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스토리

호암방앗간

김학곤화가의 작품 ‘호암방앗간’은 방앗간 아래 다리 위 방향으로 방향을 달리한 염소 2마리가 풀을 뜯어 먹고 있다. 개울 위로 4마리의 염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암방앗간은 1985년까지 박경만씨가 운영했다. 하지만 방앗간이 통폐합돼 용담소재지의 것을 이용했다. 방앗간에 접근하기 전, 다리 밑에서 고추를 말리기도 했다.

용담면엔 방앗간이 많았다. 월계리 성남방앗간은 1970년부터 21년 동안 이성노씨가 운영했다. 호계리 대방마을엔 1975년 강순봉씨가 놓았던 방앗간집이 있었다. 옥거리 운교마을엔 김윤현씨가 용담떡방앗간을 운영했다. 와룡리 원와룡마을엔 와룡정미소가 있었다.

방앗간 또는 정미소는 곡물을 가공하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벼를 수확해 쌀로 만들려면 정미소를 찾아야 했다. 군산에 기계식 정미소가 생긴 것은 러·일전쟁이 발발하면서였다. 일본은 군량미를 비밀리에 수집해 조선시대부터 쌀창고로 이용되던 군산항의 창고에 보관했다. 1930년대에 이르면 만석 이상을 생산하는 정미소가 14곳이 있었으며, 5만석 이상을 생산하는 곳은 가등, 조일, 조선, 화강, 낙합, 육석 정미소 등 6곳이었다. 호황을 누린 것은 값싼 조선인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군산은 일본인들에게 땅을 빼앗긴 유랑 농민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그 전성기는 1970년 이전까지였다. 그후 정부의 양곡수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동네 정미소는 점차 쇠퇴했다.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원동촌, 장수군 천천면 선창리, 무주군 안성면 장기리 하이목, 남원시 운봉읍 가장마을, 순창군 순창읍 장덕리, 임실군 덕치면 일중리, 정읍시 소성면 등계리, 고창군 부안면 중흥리, 김제시 봉남면 대송리, 김제시 금산면 원평리, 김제시 금구면 서도리, 완주군 이서면 애통리,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 세심막, 완주군 삼례읍 신금리,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 서빈, 전주시 전미동 회리 등 전북 곳곳마다 정미소가 남아있다.

임실군 지사면 관기리 관기정미소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예전에 쓰던 원동기가 디젤엔진으로 바뀌었을 뿐 가동 방식은 예전 그대다. 색장정미소는 전주시 완산구 색장동의 외곽도로쪽에 위치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 정미소 건물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문화관람료를 내면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에 자리한 계남정미소는 사진가 김지연씨가 2005년 다 쓰러져가는 이를 사들여 수리한 루, 문을 열었다. 쌀 대신 추억을 찧는 곳이 바로 이 정미소다. 그러나 정미소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곳이 많아졌다. 지금은 보기 힘든 그 정미소가 공동체 박물관으로 변신,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미소 햅쌀로 빚은 떡과 막걸리가 그리운 한가위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이종근(삽화 새전북신문 정윤성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