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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승려 ‘의겸’, 개암사와 안국사 괘불을 그리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한국의 괘불’제2 전라지역편에 내소사, 개암사, 금당사, 안국사 괘불 소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국보·보물로 지정된 괘불의 특징을 지역별로 고찰한 학술총서 '한국 괘불의 미'의 영문판(제 1편, 경상지역)과 국문판(제 2편, 전라지역)을 펴냈다. 국문판(제 2편)에는 전라지역 사찰 15곳에 있는 괘불 15점과 초본 1점에 대한 조사 결과가 담겼다.
전라지역의 화승(畵僧)과 도상 분석, 불교의식집에 대한 조사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전라지역 괘불의 역사성과 조형적 특징에 대한 연구결과를 수록했다. 또한, 괘불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초창기 괘불과 전라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의겸(義謙, 1713~1757), 비현(丕賢, 1757~1780)과 같은 여러 화승이 제작한 괘불의 세부 모습을 정교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고해상도의 사진으로 수록했다. 의겸은 18세기 전반 전라지역과 경남지역에서 폭넓게 활동한 화승, 비현은 18세기 후반 전라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화승이다. '화기(畵記)'도 소개 눈길을 끌고 있다. '화기'는 불화의 제작 시기와 장소, 조성에 참여하거나 기여한 사람들의 이름 등을 기록한 것으로, 주로 그림 하단에 적혀 있다. 보물로 지정된 내소사, 개암사, 금당사, 안국사 괘불이 이 책자에 실렸다.


△내소사 괘불탱

전북 지역 괘불은 진안 금당사(1692), 부안 내소사(1700), 무주 안국사(1728), 부안 개암사(1749), 부안 개암사 초본(1749), 완주 화암사(1917), 전주 남고사(1920), 진안 천황사(1941), 남원 선원사(1942) 등에 현존한다.
괘불은 큰 재(齋)나 초파일 같이 대중이 많이 모이는 날 법당 앞 괘불걸이에 거는 의식용 불화다. 또한 죽은 영혼이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천도의식을 행할 때에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대형 괘불을 걸었다.
내소사 괘불탱은 1700년(숙종 26년) 6월 일곱 명의 화승에 의해 그려졌으며,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보살과 여래가 에워싸고 있다.
능가산 내소산 봉안에 참여한 화승은 천신(天信)을 비롯, 승선(勝先), 각융(覺融), 새형(璽泂), 난익(鸞翼), 해안(海眼), 국견(國堅) 등이다.
하단에는 괘불 조성에 참여한 49명의 시주자들이 기록돼 있다.
석가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영산회괘불탱으로,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 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이다.
이 괘불은 길이 10.50m, 폭 8.97m로 본존불인 석가불은 중앙에 화면 가득 그리고 석가불 좌우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배치했으며, 그 뒤로 다보여래와 아미타여래, 관음보살, 세지보살 등의 4보살이 서 있는 7존 형식구도를 이루고 있다.
각 존상들은 둥근 얼굴에 원만한 체구를 지니며 뺨과 눈자위, 턱밑, 손과 발은 옅은 분홍색으로 처리해 밝아 보인다. 주로 붉은색과 녹색을 사용했고 연한색을 넣어 경쾌함을 느끼게 한다.
이 괘불은 콧속의 털까지 묘사하는 선의 정밀함, 화려한 옷의 무늬와 채색으로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다.
17세기말에서 18세기초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며 각 인물마다 명칭이 있어 불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귀중한 작품이다.

△개암사 영산회 괘불탱 및 초본

개암사 괘불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중앙에 안치하고 상단에는 다보여래와 아미타불,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담고 있다.
개암사 괘불은 당시 최고의 승려 화가였던 의겸(義謙)을 비롯, 영안(永眼), 민희(敏熙), 호밀(好密) 등 13명이 함께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가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영산회괘불탱이다,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 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을 말한다. 괘불에서 많이 그려지는 영산회상도는 석가가 설법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길이 1,321cm, 폭 917cm의 이 괘불은 석가를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현보살이 서 있고 뒷쪽에는 다보여래, 아미타여래, 관음보살, 세지보살이 있으며, 앉아 있는 2구의 작은 불상도 보인다.
석가는 머리끝에서 다섯 줄기의 빛이 나며 오른쪽 어깨가 드러난 우견편단의 옷을 걸치고 서 있는 모습이다. 각 상들의 얼굴 형태와 어깨는 각지게 표현, 경직되어 보이며, 눈썹은 처지게 처리했고 선은 매우 정밀하고 세련되어 강한 인상을 준다.
채색은 주로 붉은색과 녹색에 금색을 사용했고 군청색을 넣어 색채 대비도 보여주고 있다.
1749년(영조 25년) 승려화가 의겸이 참여한 그림으로 화면을 꽉 채운 구도와 경직된 형태, 강렬한 색채 등으로 18세기 중엽의 양식적 특징을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며, 제작 연대도 확실, 우리나라 불교 회화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화승인 의겸의 이름 앞에는 학문과 덕행이 높은 스님 앞에 붙이는 '존숙(尊宿)'이라는 존칭이 있어 그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개암사 괘불탱의 밑그림도 남아 있는데, 현재 밝혀진 유일한 것으로 당시 괘불화의 제작 과정과 필치 등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개암사 괘불’은 괘불 중에서도 매우 큰 불화로 펼쳤을 때 높이가 13m 17cm에 이른다.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의 석가삼존(釋迦三尊)을 중심으로, 상단에 다보여래와 아미타불,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그려 칠존상(七尊像)을 표현했다.
화면 하단에는 제작 연대와 괘불의 명칭, 시주자 등 불화 조성에 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이 괘불은 영산회(靈山會) 의식에서 사용되는 ‘영산괘불(靈山掛佛)’로 조성됐다.
그러나 개암사에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이 괘불은 영산재(靈山齋·죽은 사람을 위한 재) 등의 의식 이외에 기우제(祈雨祭)를 지낼 때도 사용됐다.
19세기 부안 지역에 가뭄이 계속되자, 괘불을 걸고 부처에게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제(祭)를 청하자 비가 내렸던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또, 괘불 제작을 위해 일반 신도 191명과 승려 59명을 합해 모두 250인이 물품 등을 공양했다고 전해진다. 괘불의 바탕은 너비 30㎝의 삼베 28폭을 이어서 마련했으며, 화려한 채색을 위한 안료를 비롯, 많은 물품이 사용됐다.
개암사에는 이 괘불과 같은 크기의 초본(草本·밑그림)이 함께 전해지는데, 괘불의 초본이 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완성된 불화와 초본이 함께 전해진다는 점에서도 ‘개암사 괘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금당사 괘불탱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 금당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됐다. 전해지는 천년고찰로 진안군에 위치하며 마이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금당사엔 보물 제1266호 금당사괘불탱,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8호 금당사목불좌상, 문화재자료 제122호 금당사석탑이 모셔져 있다.
금당사 괘불탱은 길이 약 8.70m, 폭 약 4.74m의 크기로 야외에서 법회나 의식을 올릴 때 걸어 놓고 예경을 올리는 대형불화다. 금당사 괘불은 1692년(숙종18)에 명원(明遠), 허헌(虛軒)스님 등 화원 스님 4명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괘불은 원형두광에 거신광배를 지닌 본존불로 연꽃 가지를 들고 있는 독존 형식의 보관불이다. 채색이 화려하고 유려한 모습으로 17세기 후반의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이 괘불은 길이 9.66m, 폭 4.97m의 관음보살 입상으로 광배의 끝부분은 화려한 색을 이용, 불꽃무늬를 표현했고, 불꽃무늬 안에는 좌우에 각각 작은 불상을 10구씩 두었다.
머리에는 수 많은 부처의 얼굴이 있는 보관을 쓰고 있으며, 그 좌우에는 봉황이 그려져 있다. 이목구비는 작게 표현되었고, 신체에 비해 얼굴이 크게 그려졌다. 연꽃 가지를 들고 있으며, 화려한 장식과 문양의 옷 모습이 화면을 압도한다. 채색은 주홍색을 주로 사용했으며 녹색과 분홍색, 흰색을 이용하여 은은한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화가 명원(明遠), 처헌(處軒), 위청(偉淸), 치(致)ㅇ 등 4명이 그린 이 괘불은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은은한 무늬와 색상이 17세기 후반 불화의 모습을 잘 표현, 통도사괘불탱화 및 무량사미륵불괘불탱화 등과 함께 장엄형 괘불 탱화의 최고 걸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화기'란 위에는 1951년 7월에 궤불을 보수한 내용을 기록한 '보결불사록(補䤿佛事錄)'이 있다
'금당사 괘불'은 무엇보다도 기우제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를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단비를 내려준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멀리에서도 보며 위안을 받도록 큰 괘불을 걸고 야단법석을 행하는 불교 의식이 웅숭깊다.

△안국사 영산회 괘불탱

석가가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영산회괘불이다.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 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 그림이다.
의겸 등 여러 승려 화가들이 그린 이 그림은 본존불을 강조하여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의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1792년(정조 16년), 1809년(순조 9년)에 뒷벽을 새단장한 기록이 있어 승려화가인 의겸이 활약한 1730년(영조 6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길이 11.08m, 폭 7.31m 크기의 이 영산회상도는 석가불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다보여래, 문수, 보현보살이 있고, 왼쪽에는 아미타불, 관음, 대세지보살이 서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석가모니는 화면 중앙에 서 있는데 이목구비는 큼직큼직하며 건장하고 각진 어깨, 노출된 가슴, 유난히 길게 늘어진 팔, 짧아 보이는 하체를 지녔으며 이렇게 크고 건장한 신체는 보는 이를 압도하는 듯하다. 녹색과 주황색을 주로 사용했고 회색, 분홍 등 중간색을 넣어 은은한 분위기를 나타내며 구름, 연꽃, 단청문양 등으로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