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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이종근의 행복산책2]송월주스님과 토끼풀 거북털

佛法在世間 不離世間覺(불법재세간 불리세간각) 離世覓菩提 恰如求兎角(龜毛)

이세멱보리 흡여구토각(귀모)'

 불법은 세간 가운데 있으니 세간을 떠나서 깨닫지 못하네. 세간을 떠나서 깨달음을 찾는다면 마치 토끼뿔(거북털)을 구하는 것과 같다.

2016년 회고록 ‘토끼뿔 거북털’ 출간을 기념해 금산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송월주 스님은 행복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하는 일에 만족해 하는 것이 행복이다. 저도 지구촌공생회 활동을 위해 해외에 나가게 되면 비행기 타기 전부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그게 피곤하면 불행하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 될 수 없다. 하는 일에 정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만족감 느낄 때가 진정 행복이다. 총리 장관이 아니고 면장을 하더라도 주민 복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게 즐겁다고 느끼면 행복하다"

그는 회고록 ‘토끼뿔 거북털’에서 삶의 지침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깊은 여운과 울림을 던져준다.

“나의 생애는 보살도(菩薩道)와 보현행원(普賢行願)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80여 년 인생과 60여 년 수행자의 길에서 느낀 것은 ‘함께 같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앉아서만 성불할 수 없다’ ‘진리는 세간 속에서 실현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여전히 나의 화두이며 삶의 지침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 지역 스님과 재가불자의 활동은 두드러지만 전체 불교계의 활동 상황은 기독교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불교계도 1980년 5월의 광주와 함께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확인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종단 차원의 대응은 주로 조계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는 1980년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월주 스님의 회고록 ‘토끼풀 거북털’과 故 정의행 법사가 발표한 ‘5.18민중항쟁과 불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님에 따르면 총무원장 취임 20여 일만에 광주 항쟁이 일어났고, 계엄의 재갈이 물린 언론은 불순세력의 폭동으로 몰아갔다. 월주스님은 광주로 가기로 결심하고 선발대 격으로 ‘소요사태 진상조사 선무단’을 보냈다. 스님은 광주 시민을 지원하기 위한 ‘광주시민돕기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상자와 그 유족을 위로하고 광주시민을 돕는데 앞장서자”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또, 전국 본말사와 신행단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의연금 모금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월주 스님은 희생자들을 위한 49재에도 참석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10.27법난’이라는 최악의 법난이 벌어진다. 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의 수장이 민중항쟁의 현장인 광주에 찾아가 천도법회를 열고 시민들을 도운 것이 신군부에게는 눈엣가시로 여겨졌고, 10.27법난 발생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터이다.

깨달음을 일러 옛 사람들은 곧잘 토끼뿔과 거북이 털에 비유를 하곤 했다. 깨달음을 내세우는 이는 있지도 않는 토끼 뿔이나 거북이 털을 잡았다고 외치는 격이니, 눈 밝은 사람의 눈에는 딱한 노릇으로 비치지 않을까? 두 차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며 한국 현대 불교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송월주 대종사(금산사 조실스님)가 22일 금산사에서 열반하고, 26일 다비식을 치렀다. 월주스님, 극랑왕생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