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가 교육도시, 팔과정과 희현당
황방산 주변의 소와당, 혜학루와 함께 팔과정이 전주가 교육의 도시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건축물이다.
희현당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영학(營學·감영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으로, 당시 호남의 53개 고을에서 추천받은 유생가운데 30명을 선발해 양성했다. 현재 건물은 사라지고 2개의 비만 남아있다.
전북 유형문화재인 완산희현당사적비(完山希顯堂事蹟碑)는 1700년 전라감사 김시걸이 세운 교육기관인 희현당의 건립 과정과 목적, 운영 방법 등이 기록된 문화재다.
희현당사적비의 전문(全文) 일부는 다음과 같다.
“전주부성 서쪽 조금 떨어진 곳에 희현당이 있으니 바로 관찰사 김공이 세운 것이다. 공은 관찰사로 부임하게 되자 학교를 일으키고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 선화(宣化)를 펴나가는 데 있어서 급선무라 여겼다. 관찰사가 집무하던 건물을 선화당(宣化堂)이라고 하였다. 선화(宣化)란 덕을 베푼다는 의미다. 공은 희현(希顯) 두 글자로 당명(堂名)을 삼았다. 어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현(希賢)과 성인(聖人)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성(希聖)에서 나온 것이다. 현(顯)은 입신양명(立身場名)하여 그 부모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공은 기묘(己卯-1667)년 관찰사로 부임했고 신사(辛巳-1701)년 내직(內職)으로 들어갔다. 학교의 건립이 완성된 것은 신사년 5월 15일이었다'
희현당은 1701년 김시걸이 옛 사마재가 있던 터에 건립한 것으로 성인이 되고 현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希)’자와 입신양명해 부모의 이름을 드러낸다는 ‘현(顯)’자를 했다. ‘희현(希賢)’은 주돈이의 통서(通書) 지학(志學)에 ‘성인은 하늘처럼 되기를 희망하고, 현인은 성인처럼 되기를 희망하고, 선비는 현인처럼 되기를 희망한다.〔聖希天 賢希聖 士希賢〕’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학교가 완성되매 공은 선비들에게 바램(希)이 없으면 과녁이 없이 활을 쏘는 것 같아 마음을 둘 곳이 없고, 그것을 나타낸다(顯)는 욕구가 없으면 갑자가 부지런하였다가도 게을러져 학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고 여겨 특별히 희현(希顯) 두 글자로 당명(堂名)을 삼았다. 희(希)는 무슨 뜻인가! 희현(希賢, 어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과 희성(希聖, 聖人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현(顯)은 무슨 뜻인가. 입신양명해 그 부모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아아! 선비들이 뜻을 희현에 두고 공부하며, 마음을 부모의 현창(顯彰)에 둔다면 지향(指向)하는 바가 바르고 학습하는 태도가 아름답지 않겠는가 ! 또한 근본을 찾아내어 근면하다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무릇 책을 옆에 끼고 배우러 오는 사람이 모두 바른 학문에 젖어들어 큰 과업에 분발한다면 위로는 성현처럼 될 것이요, 아래로는 부모와 더불어 영광스럽게 될 것이니 이른바 희현(希顯)의 공과 현친(顯親)의 일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비는 김시걸의 업적을 기록한 것으로 1707년에 세워졌다. 희현당중수사적비 비문에 의하면 1715년 관찰사 이집이 중수하려다 교체되어 이루지 못하였다가 이주진이 1738년 관찰사로 부임해 와서 건물을 넓히는 한편 학생 선발 등 학칙 40여 조목을 마련했다. 이 중수 사적비는 1743년 세워졌다.
희현당에서는 ‘希顯堂藏板(희현당장판)’이라고 해서 18세기말에 여러 책이 출판됐다. 특히 이 책을 출판하면서 만들었던 무쇠 활자는 ‘希顯堂 鐵活字(희현당 정활자)’로 불리는데 무쇠를 녹여 만든 활자다. 이 활자를 이용해 많은 책이 발간됐다. ‘朴公贈吏曹參判忠節錄(박공증이조참판충절록)’을 보면 보면 ‘崇禎紀元後癸未(1823년)孟夏希顯堂開刊(숭정기원후계미맹하희현당개간)’이라는 간기가 붙어 있다. 신흥고등학교 강당과 본관 포치는 2005년 6월 18일 등록문화재 제172호로 지정됐다. 1982년 화재로 소실된 본관 건물은 가운데 정면 포치만 남아 있지만 ‘희현(希賢, 어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과 ‘희성(希聖, 聖人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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