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장항제련소 사택을 만난다
군산대학교 지역재생연구센터가 다음달 5일부터 9월 5일까지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서학동사진관에서 기획전 '장항제련소 사택'을 갖는다.
장항제련소 사택은 장암리와 화천리에 단지를 형성하며 근로자들의 군집된 삶을 지원했다. 초기 주거단지로서 건축·도시적 의미를 지닌 장항제련소 사택은 신축과 철거, 증축을 거듭하며, 350여 세대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했다. 일제강점기인 초기 사택은 식민지 지배를 강화하는 일식 주거공간으로 엄격한 직급체계가 고스란히 사택의 규모와 단지 배치에 반영됐다. 해방 후 산업 발전과 함께 병원, 운동장, 목욕탕 및 매점 등을 갖춘 복합 단지로 자리 잡았고, 지역 기후와 주거문화를 받아들여 온돌방이 사택 내부에 들어왔다. 기간산업시설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자부심이자 가족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럭키금성그룹이 제련소를 운영하던 1980년대 전후에는 사택이 기업이 직접 건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택지 개발에 기대 조합을 구성해 국민주택을 분양받는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불란서주택으로 불리는 대규모 국민주택군이 장항 장마로와 신창동로 일대에 110여채가 남아있다. 1990년대 사택은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주거 유형인 아파트로 전환되었고, 마침내 2010년 민간 개발업자에게 매도되는 수순을 밟으며 2014년 전면 철거에 이른다. 사택단지 한켠에 남아있는 새마을주택 2동만이 잡초더미 속에서 안간힘 쓰며 버티고 있다.
‘장항제련소 사택’ 전시는 장항의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빈 땅을 마주했던 2018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한 시절 사택에서 군집해서 살았던 근로자와 가족들, 제련소와 장항의 화양연화를 되새겨보는 일이. 장항제련소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찾아 시절 이야기를 듣고, 기업사사와 지역사를 찾고, 국가기록원 자료와 옛 도면을 열람하고, 항공사진을 통해 변천의 과정을 살피고 남아있는 흔적을 실측하고 기록했다. 기록의 결과물이 제법 두터워지고 그 표현 형태가 도면과 모형, 다큐영상물로 다양해지며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전시를 염두에 두었다.
군산대학교 지역재생연구센터 박성신 교수는 "세상 만물은 나고 살기를 반복한다. 사람들이 사는 집도 마을도 그렇다. 생애주기를 다 겪고 원형으로 되돌아가거나, 때론 인위적 가압으로 일순간 소멸에 이르기도 한다. 물이 차오르거나 물이 빠져 삶터를 잃듯, 장항제련소 사택은 거대한 제련소 굴뚝의 연기가 멈추며 대규모 단지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한편 충남도가 서천군 구 장항제련소 주변에 ‘장항 오염정화 토지 환경 테마지구’를 조성한다. 오염된 토지를 친환경적으로 정화해 힐링의 상징모델로 재생,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해 12월 10일 민선 7기 2년 차 서천군 시군방문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히고, 노박래 군수와 정책협약을 맺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조선제련주식회사로 설립된 장항제련소는 공장조업이 개시된 이래 비철금속 제련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장항제련소 이면에는 60여 년간 중금속 등의 유출로 막대한 환경오염과 주민건강 피해를 불러왔다. 실제 중금속으로 오염된 낙동강 하류는 풍부했던 어장을 황폐화시켰고, 주민들은 각종 암과 질병으로 고통받았다. 결국, 제련소 주변 토양은 농사는커녕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돼버려 1989년 폐쇄됐다. 협약서에는 장항읍 일원 158㏊ 부지에 4183억 원(국·도·군비 포함)을 투입, 국제적 수준의 인공습지와 국가정원, 환경생태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서해와 금강의 해수유통을 통한 ‘민물+바닷물이 섞이는 구역’인 기수역을 복원하고, 국립생태원 기능 보완과 해양관련 공공기관 유치하기로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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