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만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 오목대·한옥마을 등 시내버스 승강장이 조선왕조의 건국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탈바꿈됐다. 이 모두가 예술의 힘으로부터 비롯된다. 지역예술가들이 제작에 참여한 이 승강장은 태조 이성계와 그의 고조부인 목조 이안사의 역사와 설화를 모티브로 삼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꽃창살 문양으로 승강장 패널이 제작됐다. 또, 꽃창살 사이에는 젊은 지역 예술가의 손길이 더해져 새롭게 형상화한 태조어진봉안행렬도가 새겨졌다. 승강장 천장 부분에는 태조 이성계가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가다 승전잔치를 베풀었던 ‘오목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성계의 새나라 건국에 대한 포부’ 관련 이야기를 한글과 영문으로 표기해 한옥마을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숨결과 정취가 묻어 있는 오목대와 태조어진이 모셔있는 경기전 주변에 위치한 ‘오목대·한옥마을 승강장’들이 전주의 역사와 예술이 가미된 셈이다.
최근들어 전주향교 앞 등 인근이 문화예술가들의 산실로 각광받고 있다. 한지 장인 오남용, 서양화가 이택구, 서각 명인 양청문 등 10여 명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가운데 체험 또는 작업실, 전시실 등이 들어서 곳곳에 들어서 있다.
전주향교의 건물이 많은 바, 저렴한 임대료로 인한 것도 한 이유이며, 향교측에서도 문화예술가들의 거주로 인해 재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한몫을 했다. 현재 이곳엔 하만홍 화가, 오남용 한지 장인, 이동근 화가, 양청문 서각 명인, 이택구 화가, 한명희 사진가, 이석동 판화가 등이 살고 있으며, 심홍재 행위미술가, 이성옥 서양화가, 이존한 한국화가, 소영례 수채화가 등이 입주를 저울질 하고 있다. 오남용씨는 "지금으로 8년 전 우연한 기회에 전주향교 서예반에서 붓글씨를 배운 것이 계기가 되어 만화루 앞에서 대성한지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전국의 수학여행단과 소풍객들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종이 만드는 체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만홍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고 펜화와 서양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택구는 "전주향교 옆 남양사(南陽祠)는 이지역 구한말 선비로서 조선유학의 중흥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고재(顧齋) 이병은(李炳殷,1877~1960)의 사당이다"면서 "그는 조선후기의 선비로서 인재 양성을 통한 일제강점기 구국운동을 펼친 간재(艮齋) 전우(田愚)선생의 문하생으로 앞마당에 대나무잎 비슷한 식물들이 무성하게 많이 자라고 있는 만큼 바로 이같은 정신을 모토로 갖고자 이번에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9월 28일 오후 2시 백산목공장에서 10명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양청문씨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고재 이병은 등 4대가 전주향교를 지킨 전례를 생각해 모임 명칭를 '향교길 이야기'로 정하고, 전주를 사랑하고 이 지역 사회문화예술의 발전과 회원 상호간의 화합과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 끝난 전주비빔밥축제 기간에는 양청문의 백산목공방 서각체험, 이택구의 이택구갤러리 방문 등이 잇따라 이뤄지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좋기는 하지만 전주시가 나서 수도료 또는 전기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바라는 눈치다.
양청문 회장은 "전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인하한 착한 임대인에 대한 재산세 감면을 70%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주향교가 월세 10만을 내게 끔 해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들에게 따뜻한 도움을 베푼 착한 임대인들의 혜택이 큰 보탬이 되는 등 예술인들과 건물주가 상생할 수 있도록 많은 상가 임대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앞서 2021 전주국제행위예술제’가 한국행위미술가협회 발대식과 함께 지난달 16일 오후 3시 전주향교 일대에서 펼쳐졌다. 전주국제행위예술제는 부산과 서울, 제주에서 행해졌던 세이브 미얀마 예술행동의 일환으로 ‘Peace be with All(모두에게 평화를)’을 주제로 열렸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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