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새통

서철원 ‘고향’의 이상향에 관한 사색 소설집'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

작가에게 고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민속학자 서종원과 소설가 서철원이 산문집과 소설집으로 고향 부안 위도와 경남 함양을 한껏 보듬었다. 서종원은 '고슴도치 섬 위도별곡(예스케이출판사)', 서철원은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바른북스)'을 각각 펴냈다.<편집자주>


서철원 시공을 초월한 ‘고향’의 이상향에 관한 사색 소설집'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


이 소설집은 서철원 작가가 2013년 등단 이후 7여 년에 걸쳐 발표하거나 미발표된 단편소설 7편을 묶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멀게는 선사시대부터 가야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현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 소설마다 설정된 ‘함양’의 공간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삶의 무대로서의 서사적 배경이 된다. 특히 역사적인 사건과 접목된 ‘함양’의 공간은 시간·공간 이미지를 반영하는 서사물로서 현실적·실제적 스토리를 들려주며,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구성 면에서 의외의 낯섦이 때로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소설집의 ‘이중성’은, 푸코(Michel Foucault)가 말하는 인간의 삶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의미하며, 아주 먼 옛날 옛적부터 살아온 ‘고향’으로서의 유토피아적 공간을 가리킨다. 유토피아 너머 이질화된 공간 구성력은, ‘하나의 공간’에서의 ‘다른 역사’를 지니는 데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존성은 증명된다. 결과적으로 7편의 개별 소설들이 갖는 공간적 정체성은 시대적으로 재구성된 인물들의 존재 방식에서 드러나며, 이것은 결국 현 시대의 독자들에게 사회적 낯섦과 문화적 새로움을 선사하는 데 의의가 있다.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의 ‘이중성’은 이 소설집의 특징으로서 과거와 현재의 중첩에 있다. 시대마다 살아온 인물들의 삶에 얽힌 무수한 자국들이 같은 장소, 같은 공간에 찍혀 있다.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소설에 동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그 공간은, 결국 개별 소설들이 갖는 공간적 구성력으로부터 실제적인 삶의 무대로 재현된다. 소소하지만, 아주 먼 옛날 옛적부터 살아간 자들의 삶의 방식에서, 시대적 암시와 역사적 상황을 목격하거나, 가벼울 수만 없는 70년대 우리네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의미가 될 터이다. 이 소설집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문학이 지녀야할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평범한 ‘아이’부터 역사적 실존에 이르는 ‘인물’들을 소설 속에 배치함으로써 청년부터 장년에 이르는 남녀 독자들에게 인간적인 여운을 남기는 것이 출간의 목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삶에서 멀어진 시대를 조명하고, 그 시대의 가치가 현재에 어떤 메시지와 울림을 던져주는지, 여기에 대한 궁극적인 해명이 출간의 의도가 되지 싶다. 그 모두를 다 충족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집에 들어 있는 소소하면서도 작은 이야기들이 우울한 팬데믹의 시대를 지나는 독자들에게 작으나마 즐거움을 선사하하고 있다.
작가는 경남 함양 출신으로 전주대 국문학과를 졸업, 전북대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장편소설 '왕의 초상', '혼,백', '최후의 만찬', 학술연구서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 등을 펴냈다. 계간 문예연구 겨울호 신인문학상.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 제8회 불꽃문학상, 제12회 혼불학술상, 제9회 혼불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올해 '최후의 만찬'으로 세종도서 문학부문 우수도서에 선정된 바 있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