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북스토리

‘쉿 물럿거라’ 경기전 올릴 ‘취두’가 침몰 운반선에

 




<속보> 잇따라 경기전에 올릴 ‘취두’가 발견되면서 전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관련 기사 본지 2021년 9월 10일자>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5월 충남 태안 양잠리 청포대 갯벌 일대에서 발굴한 취두 상단과 검파를 최근 들어 공개했다.
조선 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식 기와 ‘취두’(鷲頭)가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추었다.
‘취두(鷲頭, ‘독수리 머리’라는 글자이지만 실제로는 ‘용 머리’를 의미)‘ 는 ‘궁궐 등 왕실 관련 건축물 용마루 양쪽 끝에 설치하는 대형 장식 기와’, 검파(劍把)는 ‘취두 상단에 꽂는 칼자루 모양의 토제 장식품’이다. 취두 상단은 2019년 조개 캐던 주민이 발견해 신고한 하단과 결합한다.
이처럼 왕실 전용의 장식기와가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것은 서울 지역에서 제작된 장식기와를 전주 경기전 등 지방의 왕실 관련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운반하던 중 운반선이 태안 해역에 침몰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 유물은 ‘목조건축의 지붕마루에 사용되어 건물을 수호하거나 권위와 미관을 돋보이게 하는 특수기와’인 마루장식기와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다. 경복궁 창건기 건물과 숭례문, 양주 회암사지 등 조선 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의 세부 모습에 대한 실질적인 고증이 가능한 유일한 고고 자료다.
검파는 길이 40.5㎝, 폭 16㎝, 두께 7㎝다. 앞뒷면에 2단으로 구름무늬(雲紋, 운문)를 새겼다. 취두 상단의 방형 구멍과 결합하도록 짧은 자루도 갖췄다. 검파는 빗물이 취두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취두에 표현된 용이 지붕을 물고 있어 더 용마루를 갉아 먹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고 전해진다.
앞서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8월 태안 청포대해수욕장 갯벌에서 발굴한 용머리 모양의 대형 ‘취두(鷲頭)’ 2점을 발굴했다. 조사 결과, 기와의 상하부를 구성하는 2점으로, 하나로 맞춰지는 한 세트다. 접합 시 높이는 103cm, 너비는 최대 83cm다.
이에 연구소는 8월 중순까지 추가 발굴조사와 수중탐사를 진행한다. 인근 해역의 고선박 존재, 왕실 장식기와의 생산, 지방으로의 유통 등도 연구한다. 취두와 검파를 만든 곳은 용산 와서(瓦署) 지역으로, 충청, 전라, 경상 삼남 지역에서 소비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반들은 이런 장식 기와를 쓸 수 없었다.
김동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서울 용산 일대 와서(瓦署)에서 만든 왕실 기와를 실은 배가 한반도 남쪽으로 향하다가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금이 잠시 머물던 행궁이나 태조 초상화를 모신 전주 경기전 같은 곳에서 왕실 기와를 썼을 수 있다"고 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