 산 능선을 크게 지룡(支龍)과 롱룡(壟龍)으로 나누는데, 롱룡은 산세가 분명하면서 웅장한 산 능선을 말하고, 지룡은 평지의 얕은 능선을 가리킨다. 전자는 산 능선이 끝나는 부분, 즉 발(足) 부위에 터를 잡아야 하고, 후자에 터를 잡을 때에는 머리 부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원양씨 문중에서는 긴 뱀의 땅을 찾아 명당혈을 얻었으나, 그 앞의 개구리 바위까지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훗날 누군가가 이 개구리 바위를 없애버리면 후손들이 가난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문중에서 쌀 20가마를 주고 개구리 바위만을 샀던 것이다.
1980년대 무덤 앞으로 길이 나면서 개구리 바위가 없어질 운명에 처했다. 후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문중의 흥망이 달린 일이었다.
결국, 문중에서 일치단결하여 개구리 바위를 우회해 도로가 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뱀과 개구리의 팽팽한 긴장관계는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남원 양씨 문중은 그래서 지금도 자신들이 번창하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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