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가 왜 한마디도 할 수 없었을까요?
"여보게, 소크라테스 이럴 수가 있나? 방금 내가 밖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아나. 아마 자네도 내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랄 거야"
어느 날 수다쟁이가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흥분하여 말했습니다. 이 때 소크라테스가 말했습니다. "아직 말하지 말고 잠깐만 기다리게 자네가 지금 급하게 전해주려는 말을 체로 세 번 걸렀는가?"
그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머리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체로 세 번 걸렀냐니? 무슨 체를 말하는 건가?" 그 친구에게 소크라테스가 말했습니다. "첫 번째 체는 사실이네. 지금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아니 그냥 거리에서 들었네"
"두 번째 체로 걸러야겠군., 그럼 자네가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선의에서 나온 말인가?"
그러자 친구는 우물쭈물하며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세 번째 체로 걸러야겠군. 자네를 그렇게 흥분하게 만든 소식이 아주 중요한 내용인가?"
"글쎄......" 친구는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말했습니다. "자네가 나에게 전해 주려는 소식이 사실도 아니고, 게다가 선의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더구나 중요한 내용도 아니라면 나에게 말할 필요가 없네. 그런 말은 우리의 마음만 어지럽 할 뿐이네"
할 말을 세 개의 체에 모두 거르고 나니 남는 말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오늘도 우리는 말을 참 많이 하면서 삽니다. 말은 서로의 의사를 소통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아마 사람이라는 존재처럼 말을 통해서 다양하게 의사를 소통하는 생명체들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에서는 말을 함부로 해 죄를 짓는 것을 '구업(口業)'이라고 해요. 말이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業)’에는 선업과 악업이 있습니다. 악업 중에 제일 무거운 업이 구업이라면, 우리가 전생에 태어나 구업을 짓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천수경’ 첫머리에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란 말이 나옵니다. 입으로 지은 죄를 깨끗이 하는 진언, 즉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입니다. 이 진언을 세 번만 외면 그날 지은 구업을 없애 준다는 것입니다. 내가 친구에게 가슴 아픈 말을 했다면 단단히 구업을 짓고 만 셈입니다.
주변에서는 자기가 하는 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채 무작정 입 밖으로 내뱉고 보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연예인 또는 정치인 중에서도 말 한마디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를 종종 접하곤 합니다.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생각나도 속으로 한 두 번씩 생각해본 뒤에 천천히 입 밖으로 꺼내요. 신중한 사람이 되려면 먼저 서두르지 않는 습관부터 가져보세요.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는 많은 말들을 소크라테스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과 선의와 중요성이라고 하는 세 가지 체로 걸러 본다면, 우리가 하는 말들 중에 과연 몇 마디나 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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