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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탄허(呑虛)스님의 ‘화리생련(火裏生蓮)’ 첫선, 국립춘천박물관 ‘오대산 월정사: 절, 산 속에 피어난 이야기’전

김제출신 탄허(呑虛)스님(1913~1983)의 불꽃 속에서 핀 연꽃을 의미하는 ‘화리생련(火裏生蓮)’이 첫선을 보인다,
이 글씨는 고난을 딛고 다시 대가람을 이룩해 강원도 불교문화의 중심 월정사를 대변하는 말이다. 스님의 선필에서 오대산 자락에 내재된 불교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국립춘천박물관과 월정사성보박물관은 다음달 15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3년 강원세계산림엑스포 개최 기념 특별전 ‘오대산 월정사: 절, 산 속에 피어난 이야기’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오대산에 자리한 사찰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한반도의 중추를 이루는 태백산맥에는 비슷한 크기의 다섯 봉우리가 고리처럼 벌려 선 오대산이 자리해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오대산은 나라 안의 명산 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이며, 불법이 길이 번창할 곳이라고 여겨졌다.
전시는 강원의 불교 신앙이 탄생한 자연, 즉 산과 산에 녹아있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한반도의 중추를 이루는 태백산맥에는 비슷한 크기의 다섯 봉우리가 고리처럼 벌려 선 오대산이 자리해 있다.
전시는 국보 1건, 보물 7건, 국가민속문화재 1건, 강원특별자치도 지정문화재 13건 등 총 50여 건의 중요 문화유산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특히 1466(세조 12)년 조성된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과 1661년(현종 2)에 조성된 ‘상원사 목조문수보살좌상’ 안에서 나온 복장물은 이번 전시를 위해 함께 사찰 밖을 나선다.
두 상 안에서 나온 명주적삼과 무문사적삼, 회장저고리 모두 산문 밖 전시는 처음이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오대산 신앙의 시작’에서는 오대산의 불교 신앙이 시작된 자장의 이야기와 사리 신앙을 살핀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출토 사리장엄구’ 등을 만날 수 있다. 제2부 ‘부처와 보살, 산에 머물다’는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등 오대산의 불상과 보살상 등을 만난다.
제3부 ‘산 너머, 함께 만든 이야기’에서는 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사고 흔적과 다른 지역 승려와 함께 한 불사 등을 조명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사찰을 다시 일으킨 한암 스님(1876~1951)과 탄허 스님(1913~1983) 필적이 전시된다.
전시의 마지막은 탄허 스님의 글씨이다. 불 속에서 핀 연꽃을 의미하는 ‘화리생련(火裏生蓮)’은 고난을 딛고 다시 대가람을 이룩해 강원도 불교 문화의 중심이 된 월정사를 대변한다는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탄허는 한국의 고승이자 불교학자, 속명은 김금택(金金宅)이다. 탄허는 법호이며 법명은 택성(宅成)이다. 1913년 김제군 만경읍 대동리에서 태어났다. 기호학파 최익현 계통의 이극종으로부터 한학을 배웠고 도학에도 상당히 밝았다. 15세부터 도(道)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고승 한암과 서신문답을 주고받은 뒤 1934년 22세의 나이로 오대산 상원사에서 출가했다. 이후 한암의 밑에서 15년 동안 수행했다. 오대산 월정사 조실과 연수원장을 지냈으며, 1964~1971년까지 동국대학교 대학선원 원장을 지냈다. 1967년 조계종 중앙역경원 초대원장이 되어 불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동양철학에도 해박해 일본·대만 등 해외에서 열린 동양학세미나에서 화엄학 등을 강의하기도 했다.
특히 대만대학교에서 비교종교에 대한 특강을 하여 세계적인 석학으로 추앙받았다. 1983년 월정사 방산굴에서 나이 71세, 법랍 49세로 입적하였다. '화엄론' 40권과 '보조법어', '사교(四敎)', '사집(四集)', '초발심자경문', '반야경', '능엄경', '기신론', '원각경'등 많은 불전을 번역했다. 인촌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입적 후 국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화리생연(火裏生蓮)'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 연꽃이 핀다는 의미다.
이 글은 서산대사의 휴정(休靜)의 선시(禪侍)집인 '청허당집(淸虛堂集)' 권1에 '시의천선자(示義天禪子)'란 제목으로 벽천선자(碧泉禪子, 의천, 義天)에게 준 전형적인 선가시 2수에 있는 말이다.
'火裏生蓮雖好手 爭如千劍日中行(불길 속에서 연꽃을 피게 하는 솜씨 비록 뛰어나나 천 개의 칼로 해의 운행을 막는 것만 하겠는가)'라고 되어 있다.
혹은 '화리화(火裏花)', '화중화(火中花)', '화중생화(火中生花)'모두 같은 뜻이다.
이재열 국립춘천박물관장은 “오대산이 품고 있는 신앙과 사람 등 많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라며 “강원 전통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