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우리가 순종적인 여성이 아님을 드러내는 표식이었고, 남자들에게 ‘엿 먹어라’ 내지르는 감자주먹이었고, 영혼을 해방시키는 해원의 깃발이었다.”
'영초언니'의 서명숙 작가가 수십 년간 한국에서 흡연 여성으로서 보고 겪고 듣고 당하고 ‘해 댄’ 일들에 대한 자서이자, 오기와 끈기로 취재하고 탐구한 ‘담배와 여성’에 대한 성실한 르포. 그의 끽연사는 지독한 블랙코미디와 부조리한 시대극을 오간다. 대학 시절 담배 때문에 남학생들과 패싸움에 휘말리고, 급기야 경찰에게 따귀까지 맞았으며, 결혼식 날엔 기념 담배를 피운답시고 흰 장갑을 벗어 놓았다가 맨손으로 신부 입장을 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 여성들의 흡연 에피소드를 발랄한 입담으로 전한다.
김홍도의 그림 ‘시주’는 두 승려가 시주를 청하자 여성이 장옷을 머리에 올리고 시주돈을 꺼내려는 모습이다. 그 옆에는 시중을 드는 하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담뱃대를 들고 있다.
하지만 19세기에도 여성의 흡연은 계속되었고, 금연이 칭송받는 일이 되어 묘지명에 기록되기까지 했다. 임헌회(任憲晦, 1811~1876)는 곧 혼인할 딸에게 금연하라고 훈계하였다. 이는 사대부 여성 대부분이 혼인한 뒤 흡연을 시작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러한 가부장적인 흡연 예절은 흡연에서 여성을 배제하였지만, 여성들은 이 규범을 “무시하는 대응”으로 자신들의 흡연문화를 만들고 이어왔다.
조선 말 성리학계를 대표하는 간재 전우(艮齋 田愚 1841~1922)는 돌아가신 어머니 양은옥의 묘지명을 스승인 임헌회에게 지어달라고 청했다.
임헌회는 양은옥이 양반집 아녀자로 생전에 했던 훌륭했던 일들을 갖고 묘지명을 지었는데 여기에는 놀랍게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일을 유독 강조했다.
당시 양반가 여성들의 흡연이 만연한 가운데 양은옥은 올곧게 흡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받을 많다는 것이다.
신윤복의 그림 '연소답청(年少踏靑)'은 양반들과 기녀들이 꽃놀이 가는 모습을 담은 풍속화로 말을 탄 기녀들 앞뒤로 양반들이 담뱃대를 들고 시중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최근들어 광주 남부소방서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운전자가 담배를 피면서 주유를 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과태료 처분을 내려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이 민원에는 20대로 추정되는 여성 운전자가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셀프 주유소에서 흡연 상태로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남긴 영상도 첨부됐다.
이 영상은 유튜브 한 채널에 소개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영상에는 차주로 보이는 운전자가 한 손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기름을 넣는 모습이 전부 담겼다. 이 운전자는 담배를 든 손으로 주유기를 만지작거리고, 주유건을 빼려는 순간에도 담배를 든 손이 그 근처로 내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해당 민원을 접수한 남부소방서는 단속 권한이 없어, 관할 기관인 광주 남구에 "블랙박스 영상으로도 흡연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냐"고 문의했다. 남구는 '이 사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행법인 국민건강증진법은 학교 인근 등을 '흡연금지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포함되지 않지만 금연구역으로 규정돼야 하는 곳들은 각 지자체가 자체 조례에 별도로 '흡연금지구역'으로 지정한다.
국민건강증진법이나 각 자치구 조례가 지정하는 흡연금지구역 내 흡연 행위자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국민건강증진법에도, 광주 남구 조례에도 '주유소'는 흡연금지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해당 흡연자에 대한 흡연 과태료 처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이 때문에 남구도 이 사건을 인지했지만 과태료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주유소가 흡연금지구역에 포함된 것으로 가정해도, 이 흡연자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힘들다. 통상적으로 흡연금지구역에서의 흡연 과태료 처분은 '현장 적발'이 원칙이기 때문이다.시민들이 흡연 관련 민원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제기하더라도 사법기관이 아닌 지자체는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다.
블랙박스 영상 등 확실한 물증이 있더라도 흡연금지구역에서의 흡연은 '사람'이 부과 대상이지 '차량'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차적 조회 등을 통한 신원확인도 사실상 어렵다.
남구 관계자는 "주유소 내 흡연은 건강증진법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례를 기준으로 단속을 해야 하는데 주유소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추가로 고시 공고를 진행, 주유소 또한 흡연금지구역에 포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하마터면 주유소는 물론이고 근처에 있는 차와 상가까지 날릴 뻔했다",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저런 모습은 보는 즉시 제지해야 한다", "상식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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