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회가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마흔 번째 정기회원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하산 서홍식의 '동파선생 시'
등 62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진묵회전은 이 모임의 기대에 부응하듯 스승의 서맥을 충실하게 이으면서 참여 작가들의 서예 언어를 전시장에 내보였다.
'진(震)'은 우(雨)와 진(辰)의 합성어로 우뢰가 쳐서 사물을 진동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다. '진괘'는 아래에 있는 양기가 지면(地面)의 음기를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만물이 진(震)은 나오니 동방이라 하고, 진괘(震卦)에서는 형통함이라 했으며, '맹자'에 '고국(故國)이란 것은 喬木(교목)이 있음을 말한다는 뜻이 아니라 世臣(세신)이 있음을 이름이다' 했듯이 진묵회의 전통은 바로 이러함을 뜻한다.
올해 전시에서도 회원들의 한글, 한문, 문인화 등 전통서법은 물론, 현대서예를 접목해 조형성을 강조한 한 편의 회화와도 같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전북서단은 한국 서단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수많은 묵객들이 전북에서 태어났으며 도내에서 웅지를 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한국 3대 명필로 명명된 창암 이삼만을 배출한 전북은 현대 서단에서 도도한 물줄기의 맥이 이어지고 있다. 강암 송성용, 남정 최정균, 여산 권갑석 등은 조선시대의 전북 서맥을 단단하게 쌓아올린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서단의 큰 걸림돌은 도제교육에서 비롯된 서예교육 때문에 서로간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0년 강암, 남정, 여산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한 중견 작가들이 뜻을 모아 창립한 진묵회는 전북 서단의 외형을 넓혔으며 내실 적으로 튼실한 필묵을 남긴 단체다.
전시는 스승에게 배운 전통 서법과 문인화는 물론 자신의 켜켜이 쌓은 화선지 양만큼 독자적인 서풍과 더불어 현대 서예의 흐름을 읽게 해주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미 공모전과 개인전, 그룹전을 통해 전북 서단을 벗어나 한국 서단의 중심부에 서 있는 작가들이 참여한 관계로 작품의 질을 넘어서 단단한 전북 뿌리를 읽게 해준다.
전북 서예의 맥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대부분 참여해 자신들의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도 서예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는 근작들 출품한 이들 작가들은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시도하는 실험성있는 작품들과 법첩에 의한 진지한 서예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통작품들, 필묵의 회화성을 강조한 작품까지 서예의 면면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진묵회는 지난 1980년 서예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창의적으로 모색하고, 한국서예발전에 초석을 다진다는 취지로 창립한 역사 깊은 모임이다.
평생을 필묵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정통 서예와 문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을 덧붙인 작품에서는 그야말로 한국서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고귀한 뜻을 배우게 된다.
진묵회 김배선 회장은 “이 고장 서단 발전과 화합을 위해 창립 이해 그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 이제 마흔번째 전북 서단의 그윽한 묵향을 한자리에 모았다”면서“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아 깊은 관심으로 청람하여 주고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바란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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