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다양한 부안 유천리 가마터(사적) 출토 상형청자가 소개된다.
기종으론 향로·연적이 주를 이루며, 소재는 오리·원앙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유천리 3구역 조사에서는 형태를 찍어내는 틀이 발견됐다. 선보이는 원앙모양 조각은 고려 12~13세기의 것으로 국립 전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부안 유천리 가마터는 12~14세기에 걸쳐 오랜 기간 운영됐다. 이 가운데 상형청자는 12~13세기를 중심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상형청자는 특수한 목적으로 만든 기종에서만 제한적으로 보이며, 동물 소재의 향로뚜껑과 연적 등이 주목된다. 구체적인 제작기법을 알려주는 자료로 의의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으로 고려 상형청자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아 특별전을 갖는다. 26일 개막, 내년 3월 3일까지 이어지는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전이다. 국내외 25개 기관·개인과 중국·미국·일본 3개국 4개 기관의 소장품 274건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자 사자모양 향로 등 국보 11건에 보물 9건, 등록문화유산 1건이 포함됐다. ‘청자 새를 탄 사람모양 주자’(12~13세기)는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품으로 국내 나들이가 이번이 처음이다.
날개를 활짝 펼친 채 고개를 치켜들고 부리를 살짝 벌린 수컷 원앙. 까만 눈동자가 또렷하게 불거진 가운데 쓰다듬고 싶으리만치 섬세한 목털이 음각(陰刻)돼 있다. 무엇보다 오묘한 비색(翡色) 덕에 높이 12㎝에 불과한 이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이 날아갈 듯 생생하다.
고려인들은 유약을 두텁게 바르지 않고 맑은 푸른빛을 통해 애초 조각한 형상이 두드러지는 걸 선호했다. 그만큼 상형(像型) 솜씨가 뛰어났고 향로·연적 같은 일상용품을 이런 동식물 및 인물 형태로 만들어 감상하는 걸 즐겼다.
“산예출향(狻猊出香, 사자가 장식된 향로) 역시 비색이다. 위에는 쭈그리고 있는 짐승이 있고 아래에는 연꽃 받침이 그것을 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오직 이 물건만이 가장 정교하고 빼어나다”
1123년 고려를 찾은 북송 사신 서긍(徐兢)은 ‘고려도경’에서 고려의 사자 향로를 극찬했다.
이 기록에 가장 부합하는 유물 ‘청자 사자모양 향로’(국보)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에 나왔다. 고려청자의 정수인 상형청자(象形靑磁)를 조명하는 첫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전에다.
고려-거란전쟁(993~1019년)을 매듭짓고 사회 안정을 찾은 11~12세기, ‘코리아’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던 무역강국의 저력이었다.
이 같은 상형 기법이 완숙해질 무렵 회화적인 장식성이 더해지면서 훗날 상감(象嵌)청자가 발전한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는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이전, 우리나라에 흙으로 특정한 형상을 빚는 ‘상형’의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삼국시대 3~6세기 신라와 가야에서 만든 상형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제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상형청자가 등장한 문화적 배경과 제작, 유통, 다양한 소비 양상을 살펴본다.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가마터 발굴품과 태안 대섬, 마도 1호선, 보령 원산도, 진도 명량해협 출수품 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가 풍성하게 소개된다. 제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은 상형청자의 형태와 아름다움을 살펴본다.
제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은 실용과 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정신적 세계에 대한 추구나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부안 유천리의 마을 이름 한자를 풀면 버드나무와 냇가다. 우리말로 버드내였던 유천리(柳川里)의 풍경을 보며 당시 작업을 했던 도공들이 고즈넉한 인근의 풍경을 활용, 찻잔과 향로를 만들어 납품했었던 것이 만월대 발굴조사에서 수없이 발견됐다.
부안은 엄청나게 많은 청자를 상감기법을 활용해 만들었다. 왕을 상징하는 용과 왕비를 상징하는 봉황 무늬를 새긴 청자 조각이 수없이 이곳에서 출토돼 도자기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유천리 청자가 왕실용이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부안청자가 세상에 다시 빛을 본 것은 800년의 긴 잠을 깬 1929년이다. 당시 일본인 노모리켄[野守健]에 의해 최초로 발굴, 조사됐다. 그리고 1938년 부안군 유천리 12호 가마터의 퇴적구에서 비색청자, 상감청자, 무문백자와 함께 동화청자(銅畵靑瓷)가 혼재된 층이 발견돼 주변을 놀라게 했다.
부안 고려청자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화려한 상감청자 문양에 있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흑백상감청자는 부안 고려청자의 정수이다.
문양은 단순히 모란이나 국화와 같은 꽃 모양을 반복해 새긴 것도 있지만 이야깃거리가 가능한 부안만의 독특한 정서가 드러난 문양이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크기가 50~100센티 되는 대형 매병이다. 이 고려 매병을 ‘대매병大梅甁’이라 부르는데 유천리에서만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리 안료를 사용한 동화청자가 명품이다.
부안 고려청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이곳에서만 나오는 자기를 만드는 흙에 의해 나타나는 신비로운 비색(翡色)에 있다. 강진에 비해 철분이 더 함유돼 굽게 되면 회색이 짙게 나오고 여기에 비색 청자유약을 입히면 회색 바탕흙색깔이 유약 사이를 비춰 푸른 빛의 자기가 나온다.
유천리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용·사자·연꽃 등을 형상화한 명품 청자들 외에도 오리나 연꽃 모양의 파편들이 전시된다. 부안 유천리 가마터와 전남 강진 사당리와 가마터 발굴품들이다. 유약을 바르기 전 초벌단계의 파편에서 이미 생생한 원앙의 부리와 깃털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청자 유물은 12세기부터 13세기에 이르는 고려청자 전성기 동안 부안 유천리에서 생산된 청자가 서해안 뱃길을 활용해 개성 만월대까지 납품됐다. 왕과 왕비가 쓰던 최상품의 청자가 부안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부안 청자는 상감기법으로 새겨 넣은 물가풍경무늬와 구름학 무늬를 비롯, 모란무늬, 연꽃무늬, 당초무늬 따위가 있다.
자토와 백토를 붓에 묻혀 그릇 주위에 그려 넣는 퇴화(堆花), 산화구리 물감을 써서 붉을 빛을 내는 동화(銅畵) 기법으로 장식한 국화무늬가 부안 청자의 특징이다.
그런 부안청자가 뒤늦게 알려진 까닭의 하나는 사적 제69호. 지정면적 80,810㎡인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 일대에 있는 고려 중기의 도요지가 일제강점기부터 심한 도굴로 인하여 우수한 파편을 간직한 퇴적층은 거의 파괴 상태에 있었고, 그 밖의 지역도 거의 논밭으로 변해 보존상태가 극히 나빴기 때문이다.
다행히 군이 보안면 유천도요지 터에 2005년부터 200억 원을 들여 부안청자박물관을 짓고 20011년 개관한 이래 청자 전시와 알림에 나섬으로써 이제야 사람들이 부안청자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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