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증후군’이라고도 부르는 ‘락트인 증후군(locked-in syndrome)’은 의식은 있지만 전신이 마비되어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비유하자면, 가위눌리는 증상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지속된다. 대뇌와 소뇌는 정상적인 상태라서 의식도 있고 외부 자극도 정상적으로 인지할 수 있지만, 뇌에서 나오는 운동신경을 척수로 이어주는 뇌간이 손상되어서 환자가 움직일 수가 없어 소통이 불가능하다. 전신 마비 상태지만 의식이 있다는 점 때문에 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다뤄지고 있다.
어느 날 깨어나 보니 온몸이 굳어 있었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움직이는 거라곤 왼쪽 눈꺼풀과 눈동자밖에 없었다. 심각한 상황이란 건 자기 앞에 있는 사람들이 온통 의료진임을 보고 알았다. 눈을 뜬 주인공은 자신이 왼쪽 눈꺼풀 외에 움직일 수 없음을 발견한다. 며칠 전만 해도 프랑스 엘르의 편집장으로 잘 나가던 남자였다. 영화는 장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를 담았다. 그는 잠금증후군 상태에 놓였다. 의식은 그대로지만 전신마비로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엘르 편집장으로 잘 나가던 남자는 자신의 상황에 고함을 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지도 울지도 못하는 게 그가 처한 상황이었다. 자기 몸에 감금돼버린 것이다. ‘잠수종과 나비’(2008)는 장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그는 자기 몸에 갇히기 전까지 잘 나가던 남자였다. 패션 업계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선망해봤을 엘르의 편집장이었다. 화보 촬영장과 패션 산업의 중심지를 누비는 화려한 삶이었다. 아이들과 시간도 나름 잘 보냈다. 뇌졸중으로 쓰러지던 그날에도 아들과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갑자기 희귀병에 걸려버린 그는 기억 저 아래쪽으로 잠수하게 됐다. 주인공은 기억의 아래로 아래로 헤엄친다.
‘락트인 증후군’은 얼굴을 포함한 전신이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증상만 보면 혼수상태와 구분이 힘들다. 그렇지만 뇌에 전체적으로 병적 변화가 발생한 혼수상태와 달리 뇌간만 손상된 상태라서 ‘락트인 증후군’ 환자는 의식도 있으며 신체 감각도 정상적으로 느낀다. 중간뇌가 손상되지 않은 ‘락트인 증후군’ 환자는 전신마비 상태라도 눈을 뜨거나 안구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서 눈을 활용한 의사소통을 시도할 수 있다.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던 박완서는 단편 '내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에서 식물인간 아들을 수발하는 어느 어머니를 질투했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그렇게 부럽더라.' 케이는 자식 앞세운 부모들에 비하면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속담에 '긴 병(病)에 효자 없다'고 했지만 반평생을 가는 병에도 어머니는 있었다. '신(神)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냈다'(탈무드) 병상에 누워있는 모든 사람들아! 병상에서 일어나 지금 당장 걸어보아라. 입춘을 며칠 남지 않은 오늘, 구름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청룡처럼./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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