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기자가 30~31번째 저서 '전라감영600년-전주인문기행 1~2(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전주시의 국가 관광거점도시 선정 기념으로 펴낸 이 책은 전주 최초의 본격적인 인문학 서적으로 2021년 관훈클럽 정신영연구기금 저술 지원 대상을 받아 발간했다. 책자는 전주 음식, 예술, 기록, 인물, 역사와 생활, 문화유산 등으로 구분된다. 민속은 물론 풍수, 지리,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전주를 관조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작가는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과일로는 전주의 ‘승도(僧桃)’가 첫번째라고 했다고 했다.‘승도(僧桃)’는 털이 없어 스님의 머리처럼 껍질이 반질반질한 복숭아를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의 천도와 같이 과피에 털이 없는 계통을 일컫는 것으로 신두복숭아로도 불리워지며 전주가 명산지로 기록되어 있다. 허균의 ‘도문대작’엔 ' 전주(全州) 부근은 모두 승도가 난다. 크고 달다(全州一境皆僧桃。大而味甘)‘고 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는 승도를 ‘털없는 복숭아(僧桃。無毛者)’로 보았다. 이민성(1570-1629)의 '경정선생집(敬亭先生集)' 가운데 작품 ‘승도(僧桃)’엔 ‘범상치 않은 과일(果中惹此非凡果)’로 보고 있다.
1872년 봄날, 전주지도에 보이는 오얏도 찾아냈다. 전주의 오목대엔 꽃놀이를 하는 옛 선비들의 모습이 아스라히 펼쳐지고, 바로 그 아래 경기전엔 백로떼가 날아들면서 봄의 정취가 한껏 달아오른다. 전주지도(全州地圖, 보물 제1586호, 서울대 규장각 소장)의 그림 속에 보이는 1872년 전주의 봄 풍경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 지도는 전주성 안팎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민가, 감사(監司) 일행의 행차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경기전 주변의 수목과 새들, 만개한 오얏꽃(앵두)까지 생생하게 묘사되는 등 화사한 봄날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다. 전주성 안에는 ‘관찰사의 청사’인 선화당(宣化堂)을 비롯한 감영 건물과 부윤이 집무하던 본관(本官), 객사, 경기전, 옥사 등의 건물이 그려져 있고, 성밖 우측 하단에는 전주향교, 한벽당 등 전라감영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히 펼쳐지면서 울긋불긋한 오얏꽃의 향연은 끝이 없는 바 이는 전주이씨를 상징한다.
‘송경운전’은 이기발의 후손들이 유고를 모아 책으로 꾸민 ‘서귀유고’(西歸遺藁) 권7에 실렸음도 알아냈다.‘예술인들의 지극한 경지를 칭찬할 때 ‘어째 송경운의 비파 같네’라고 했고, 초동이나 목동의 무리가 모여 놀 때도 누가 재미있는 말을 하면 ‘어째 송경운의 비파 같네’라고 했으며, 말을 배우는 두어 살짜리 아이가 자기와 관계없는 것을 가리키며 물어도 ‘어째 송경운의 비파 같네’라고 했다. 송경운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게 대개 이러했다.
송경운은 전주성 서쪽에 살았는데, 그의 집은 언제나 북적였다. 손님이 오면 송경운은 성심성의껏 연주하여 만족할 때까지 그치지 않았다.
신분이 높은 사람뿐 아니라 하인들에게도 똑같이 성심껏 연주했다. 20년 동안 한결 같았으니 전주사람들은 감복하여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귀유고’는 완산의 옛 풍속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계를 하면서 서로 협동하고 재물을 모아 서로 돕는 일이 있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일흔셋에 숨을 거두었다. 제자들은 그의 유언에 따라 새벽에 서천(西川)을 건넜으며 상여는 남쪽을 향했다. 제자들이 연주하는 비파 소리가 상엿소리와 어울렸다. 구경나온 사람들이 “세상에서 어찌 저와 같은 사람을 볼 수 있을까” 하며 눈물을 흘렀다. 요즘처럼 더운 날, 무주구천동 무주 비파담이 그리운 때면 송경운을 생각한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이여 서천(西川)에 한 번만이라도 눈길 주기를 부탁한다.
전라감영과‘호숭첩(呼嵩帖,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도 발굴했다.
헌종(憲宗)의 22세 탄일을 기념해 1848년 7월 18일 전라감영에서 헌종의 축수(祝壽)를 기원하는 모임을 기록한 시화첩이다. 연회 장면 1면과 전라감영 소속 판관(判官) · 현감(縣監) 등 관원이 여러 색지에 쓴 축수 시문이 수록됐다. 연회도 뿐 아니라 참석자들의 글이 실려있어 궁중 연회인 진찬(進饌)을 기념해 지방감영에서 이루어진 축수연회를 보여주고 있다. ‘호숭(呼嵩)’은 문무백관이 국왕의 즉위나 탄신일 등 국가 경사가 있을 때 축수(祝壽)ㆍ송축(頌祝)하는 것을 뜻한다. 연회 장소는 전라감영 선화당(宣化堂)이며, 당시 관찰사는 홍희석(洪羲錫, 1787~?)이었다. 관찰사를 중심으로 30인의 판관, 현감, 목사, 부사 등이 좌우로 연회를 즐기고 있다. 여기(女妓)와 악공들도 그려져 있으며, 축소한 ‘선유락(船遊樂)’과 ‘학무(鶴舞)’가 펼쳐지고 있다. 화첩 다음에는 천추경절(千秋慶節)에 왕께 하전(賀箋)을 올리고 난 뒤 모여서 축수(祝壽)를 짓고 작은 첩, 즉 『호숭첩』을 만들었다는 설명을 적고 있다.
그 다음에는 관찰사 홍희석을 필두로 나머지 관원들의 축수가 담겨져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인물들은 아래와 같다. 관찰사 홍희석, 전주판관 김좌현, 광주목사 윤치용, 담양부사 김노순, 장성부사 이병례, 무주부사 최원, 여산부사 성화진, 고부군수 홍배후, 진산군수 유치홍, 김제군수 정세창, 창평현령 박태호, 용담현령 홍종형, 금구현령 홍재긍, 함열현령 정기중, 옥과현감 윤회선, 고창현감한형교, 무장현감 김진화, 무안현감 이정민, 곡성현감 권속, 임실현감 신명하, 장수현감 조능하, 진안현감 김유순, 흥양(興陽)현감 서상악, 함평현감 허전, 태인현감 신석관, 고산현감 이병선, 중영장(中營將) 권규용, 순천영장(營將) 조과영, 중군(中軍) 홍영근, 계수(契樹)찰방 승진태, 나주목사 윤치응, 능주목사 이현오, 장흥부사 김기석, 순천부사 윤치복, 익산군수 조병성, 영광군수 조운승, 진도군수 홍재모, 순창군수 홍종무, 임피현령 김직선, 만경현령 강진오, 남원현감 이윤우, 부안현감 조연명, 남평현감 이계선, 운봉현감 송재익, 동복현감 이우승, 용안현감 이란효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풍산김씨 세전서화첩(豊山金氏 世傳書畵帖)'은 안동시 풍산읍 오미동에서 오백여 년 간 세거해온 풍산김씨 문중에서 전해 내려오는 서화첩도 찾아냈다.
이 가운데 '완영민읍수도(完營民泣隨圖)'는 허백당이 전라감사로서 선정을 베푼 이야기로 임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 고을 사람들이 전송하러 나와 눈물을 흘리면서 따르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말한다.
지은이는 태조 이성계가 여덟 마리 말 가운데 '유린청(游麟靑)'은 태조가 남원 운봉에서 있었던 황산대첩(黃山大捷)에서 대승을 거둘 때 탔던 말이라고 했다. 이성계는 자신의 말 중에서도 유린청을 가장 아꼈다. 함흥산인 유린청은 이성계가 고려말 홍건적을 평정할 때 탔던 말로 화살 3대를 맞았으나 31년이나 살았다. 수명이 다한 후에는 돌로 만든 관에 넣어서 땅에 묻어주었을 정도로 이성계가 사랑했던 애마다. 작품 속 유린청이 갈기를 휘날리며 서 있는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원래 그림은 세종때 많이 그려졌다고 하는데 이는 조선후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실제 말의 모습과는 많이 동떨어진 이상적인 준마의 모습이다.
지은이는 “자료를 찾고 한문 공부를 하는 등 이 책을 내는데 30여년이 걸렸다”면서 “99% 내용 거의 모두가 연구하고 답사를 하면서 인터뷰를 통한 것들로 생소한 게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이종근은 『우리 동네 꽃담(2008)』, 『한국의 옛집과 꽃담(한국간행물운리위원회 이 달의 읽을만한 책 선정, 2010)』, 『이 땅의 다리 산책(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 달의 읽을만한 책 선정, 2015)』, 『한국의 다리 풍경(2016)』, 『한국의 미 꽃문(2018)』, 『한국의 꽃살문(2019)』, 『전주 한옥마을 다시보기2(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도서 교양부문선정, 2019)』, 『인문학으로 만나는 음식문화1~2(2020)』,『완산승경-완주 속 이야기(2021)』등 31권의 책을 펴냈다.
현재 2030 전주 문화비전 수립 자문위원, 전주 문화특별시 시민연구모임 멤버, 한국전통문화전당 자문위원, 한국서예교류협회 홍보 및 기획 이사, 전북수필문학회 이사, 전북문화관광재단 '마중' 편집위원, 전주문화원 연구위원, 전주문화재단 '문화와 비평' 편집위원, 전주 지우갤러리 운영위원,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공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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