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쓰임의 미학(지은이 김혜원, 펴낸 곳 굿웰니스'은 단순히 명품의 역사와 특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예품이 어떻게 실용성과 예술
성을 결합하며 세월을 견디는지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 우리가 일상에서 가치 있는 물건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통찰을 제공한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도입한 공예품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 공예가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고 발전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구두 벨루티, 시간과 유행을 초월한 장갑 마도바, 주방의 자존심 휘슬러, 화이트 스타로 빛나는 만년필 몽블랑, 적도의 태양을 피하는 파나마 햇, 120년 전통의 빛과 향을 내는 시어러 캔들, 티파티 블루의 아이콘 티파니, 평생을 함께하는 테디베어 슈타이프, 최초로 상표 등록한 주방 도구 헹켈, 인지음향의 혁신적 오디오 뱅앤올룹슨, 전설에서 첨단으로 부활한 몰스킨 노트, 오리가미에서 패션으로 이세이 미야케, 모카포트의 대명사 비알레티, 공방에서 시작되는 명품의 힘 샤넬, 살아있는 마이스터의 힘 키르히탁, 일상의 재미를 만드는 알레시, 장인의 기술을 존중하는 프라다 등을 소개했다.
지은이는 우산 키르히탁을 소개하면서 윤규상 우산장(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5호)을 떠올렸다. 윤명인은 지우산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서가 녹아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대나무를 골라 살 대를 만들고 한지에 들기름을 바르는 일까지 80여 차례의 손길이 가는 제작 공정을 고집스럽게 직접 해낸다. 이런 노력들로 윤명인의 지우산은 전통예술 공연과 사극 영화 등에서 인기다. 2010년에는 G20정상회의 기념 특별전에 초대돼 선이 곱고 단아한 전통 지우산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고 했다. 그 악마가 악몽을 꾸면 이런 장면일 것이다. 인적 없이 메마른 허허벌판이 끝도 없이 펼쳐진 가운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 매장이 서 있다. 시골 도로변의 간이 버스 정류장처럼 초라한 건물에 위풍당당하게 내걸린 로고가 생뚱맞다. 그 안에는 진품 하이힐과 핸드백이 진열되어 있다. 농담치고는 진지한 이 작품은 1995년부터 함께 작업해 온 북유럽 출신 듀오 아티스트, 마이클 엘름그린(Michael Elmgreen·1961~ )과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1969~ )의 대표작이다. 이 ‘매장’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가 바로 인구 2000명이 채 안 되는 말파다. 미국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가 미술 재단을 세우고 대형 작품들을 야외에 전시해 ‘현대 미술의 성지’가 되기는 했으나 그 외에는 별게 없는 사막이라 웬만한 열정이 아니고는 외부인이 찾아가기 힘든 곳이다. 여기에 핸드백 하나에 수백만 원 하는 프라다 매장이 생기는 건 온 천지의 악마가 다 내려와도 어려울 것이다. 세계인이 아는 브랜드지만, 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이 있는 세상. 그게 바로 작가들이 간명하게 보여주는 소비 사회의 진실이다.
지은이는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이 시간이 흐르며 명품으로 거듭되는 과정을 탐구한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장인의 손끝에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빚어진 기술과 이어져 온 전통에 있다. 단순한 도구로 시작된 공예품이 시간이 지나며 그 가치를 더해가는 여정을 따라가며, 공예 속에 담긴 시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가치 있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고 했다.
지은이는 광고계에서 활동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느낀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 미술관을 여행했다. 그곳에서 세월을 견디며 여전히 빛나는 작품들을 보며 진정한 가치는 시간과 함께 깊어지고 단단해진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전통한지 연구에 몰두하며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 전통공예의 현대적 쓰임을 연구하고 잇다. 현재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한지팀장으로 전주천년한지관을 운영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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