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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전북도립미술관, 3월 5일까지 '마중시루'





‘산’이미지를 단순히 표현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신성하고 거룩한 장소로서의 산(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전시가 마련됐다.
전북도립미술관은 내년 3월 5일까지 본관 1, 2전시실에서 '마중시루'를 갖는다. 미술관은 개관 이후 현재까지 소장품 중 일부를 선별, 전시를 개최해오며 도민의 공공자산인 미술관 소장품의 감상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내 미술 문화의 저변을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산’과 관련한 작품들을 엄선,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마중시루'는 우리가 마주하는 산을 단순한 자연물로서의 대상이 아닌 신과 맞닿는 성스럽고 거룩한 장소이자 생명력을 지닌 실체로 접근한다. 여기서는 작가가 산을 그리는 작업을 산의 겉모습을 재현하거나 모방하는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려진 산은 산의 정령이나 산신을 조우한 작가의 경험이 압축되어 나타난 또 다른 객체다. 작가가 산을 그리는 행위는 일종의 ‘샤먼’적 행위로 산의 정령이나 영혼을 작가가 작품으로써 소환하는 것으로 본다.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된 고보연 작가의 '그녀의 이름은'은 작가 참여 작품이다. 미술관 소장품인 고작가의 '엄마의 산에서 머물다'와 함께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는 일종의 샤먼으로서 여성의 젖무덤으로 만들어진 모산(母山)을 전시장에 소환한다. 처연히 솟아 동시에 산으로도 작동하는 무덤들 옆에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던 수많은 어머니의 영을 소환함으로써 삶을 기리고 위로하는 제의를 열어젖힌다.
전북미술계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유독 산을 주제로 한 그림이 많다. 이는 2,012점의 전북도립미술관 소장품을 주제에 따라 분석했을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따라서 본전시는 산을 주제로 한 그림을 통해 전북지역의 지역적 특징(locality)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지역 작가들이 산을 인간과 평등한 위치의 객체로서 마주하고 있는 태도를 주목했다
‘마중시루’는 산의 정령을 마주하면서 맞이하는 의례를 의미한다. 관람자는 전시장에 소환된 산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마주하게 될 터이다. 《마중시루》는 2023년 3월 5일(일)까지 진행되며,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 중 고작가의 '그녀의 이름은'을 제외하고 모든 작품은 전북도립미술관 홈페이지(jm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