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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채용신의‘화조도’와 허산옥의 '화조도' 진주에 첫선

전북출신 석지 채용신(1850~1941)필 ‘화조도’와 남전 허산옥(1924~1993)’의 화조도가 진주에 첫선을 보인다.
신윤복의 ‘수탉’, 김기창의 ‘모란’ 등 우리나라 채색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경남 진주시에 마련됐다. 시와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1월 5일까지 ‘한국 채색화의 흐름Ⅱ’ 특별전을 갖는다. 이 자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공동기획 전시로, 국립진주박물관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두 곳에서 펼쳐진다.
이번 특별전은 고려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꽃과 새’를 중심으로 한국 채색화의 흐름을 조명한다.‘꽃과 새, 곁에 두고 즐기다’를 주제로 고려시대 임천의 ‘수덕사 벽화 모사도’를 비롯해 신잠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화조도’, 신윤복의 ‘수탉’, 신명연의 ‘화조도’, 남계우의 ‘화접도’, 궁중장식화 ‘모란도’등 34점이 선을 보인다. 이와 함께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화조문 도자기’도 소개된다.
채용신의 ‘화조도(花鳥圖)’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 20세기초의 작품이다. 채용신이 계절별로 다양한 꽃과 새를 그린 화조도 10폭 병풍이다. 제1폭에 '석지' 인장과 '정산군수채용신(定山郡守蔡龍臣)' 인장이 찍혀 있다. 제1폭에는 매화, 동백, 꿩한쌍과 새끼 꿩이 있다. 달을 배경으로 한 매화와 참새는 현전하는 창덕궁 소재 화조 병풍과 유사한 표현이다. 제6폭의 개구리와 올챙이, 제7폭의 앵무가 꽃을 들어 향기를 맡는 모습은 이전화조화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으로 채용신 화조도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하늘과 물의 옅은 색과, 꽃과 새의 원색은 화려하면서도 조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채용신은 무과출신 관료이면서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을 제작 총괄하는 주관화사를 역임했다. 그는 서울 출신이지만 전북 지역과 인연이 깊다. 조상 대대로 전북 지역에서 생활했고, 낙향 후에도 전주와 익산, 정읍 등에서 화실을 열고 활동하며, 우리 지역 인물들의 작품을 남겼다 고종의 어진 제작 후, 고종이 직접 변산의 채석강에서 유래해 ‘석강(石江)’이라는 호도 선물하였다 하니, 채용신과 고종의 관계가 각별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채용신은 전통적인 초상화 제작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서양화법과 사진 기술을 받아들인 근대기 초상화로 잘 알려졌지만, 초상화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이번에 공개하는 병풍은 채용신 특유의 화풍으로 꽃과 새, 동물을 표현한 작품이다. 채용신은 초상화가 가장 유명하지만, 이외에 산수, 화조, 영모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그렸다. 이 작품에서 그의 재능과 역량을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1·2층 기획전시실에는 ‘낙이망우(樂以忘憂) 꽃향기, 새소리’를 주제로 이도영과 김은호가 그린 꽃과 새 그림부터 김기창의 ‘모란’, 정진철의 ‘호접도’, 그의 아들 정은영이 그린 ‘양귀비’와 ‘맨드라미’가 전시된다. 그 외 정찬영, 김흥종, 유지원, 이경수, 천경자, 허산옥, 이숙자, 오낭자, 이화자, 원문자, 이영수, 황창배 등 24명의 작가 작품 52점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자리엔 김제출신의 남전 허산옥(1924~1993)의 ‘화조도’가 선보인다. 본래 이름은 허귀녀이다. 작품에 사용하는 호는 남전(藍田)이라 많이 기록됐으나, 정식 호는 행원(杏苑, 또는 杏園)으로 더 알려졌다.(전북여성백년사 432쪽) 허산옥은 ‘권선문(勸善文, 보물 제728호)’을 남긴 설씨부인(1429~1508), 몽연 김진민(1912~1991), 우향 박래현(1920~1976) 등과 함께 전북을 빛낸 여류 미술 인물이다.
'老來靑帝亦風流(노래청제역풍류) 늦게 온 봄의 신은 풍류가 아직 있고
年少花王正黑頭(연소화왕정흑두) 나이 어린 모란은 머리가 새까맣네.
最憶東風舊遊路(최억동풍구유로) 동쪽 바람 노닐던 옛길을 생각하니
殘紅亂紫不勝愁(잔홍란자불승수) 흩어진 붉은 꽃에 수심을 못 이기네'

그의 이같는 내용의 화조도도 빼놓을 수 없다. ‘꽃피고 새날고’가 많다. 모란, 소나무, 매화 등 각종 꽃과 학, 텃새, 닭을 비롯한 새를 중심으로 한 화조도를 펼쳐보이지 않았나.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려 낸 문인화에 함축된 사상과 철학은 깊어가는 4계절의 정취와 수묵의 향기로 듬뿍 묻어난다. 색채가 아주 화려하기 보다는 부드럽고, 수묵을 바탕으로 문인화다운 필선을 보이면서 맑은 담채풍의 시원스런 느낌을 주는, 특성을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노출시켰다.
시 관계자는 “특별전 전시뿐만 아니라 전시기간 중인 9~10월에 개최되는 학술강연회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며 “9일부터는 이성자미술관에서 어린이들이 채색화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주말 체험교육도 진행한다”고 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