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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부안 상괭이

둥근 머리에 웃는 얼굴, 귀여운 외모로 유명한 멸종위기종 토종돌고래, 상괭이다. 상괭이가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죽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8시30분께 부안군 고사포해수욕장 해안가에서 멸종위기종 상괭이가 죽어 있는 것을 주민이 신고했다. 이 상괭이는 몸길이 84㎝, 무게 1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해양경찰은 상괭이는 밀물 때 해안에 들어왔다가 썰물 때 미처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갇힌 것으로 추정했다. 태안 앞바다에는 이맘 때 쯤이면 하루 최대 200마리가 넘는 상괭이가 관찰되기도 한다. 서해 생태계가 복원되자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동시에 그물에 걸려죽는 경우도 많다. 지난 5년 동안 이렇게 죽은 고래는 해경에 신고된 것만 8,150여 마리에 달한다.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고래의 하나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최근들어 새만금 방조제 인근에서도 사체가 발견돼 환경단체들이 원인 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서해안의 상괭이는 2004년 3만6,000마리에서 2011년 1만3,000마리로 급감했다. 하지만 해안선이 복잡해 국내 상괭이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허술한 어망 관리로 고래가 함께 잡히는 즉 '혼획'이 일어날 경우 2022년부터는 그 나라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미국 수산업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상괭이 탈출 그물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어획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어민들은 새로운 그물 사용을 꺼리고 있다.

1499년 9월 2일(음력) 연산군은 "흰 고래수염을 대궐에 들이게" 했다. 세종대왕도 신하들에게 고래수염을 선물로 내린 적 있으니 그럴 수 있다. 1500년 3월 11일(음력)에 연산군은 "경기 감사에게 돌고래·바다·자라 등을 산 채로 잡아 올리게 하다"고 했다. 연산군은 1505년 8월 19일(음력) 전라도의 바다에 면한 고을들에 명하여 고래를 사로잡아 오라고 명한다. 산 고래를 잡아 진상하지 못하자 연산군은 "부안현감 원근례는 잔약해서 잘 보살피지 못했다"며 그를 파직한다. 고래를 잡을 수 있는데 못 잡았다면 무능하다는 이유로 파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안 앞바다는 청경지역이다. 봄에는 주꾸미와 가을에는 전어가 많이 잡힌다.

숭어는 칠산어장에서 첫 눈이 내린 이후부터 육질이 연하고 담백해 미식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생선으로 부안 앞바다에서 잡히면서 전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안타깝게도 새만금 주변에 원인모를 상괭이 사체가 매년 몇 마리씩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해양쓰레기 정화 활동과 어선을 이용한 해양환경 정기 모니터링 사업을 시행해 상괭이 등 해양 개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이종근(삽화 새전북신문 정윤성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