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의 역사문화 이야기 147> 다리군수 유범수
완주출신 다리군수 유범수(柳凡秀)를 알고 있나.
모든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게 하는 월천공덕(越川功德)의 보시 구현.
예로부터 다리를 만드는 일은 공덕행(功德行)의 하나로 취급될 정도로 값진 것이었다.
상여 나갈 때 상여머리에서 부르는 향도가(香徒歌)에,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하였는가/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念佛功德)하였는가'
하는 대목이 있다.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날 한 젊은이가찾아와 부처님에게 여쭈었다.“부처님 어떻게 해야 공덕이 밤낮으로항상 증장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죽은 후 좋은 곳에 태어 날 수있습니까. 원컨대 저를 위해 그 방법을 일러 주십시오.”“젊은이여. 공덕을 짓고자 한다면 동산에 과일 나무를 심으라. 그러면나무에는 그늘이 많고 시원해 여러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으니 훌륭한공덕이 될 것이다.
다리를 놓거나 배를 만들어 강을 건너게 해주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또 배고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복덕의 집을 짓고 보시를 하거나 우물을 파서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객사를 지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쉬게 하는 일도 매우 훌륭한 일이다. 이렇게 하면 그 공덕은 밤낮으로 자랄 것이다. 만약 그대가 천상에 태어나기를원한다면 법답게 정해진 계율을 지켜라.
그러면 그 인연으로 천상에태어나게 되리라.”젊은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저는 오랫만에 훌륭한 스승을 뵈옵고 완전한 가르침을 배웠나이다.이제 일체의 두려움을 버리고 이 세상의 갈애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잡아함' 36권 997경 '공덕증장경(功德增長經)'의 가르침이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을 간다고 한다. 저승을 가면 염라대왕이 제일 먼저 묻는 것이 바로 ‘공덕을 했느냐?’라는 것으로, 이 가운데 하나라도 쌓은 공덕이 없으면 죄를 묻는다고 믿었다.
당진시 면천면의 면천향교 앞 저수지에는 볏집으로 지붕을 올린 정자가 하나 있다.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이 면천군수 시절 저수지 한 가운데에 축대를 쌓고 소박한 정자를 지었으며, 이름을 ‘건곤일초정(乾坤一艸亭)’이라 했다고 전해지는 정자다.
이 사실을 기려 지난 2006년 당진군에서는 1억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저수지 안에 현재의 정자를 짓고 돌다리를 놓아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을 위한 민속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박지원이 면천군수로 지내면서 연못에 인공 섬을 만들고 돌다리로 연결해 그 위에 ‘건곤일초정’을 지었다.
'모춘제양서신임초옥(暮春題瀼西新賃草屋) - 두보(杜甫)
늦봄 양서의 새로 빌린 초가에 쓰다
綵雲陰復白(채운음부백) : 아름다운 구름 어둡더니 다시 밝아져
錦樹曉來靑(금수효래청) : 비단 같은 나무 새벽되니 푸르기도 하여라.
身世雙蓬鬢(신세쌍봉빈) : 쑥과 같은 양쪽 귀밑머리 늘어뜨린 이 내 신세
乾坤一草亭(건곤일초정) : 천지간 기댈 곳이라곤 이 草屋(초옥) 하나뿐
哀歌時自惜(애가시자석) : 슬픈 노래 부르며 때로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나니
醉舞爲誰醒(취무위수성) : 취하여 춤추다가 누굴 위해 술을 깨랴
細雨荷鋤立(세우하서립) : 가랑비 아래 호미 메고 섰더니
江猿吟翠屛(강원음취병) : 푸르름 둘러쳐진 곳 강가 원숭이 울음 운다'
이 시는 대력 2년(767년) 3월에 기주의 적갑(赤甲)에서 양서(瀼西)로 옮겨 살 적에 草屋(초옥)의 벽에 적은 시로 초옥 일대의 풍광을 노래하면서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신세를 한탄한 것이다.
두보의 시에서 따왔다고 알려진 ‘건곤일초정’은 천지 사이의 한 초정이라는 뜻이다. 건곤일초정에 오르면 면천향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박지원이 옛 시절 유생들을 거느리고 정자에 올랐을 때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연못 가득 심어진 연꽃들이 만발하면 그 향기가 옛 선비들의 기품을 머금고 있을 듯하다. 이곳은 옛 부터 향교와 가깝고 주역의 태괘형상으로 되어 있어 향교 유생들이 자주 머물며 시를 읊고 학문을 익혔다고 전해진다.
과거 선거때마다 다리군수로 통했던 유범수.
완주군에 이어 고창군에서도 유군수가 만든 다리 기념비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필자가 2017년 10월 13일 취재 결과, 고창군 아산면 번암리 영모교 옆에 세워진 '아산초등학교 통학의 다리 준공 기념비'는 1966년 전북일보사가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한타깝게도 비석엔 날짜가 보이지 않았다.
유범수씨는 완주군수로 재직하며 다리를 세운데 이어 고창군수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이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65년 3월 26일부터 1966년 12월 3일까지 제19대 고창군수로 일했다. 앞서 그는 완주군 상관에 다리를 세웠다.
완주군 상관면 산정리 입구 '유범수공적비'엔 다리군수 유범수와 지역 사람들이 협심해 1964년 6월 5일 산정교를 세웠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는 제14대 완주군수로 1964년 2월 1일부터 1965년 3월 25일까지 일했다.
이어 그는 제16대 정읍군수로 1962년 9월 21부터 1964년 2월 1일까지 봉직했다.
이어 제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완주군 소양면에도 다리를 세웠다. 소양면 황운리 소양초등학교 옆 ‘국회의원유범수건교기공비’는 1969년 가을에 세워졌다.
유범수씨는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98번지에서 살았다. 오늘날 천주교인들이 많이 찾고 있는 초남이성지가 그가 살았던 곳이라고 이승철(국사편찬위사료조사위원)선생이 증언했다.
1967년 6월 8일에 치러진 제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완주군(전북 제4선거구)에서 민주공화당으로 출마, 3만5,329표를 얻어 당선이 됐다.
이성노 자유당 6,944표(10.55%), 임희영 정의당 2,579표(3.92%), 배성기 신민당 1만9,445표(29.55%), 유범수 민주공화당 3만5,329표(53.68%), 김택주 독립당 1,512표(2.3%)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는 1만5,884표차로 당선됐으며, 선거인수는 9만294명으로 6만5,809명이 참여, 투표율 80.61%의 투표율을 나타났다.
그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국방부장관을 향해 “별을 단 장성들이 골프에 미쳐 나라의 국방을 책임질 수 있냐”는 주장을 했다.
서슬퍼런 국부통치시대에서 현역 군인들이 벌때처럼 들고일어나자 결국 사과를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 된 것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일화의 하나다.
그러나 그후 2번에 걸쳐 국회의원(9대 무소속, 11대 한국국민당)으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신 후 1984년 7월 30일 57세로 별세했다.
11대 국회의원으로 출마했을 때 자신이 군수 시절에 지방 일을 많이해 '多利郡守(다리군수)'란 닉네임을 과시하며 유세했다는 경향신문의 기사가 보인다.
또 다른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국민당 당무위원으로 병원에서 숙환으로 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국민당 전북도당을 역임 오전 8시 신촌 원불교교당에서 별세했으며, 장지는 익산 월불교공원 묘지였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복임과 2남 1녀를 두었다.
“사적인 일이지만 파일을 펼쳐보니 편지 29통이 나온다. 당시 초등학교 교원인 나에게 스물아홉 통 적은 수가 아니며 군민 여러 분에게도 보냈을 것이니 가히 편지 왕이라 할 수 있다. 다리군수로 유명했고 처음 호는 남계(南溪)이더니 글씨를 쓰면서 승당(丞堂)이라고 했다”
그와 주고받은 편지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이승철선생은 여자 선거운동은 유범수 부인이 처음으로 기억한다면서 얼굴이 미남형인데다가 친근한 성격의 소유자로 기억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져 가는 인물이 돼 참으로 안타깝다고 증언했다.
유범수 국회의원
국회의원 유범수 건교기념비가 소양초등학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아산국민학교 통학의 다리 준공기념비
당진시 면천면 건곤일초정(乾坤一艸亭)
당진시 면천면 건곤일초정(乾坤一艸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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