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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44회 전국체전이 열린 전주종합경기장

지난 1962년 전주시는 다음해 열릴 제44회 전국체육대회 유치 신청을 한다. 당시만 해도 전국체전은 국내에서 가장 큰 문화·체육행사로 전국 시·도의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현지 답사차 온 정부 조사단 반응은 무척 냉랭했다. ‘경기장이 작고 숙박시설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전주의 종합 체육시설은 현재 노송동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자리에 있던 ‘전주공설운동장’이 전부였다. ‘인봉리 운동장’으로도 불리던 이곳은 축구장과 테니스장을 갖췄으나 기반시설이 태부족이고 노지에 달랑 운동장 몇 개 있는 정도였다. 따라서 조사단의 지적은 정확했으나, 그때만 해도 전국 7대 도시 중 하나던 전주시민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다. 일단 이듬해 전국체전을 무조건 유치해놓고 도민의 힘으로 새 경기장을 짓자는 운동이 일었다.

새로 지을 운동장 이름은 전주종합경기장, 총 건설비는 8,100만원이었다. 군사쿠데타 직후 가난했던 박정희 정부에 도움을 바랠 처지가 아니어서 지역 언론과 방송이 ‘우리 힘으로 짓자’고 호소, 도민과 시민의 성금을 모았다.

 

완산다리 아래 뱀탕 장수와 구두닦이, 초등학생과 대학생 및 전주 형무소 수인들까지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고창 사람 김연수(당시 삼양사 사장) 씨가 거금 3,300만원을 쾌척했고 신태인의 쌀장수 이기동 씨도 6백만원을 냈다.

전주시 각 가구당 50원씩 성금을 걷는 등 오직 전북인의 힘으로 건설예산 81%를 충당, 대회 개막 직전 전주종합경기장을 완성시켰다. 여기서 열린 제44회 전국체육대회(1963.10.4.~10.9.)에서 전북은 무려 3위의 성적을 올렸다.

전북인의 자발적 성금으로 세운 전주종합경기장은 전북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스 제2구장, 쌍방울레이더스 홈구장, 프로축구 현대모터스 홈구장이었으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1997)와 다섯 차례 전국체전(1963,1980,1991,2003,2018)이 여기서 열렸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이제 시민의 숲이 된다. 전주시는 지난달 25일 종합경기장 터에 건설할 ‘시민의 숲 1963’ 프로젝트 중 첫 단계로 ‘정원의 숲’을 내년말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선배 전주시민들이 돈 모아 만들었던 이곳을 시가 우리에게 되돌려준다니 당연하고 대견하다. 그 숲을 거닐면 얼마나 삽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