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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꽃담

꽃담




한국의 미 꽃담; 구휼구, 소통의 미학

담에 길상(吉祥)적인 의미를 담은 글자나 꽃, 동물 등의 무늬를 새긴 바, 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담들을 ‘꽃담’으로 부릅니다.

고성 학동마을 옛 담장(등록문화재 제258호) 한 고택의 양쪽 담장에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습니다. 담장 밖에 사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내주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곡식을 갖다 놓았던 구휼구(救恤口)입니다.

전남 보성 득랑면 강골마을에 가면 소리샘을 만날 수 있다. 마실물이 귀하던 시절, 마을 사람들을 위해 개방하고 담장 밖으로 냈습니다. 대신 네모 구멍을 통해 마을 대소사를 엿듣고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소리샘은 소통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네모 난 담장 구멍을 통해 생일날의 떡이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안동 병산서원(사적 제260호) 옆에는 달팽이 뒷간이 있습니다. 진흙 돌담의 시작 부분이 끝 부분에 가리도록 둥글게 감아 세워 놓아 달팽이 뒷간이라고 불립니다. 출입문이 없어도 안의 사람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배려한 구조입니다.

청송 송소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50호) 구멍담은 안팎으로 9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안채에는 3개의 구멍이, 사랑채에는 6개의 구멍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인들이 안채에서 구멍담을 통해 사랑채를 엿보았습니다. 안주인을 위해 꽃담에 온 우주를 담아놓은 섬세함이 문양에서 느껴집니다.

경복궁 자경전 십장생굴뚝(보물 제810호)은 자경전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들었습니다. 자세히 바라보면 열 가지 이상의 상징물이 보인다. 연꽃, 포도 국화 원앙 백로 등이 보이지 않나요. 자손번창과 길상의 의미입니다.

고창 선운사 옆 동백군락지 부근 김성수별장(또는 재실로 부름)은 투박한 모양의 꽃담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전주 전동성당 사제관(전북 문화재자료 제178호)엔 십(十)자 꽃담, 고창 김정회고가(전북 민속문화재 제29호)엔 맞담, 전주 한옥마을 최부잣집 와편 담장은 또 어떠한가요.

꽃담은 꽃 한 송이가 예쁘게 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만큼 담 바로 그 자체는 한 편의 서정시요, 설치미술입니다.

이내, 옛집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조용함과 단아함 속에 젖어보는 명상 시간은 오매불망, 그대 반짝이는 별빛이 되고, 이에 내 소망은 교교한 달빛이 됮니다. 

이 봄, 자기 지역에 어떤 꽃담이 있는지 한번쯤 관심을 갖고 찾아보기 바랍니다./이종근