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북스토리

고창출신 진환과 서정주의 콜라보


국립현대미술관은 4일부터 5월 30일까지 서울 덕수궁관에서 ‘미술과 문학이 만났을 때’를 갖는다.
전시는 ‘전위와 융합’, ‘지상(紙上)의 미술관’, ‘이인행각(二人行脚)', ‘화가의 글·그림’ 등 4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구성됐다.
'이인행각'에서는 고창출신 진환(본명 진기용·1913~1951)과 서정주(1915∼2000)가 한쪽 벽면을 차지한다.
진환의 절친이었던 시인 서정주의 묘사만 들어도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여름이면 항시 촌농부의 밀짚모자 차림으로 빙그레한 어린애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나타나던 진환의 모습." 진환은 자신이 그려낸 천진하고도 슬픈 소를 닮았음이 분명하다.
서정주는 그를 묘사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중인 진환의 소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문학과 미술은 서로의 후원자였다. 이상은 다방 ‘제비’를 열어 친구였던 구본웅의 그림을 걸었고, 시인 김기림은 신문기자로서 구본웅의 전위적 전시에 대한 호평을 싣는 식이었다. 이후 오장환, 이중섭, 구상, 이쾌대, 진환, 서정주 등 시인·화가들의 관계망이 실타래처럼 서로 얽히고설킨다. 이들의 작품과 사료가 대거 전시장에 나왔다
전시는 1930∼1940년대 일제강점기 후반 및 해방시기 문인과 화가들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신문소설과 삽화 등의 형태로, 오늘 시점에 ‘콜라보레이션’이라 할 작품들을 다량 남겼다는데 주목하고 관련 자료들을 선보인다.
정지용, 이상, 김기림, 김광균 등 시인과 이태준, 박태원 등 소설가, 구본웅, 김용준, 최재덕,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등 화가들이 동시대에 활동하며 남긴 작품과,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서로 교류한 자료들을 관람객에 선보인다. 작품 약 140점, 서지자료 약 200점 등이다.
도서관처럼 꾸며진 전시관에서는 희귀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윤동주도 필사해서 봤다는 100부 한정판인 백석의 '사슴', 김소월의 '진달래꽃', 서정주의 '화사집',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원본을 감상할 수 있다.
목가시인 신석정의 첫 시집 ‘촛불’은 서양화가 김만형이 표지화(畵)를 그렸다. 이 역시 이 자리에서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