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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조선 ‘타임캡슐’ 이재난고 보물 승격해야




조선시대 타임캡슐로 불리는 ‘이재난고’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가 됐다. 고창군은 이재 황윤석(1729~1791)의 친필 일기인 ‘이재난고’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부터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는 과기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기술에 관한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높고 계승할 필요가 있는 자료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등록·보존·관리하기 위한 제도다. ‘이재난고’는 고창출신 황윤석이 10세 때부터 눈을 감기 직전까지 53년간 ‘난고’라는 제목으로 쓴 일기를 한데 엮은 책이다. 58책 500여만 자에 이르는 이 책은 과학기술사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온천, 제련법(製鍊法), 구리의 분류와 배합 비율의 변화, 광물과 광산, 식물의 명칭 연구, 의학이나 물산 등의 자료가 기록돼 있다. 다산 정약용의 저술보다 100년 정도 앞서며 훨씬 정교하고 그 양도 많다고 군은 설명한다. 후대 서유구 등의 실학자가 대부분 외국자료를 인용했던 바와 달리 이재난고에는 인용 기록과 함께 당시 상황까지 적혀 있다.
“과거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날 일행과 함께 점심식사로 냉면을 배달시켜 먹었다” 1729년 오늘(5월 25일), 고창에서 태어난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은 일기처럼 쓴 '이재난고(전북 유형문화재 제111호)'에서 우리나라 ‘배달의 역사’를 250여년 전으로 끌어올린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음식기록으로 보인다. 1768년 7월 7일, 나이 마흔에 시험을 치른 뒤 맛본 냉면이었으니 얼마나 시원했을까. 그는 서른한 살에 진사시험에 합격했지만 문과에 급제하지 못하고 결국 낙향해 생을 마감한다. 이는 영·정조시대 최고의 천문학자 탄생기이다. 시험을 마치고 치맥을 먹는 요즘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일을 치른 뒤에 맛있는 음식으로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자 하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하는 심리라고 볼 수 있다.
황윤석은 성리학자이자 실학자로 수학과 천문학, 지리학, 역사학, 언어학, 기술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윤종기(輪鐘記)’는 자신이 관찰한 자명종을 상세히 서술하고 기어비나 작동원리를 방대한 도표로 기록했다. 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홍대용의 혼천시계를 복원할 때 ‘이재난고’에 담긴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난고는 학자들의 연구 대상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을 넘어 국민들에게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그 과정에서 당대의 기록이 현재의 삶에도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히는 일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이재난고’는 조선시대 타임캠슐이라 불릴 만큼, 국가적으로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으나, 그동안 도유형 문화재로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이재난고’를 보물로 승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