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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고창 무장현출신 이형록의 ‘고기잡이의 즐거움’ , 국립중앙박물관서 첫 선


시냇물에서 큰 고기를 잡아 기뻐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림으로,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숲과 계곡의 시원함을 그림으로 느끼며 더위를 식혔던 조선시대 피서법이 관람객들에게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기잡이의 즐거움(釣魚樂圖, 전 이형록, 조선 19세기, 종이에 엷은 색)은 고창 무장현출신 이형록(李亨祿, 1808-1883 이후)의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형록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산수인물·꽃·말 그림 등 25점이 수록된 화첩속에 나온다.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계곡에서 큰 물고기를 잡아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아들의 기뻐하는 표정과 환호하는 손동작에서 고기잡이의 기쁨이 전해진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살짝 쳐진 배, 힘이 들어간 팔뚝과 종아리 등 신체의 특징을 잘 표현했다.

궁중 화원 이형록은 그림을 업으로 삼은 가문 출신에서 출생인데다가 증조부, 조부, 부친, 숙부가 모두 화원(畵員)이었다는 사실에 전북미술사를 새로 써야 할 정도로 놀라운 발견이다.

이형록의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여통(汝通), 호는 송석(松石). 전북 무장(茂長)에서 출생했고, 1864년에 이응록(李膺祿)으로, 이어 1871년에 이택균(李宅均)으로 이름을 두 번 개명했다.

그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원 가문 출신이었다. 증조부 이성린(李聖麟, 1718~1777), 조부 이종현(李宗賢, 1748~1803), 부친 이윤민(李潤民, 1774~1841), 숙부 이수민(李壽民, 1783~1839), 그리고 손자 이덕영(李悳泳, 1780~1907 이후)도 화원이었다.

그는 많은 궁중 행사에 동원돼 그림을 그렸다. 1852년과 1861년에는 철종 초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형록은 특히 책가도(冊架圖)로 명성을 날렸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책가도는 책장에 서책과 문방구, 골동품을 그려 넣은 그림이다. 투시법과 음영법이 적용돼 서양화 영향을 받은 회화 장르로 평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2일부터 8월 4일까지 상설전시관 서화Ⅱ실(202-4·5호)에서 서직수 초상(보물) 등 24건 36점을 새로 전시한다.

김홍도(1745-1806 이후)와 이명기(1756-1813 이전)가 함께 그린 ’서직수 초상’(보물) 등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기증 ‘임진진찬도(壬辰進饌圖)’와 2022년 구입한 ‘한성부 관리들의 모임(五部契會圖)’등 처음 공개하는 서화 7건도 포함되어 있다.

‘서직수 초상’은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 이명기가 얼굴을, 김홍도가 몸체를 그린 합작품이다. 두 화가 모두 정조(재위 1776-1800) 어진 제작에 참여했을 정도로 초상화 실력이 뛰어났던 화가로, 이 초상화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이 초상화에서 동파관(東坡冠)을 쓰고 풍성한 포를 입고 서 있는 서직수(1735-1811)는 1765년(영조 41)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관리로 대성하기보다는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했던 인물이다. ‘서직수 초상’은 두 화가의 기량이 발휘된 걸작이라는 점 외에도, 서 있는 전신(全身0 초상화로 그려진 점, 흑백의 강한 대비와 버선발을 드려낸 파격성, 서직수가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남긴 평가 글 등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많아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다.

일찍 찾아온 더위를 식힐 수 있을 만큼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그림 여러 점을 전시한다. ‘소나무 아래 더위 피하기’는 계곡 옆 소나무 아래에서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다. 이는 김홍도와 함께 활동했던 화원화가 이인문(1745~1824 이후)이 즐겨 그린 소재이다. 그의 또 다른 그림 ‘소나무 숲 계곡에서의 담소’는 계곡 물소리의 청량함이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 있는 물의 흐름 묘사가 뛰어나다. 19세기 화원화가 이한철(1812-1893 이후)의 ‘바위에 기대 물을 바라보다’는 고요히 계곡물을 바라보는 ‘물멍’을 연상시킨다. 이형록의‘고기잡이의 즐거움’은 숲과 계곡의 시원함을 그림으로 느끼며 더위를 식혔던 조선시대 피서법이 관람객들에게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품 중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인 ‘임진진찬도(壬辰進饌圖)’와 2022년 구입한 ‘한성부 관리들의 모임(五部契會圖)’ 등 박물관 소장품으로 처음 전시하는 서화 7건이 포함되어 있다.

‘임진진찬도’는 1892년(임진년)에 열린 고종(재위 1863-1907) 즉위 30주년과 41세를 경축하는 궁중행사를 그린 8폭 병풍이다. 이 작품은 현재 유일하게 전하는 ‘임진진찬도’로, 고종 친정기(親政期, 1873-1907) 왕실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과 궁중 행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한성부 관리들의 모임’은 16세기 중반 한성부 5부 소속 참봉(參奉, 종9품)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契會圖)다. 한성부 관원 계회도로서는 처음 알려진 사례이다./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