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북스토리

순창과 임실, 지붕의 다정한 새 2마리, 오리의 모습인가’

순창의 재각과 재실 지붕에 새 2마리, 10여 곳에 자리 전북 최대 자랑

오리는 자손들의 과거 급제 의미

 

순창의 재각과 재실 지붕에 새 2마리가 앉아있는 까닭은’.

 

순창문화원이 2018년 발간한 '순창의 재실과 유래'라는 책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10여 곳에 자리하고 있는 바, 전북 최대를 자랑, 눈길을 끌고 있다.

 

지붕에 새가 자리하고 있는 예는 우리나라에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전경미 예원예술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조심스럽게 "지붕의 새 2마리가 오리가 아닐까" 라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자손들의 과거 급제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조선 후기 2백 년을 대표하는 화가로 33(三園三齋, 단원, 혜원, 오원, 겸재, 관아재, 현재) 가운데 한 사람이 현재 심사정이다.

 

그의 작품에 '연지유압도(蓮池柳鴨圖)'가 있다. 심사정 작품으로 특이하리만큼 화사한 빛깔로 그려져 있는 바, 이 그림을 보면 연못에서 헤엄치는 오리가 있다.

 

언뜻 생각하면 오리는 암컷과 수컷의 사이가 좋아 부부금실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오리는 장원급제를 바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림 이름 '연지유압도(蓮池柳鴨圖)'를 보면 오리 '()'자가 있는 바, '()'자를 나눠보면 '()''()'가 된다다.

 

여기서 ''은 으뜸 곧 장원 급제를 뜻한다. 오리가 두 마리면 '二甲' 곧 향시(鄕試)와 전시(殿試)에서 모두 장원급제하라는 뜻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지(蓮池) 곧 연못에는 연밥이 있다. 연밥을 뜻하는 '연과(蓮顆)'는 잇달아 합격한다는 "연과(連科)'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연못에 오리가 두 마리면 '연과이갑(連科二甲)' 곧 잇달아 두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라는 뜻이어서 이 그림은 과거를 보는 선비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 새가 기러기일 수도 있다. 평온하고 편안한 삶을 의미하는 징표이리라. 기러기와 갈대를 그린 그림은 노안도(蘆雁圖)가 아니라 '노안도(老安圖)'로 읽고 쓴다. 그 뜻도 몸조심이 아니라 편안한 노후생활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갈대()=(), 기러기()=(편안)으로 즉, 편안한 노후를 보낸다는 뜻의 '老安圖(노안도)'가 된다. 노안도는 대원군 집정시기에 성행. 대원군과 가까운 위사 강필주가 유행시켰다.

 

대원군의 당호가 노안당이다. 지금도 운현궁의 대청마루 중의 하나는 老安堂(노안당)이고, 다른 하나는 老樂堂(노락당)이다. 한국 그림 속의 기러기 + 달밤 = 安樂(안락)을 상징한다. ()은 즐거움()을 뜻해 안락(安樂)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인근 임실군엔 귀로재, 삼계서당, 노양정 등에도 이같은 사례가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