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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한국의 미 꽃살문

















'한국의 미' 꽃살문

한국의 꽃살문을 아시나요.

세상 찌든 때를 벗고 들어오라 하네.

세상 모든 것에는 품격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저 고만 고만하게 보이는 난초에도 수십층의 격차가 있고, 야산 기슭에 서 있는 소나무에도 소나무마다 다른 품격이 있게 마련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의 품격은 기둥과 들보, 문과 창, 마루 등에서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인품을 살펴볼 수 있게 합니다.

이 가운데 아기자기한 맛을 풍기며 집의 품격을 가늠하게 하는 것이 창살입니다.

사대부 가옥의 불발기에서 보는 둥글거나 또는 팔각형 모양으로 짜놓은 창살무늬는 단아한 선비의 멋을 흠뻑 느끼게 만듭니다.

법당의 문은 중생이 이승의 티끌을 털고 부처의 극락 세계로 들어가는 경계이기에, 불교에서 최상의 장엄을 표현하는 ‘꽃’으로 장식돼 있습니다.

특히 송광사 하사당의 날살문과 띠살문, 범어사 팔상전의 격자살문, 빗살문, 범어사 안심료의 숫대살문, 남장사 극락보전의 솟을민 꽃살문, 용문사 대장전의 윤장대 솟을 꽃살문, 그리고 내소사 대웅보전 솟을연꽃살문 등이 유명한 사찰의 꽃살문입니다.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살문은 연꽃, 모란, 국화, 해바라기, 백일홍 등의 꽃을 새긴 문살을 사방연속으로 짜맞춰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의 세계로 빠뜨립니다.

고건축의 단아하고 깊은 맛을 흠뻑 풍기는 대웅보전의 품격을 더욱 높이는 것은 문살 무늬입니다.

그래서 우리네 꽃살문은 아름다움과 장엄의 극치를 이루고 있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옵니다.

화려한 단청이 있거나 커다란 건축물은 아니지만 수수한 매력이 있어 아름답군요.

정면 여덟 짝의 꽃무늬 창살은 나무를 깎아 만들 수 있는 조각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고풍스런 문창살은 장인들이 땀을 쏟아 하나하나 새겨 놓은 국화와 연꽃문 양들이 화사한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곳에 가면 온통 꽃밭 천지입니다. 그 꽃은 그러나 땅에 피어난 게 아닙니다.

건물 정면 여덟짝의 창호엔 꽃무늬 문살로 가득합니다.

문짝 하나하나가 그대로 꽃밭이고 꽃가마입니다.

사방연속무늬로 끝없이 이어진 꽃들은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습니다.

오색 단청은 세월에 씻겨 내려갔고, 이제는 속살을 드러내 나무 빛깔 나무결 그대로입니다.

아름다운 동화를 한 폭의 그림으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오랜 세월에 나무결의 빛이 바래 신비감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담백하고 청아하며 깔끔하며 순박한 한국의 멋, 한국의 아름다움 그 자체.

깊은 밤, 꽃살에 붙은 창호지 틈새로 은은한 달빛이라도 새어들면 세속의 욕망은 소리 없이 흩어지고 금방이라도 해탈의 문이 열릴 듯합니다.

세상 찌든 때를 벗고 들어오라 하네./이종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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