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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마도 3호선'에 실린 젓갈은 고창, 정읍에서 고려 권력층에 보내졌다. 목포해양유물전시관, ‘고려도기 - 산도해도 주재도기(山島海道 舟載陶器)’열려

 

태안 '마도 3호선'에서 발견된 목간엔 죽산현에서 개경에 있는 윤방준 댁에 게젓 한 항아리를 올린다는 내용이 있어 해남에서 개경의 권력자에게 게젓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마도 난파선의 도기 항아리에 담겨 있던 젓갈로 게젓, 새우젓, 전복젓, 홍합젓, 고등어젓과 청어·밴댕이·전어·조기를 한데 담은 잡어(雜魚)젓도 있었다. 요즘도 먹는 젓갈들이다. 배에 실렸던 젓갈들은 각종 곡물, 식재료와 함께 전남 나주, 장흥, 해남, 여수, 전북 고창, 정읍에서 개경과 강화도에 보내졌다. 받는 사람은 당시 고려의 권력층이었다. 무신정권기 최고 권력자 중 하나였던 김준, 왕명 출납을 담당한 3품 고위직 관리인 승제 유천우, 4품의 시랑 신윤화, 대장군 윤기화, 무관인 교위 윤방준 등의 수취인이 확인됐다. 난파선에서 발견된 전라도의 젓갈은 예부터 지금까지 귀하게 대접받고 사랑받은 지역의 전통 음식문화가 잘 이어져왔음을 보여준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5일부터 2024114일까지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 특별전 고려도기 - 산도해도 주재도기(山島海道 舟載陶器)’를 갖는다.

산도해도(山島海道) 주재도기(舟載陶器)’는 송나라 사신 서긍이 1123년 고려 방문 당시 경과와 견문을 적은 여행보고서인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권제32 기명(器皿) 관련 내용에서 차용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도기(陶器)는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그릇문화의 중심에 있었으며, 자기(磁器)의 시대인 고려~조선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질그릇, 옹기라는 이름으로 변함없는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양과 육상 유적에서 출토된 고려도기를 비롯하여 도기와 관련한 고문헌과 회화, 재현 도기, 영상콘텐츠, 모형 등 27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1부에서는 그릇문화 1만 년과 고려도기를 주제로 우리나라 그릇문화의 역사 속 도기의 특징과 제작 기술을 소개하고 생활·분묘(무덤)유적 출토 도기 70여 점을 선보인다.

2고려, 푸르고 검은빛 그릇의 공존에서는 동시대 절정기를 이룬 고품격 도기와 청자, 고려 왕실의 술을 의미하는 양온(良醞)’이 새겨진 도기 술병(서울시유형문화재), 각종 의례용 도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양온(良醞)’맛있는 술을 빚는다는 뜻으로, 고려시대에는 왕이 마시는 술을 양온이라 하였고, 왕실과 국가의례에 사용하는 술을 담당하는 관청 양온서(良醞署)’가 있었다.

3고려도기의 길, 바닷길은 고려시대 침몰선 태안 마도1·2·3호선에서 건져낸 유물들을 중심으로 지역 토산품 포장 운송용, 선상생활용, 도량형 용기 등 도기의 다양한 용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전시이다. 고려 무신정권기 최고위층과 권력 기관들에 보내는 풍요로운 물산이 실렸던 마도3호선의 이야기를 다양한 연출 영상과 모형으로 흥미롭게 조명한다.

다음달 20일에는 고려도기의 가치를 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 누리집(www.seamuse.go.kr/mokpo)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